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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삭발의 정치학…12년 전엔 성과 거뒀지만 이번엔?

중앙일보 2019.05.02 12:22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들과 지역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은 김태흠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들과 지역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이장우ㆍ김태흠ㆍ윤영석ㆍ성일종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이 2일 범여권의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항의하며 집단 삭발식을 열었다.
 
삭발은 노동조합·시민단체 등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집단이 주로 사용하는 투쟁 방식이지만, 정치권에서도 간간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부대표단 3명이 2007년 2월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사학법재개정을 축구하는 삭발식을 열고 있다.왼쪽부터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 의원 [중앙포토]

한나라당 부대표단 3명이 2007년 2월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사학법재개정을 축구하는 삭발식을 열고 있다.왼쪽부터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 의원 [중앙포토]

 
자유한국당의 가장 최근 집단 삭발은 2007년 2월이다. 김충환·신상진·이군현 의원 등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3인이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삭발했다. 공교롭게도 삭발식 다음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사학법 재개정(한나라당 요구)과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열린우리당 요구)을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삭발 투혼’이 나름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2010년 1월 11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세종시 원안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2010년 1월 11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세종시 원안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세종시 수정안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1월 이상민ㆍ류근찬ㆍ김낙성ㆍ김창수ㆍ임영호 의원 등 충남에 지역구를 둔 5명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세종시 수정안 결사저지 규탄대회’에서 삭발식을 했는데, 그해 6월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수정안은 부결됐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김재연ㆍ김미희ㆍ이상규ㆍ오병윤ㆍ김선동 의원 등 5명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박근혜 정부의 조치에 항의해 2013년 11월 집단 삭발식을 가졌지만 저지에 실패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선동, 김미희, 김재연, 이상규 의원이 2013년 1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주의 수호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뒤 삭발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선동, 김미희, 김재연, 이상규 의원이 2013년 1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주의 수호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를 마친 뒤 삭발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은 대체로 개인적 차원에서 진행한 삭발이 많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설훈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과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한 김성곤 당시 국민회의 의원의 삭발이 대표적이다. 1998년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정호선 의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삭발하기도 했다.
 
또 1987년 11월엔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ㆍ김대중 후보의 단일화가 실패하자 이에 항의하며 박찬종 민주당 의원이 삭발을 한 적이 있다.
 
박찬종 전 의원이 김영삼, 김대중 대선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삭발농성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찬종 전 의원이 김영삼, 김대중 대선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삭발농성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의원들 사이에선 삭발이 선명성을 부각할 수 있는 데다 건강상 후유증이 없어 “단식보다 낫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패스트트랙에 항의하면서 삭발한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여당에서조차 “두상은 잘 생겼다”(이종걸 의원)는 평이 나와 총선을 앞두고 홍보는 확실히 한 셈이 됐다.
 
패스트트랙 강행에 항의해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삭발했다. [사진 박대출 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패스트트랙 강행에 항의해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삭발했다. [사진 박대출 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하지만 삭발에 대한 사회 일각의 혐오정서도 간과하긴 어렵다. 삭발을 권유받았지만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한국당의 한 의원은 “삭발을 하면 각종 행사에 참석할 때 불편한 시선들이 느껴져 주최 측에도 실례가 되기도 하고 분위기가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영남권의 한 의원은 “그래도 보수의 생명은 품격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삭발에 나서면 당의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박대출 의원에 이어 오늘 4명이 또 삭발했으니 이제 이 정도면 됐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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