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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경영, 사무, 디자인할래" 50대 이상 "청소·경비원이라도 일자리만 있다면…"

중앙일보 2019.05.02 12:00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구직자가 가장 많이 찾는 직종 2위에 경비·청소직이 올랐다. 그다지 임금이 높은 것도 아니고, 기술이 필요한 직종도 아니다. 이런 직업이 어떻게 구직 순위 2위에 랭크됐을까.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50대 이상 고령자가 많아졌고, 이들이 그동안 갖고 있던 기술을 쓸 곳이나 고용 정책도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결국 "그저 일할 곳만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단순 노무직으로 그들을 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인 20~30대는 경영·회계·사무직에 몰렸다. 임금은 높고, 육체노동이 덜한 직종이다.
 
고용노동부가 취업포털 워크넷에 등록된 구직자를 분석한 결과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치를 대상으로 했다.
 
구직자 전체로 따지면 5년 동안 일관되게 경영·회계·사무 관련직, 경비·청소 관련직, 보건·의료 관련직 순으로 많이 찾았다. 이 기간에 60대 이상 구직자는 2014년 12.8%에서 지난해 16.6%로 3.3%포인트 늘어났다. 경비와 같은 단순 노무 직종을 구하는 비중이 줄지 않는 이유다.
연령대별 희망직종 순위

연령대별 희망직종 순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비교적 덜 힘들고, 임금수준은 높으면서 창의성이 담보되는 직종을 찾았다. 경영·회계·사무 관련직을 가장 선호하고, 문화·예술·디자인·방송 관련직, 보건·의료 관련직 순이었다. 2014년 121위이던 애완동물미용사는 90위로 상승했다. 물리·작업치료사가 65위에서 30위로 뛰었다.
 
30대도 사무직을 선호하는 현상은 20대와 동일했다. 그러나 문화·예술·디자인·방송 같은 직종을 선호하던 20대와 달리 전기·전자 관련직을 찾는 등 안정적 일자리 유지로 눈을 돌렸다. 상품기획전문가나 생명과학연구원 같은 20대의 활동기반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관리자의 길을 접목하는 직종도 5년 전에 비해 많아졌다.
 
40대부터는 직종 선호도에 변화가 조금씩 짙게 감지된다. 웬만하면 경영이나 사무·회계직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이지만 사회복지와 환경·목재·가구·공예 같은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간병인이나 상점판매원이 10위권에 포진할 정도로 단순직이 부상한다. 40대가 되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거주한 아파트에서 2018년 경비원 감원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중앙포토]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거주한 아파트에서 2018년 경비원 감원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중앙포토]

50대에 들면 이런 경향은 강해진다. "그저 일터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엿볼 수 있다. 50대 구직자가 가장 많이 찾는 직종 1위가 간병인, 2위 제조 관련 단순 종사원이었다. 이어 청소원, 가사도우미, 주방보조원, 경비원 등이었다.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의 업종을 몰리는 셈이다.
 
60대에는 아예 고용시장으로의 재진입을 접고, 귀농·귀촌하려는 경향까지 보인다. 농림어업 관련 단순종사원이 5위에 랭크됐다. 청소원이나 경비원은 가장 선호하는 직종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자 60대임에도 불구하고 육체노동이 수반되는 건설과 광업 단순종사원을 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영중 고용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대상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구인·구직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청소·경비·귀농·건설 같은 단순노무직을 원하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에게 해당 직종을 맞춤형이라는 이름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예전의 노하우를 살려 고용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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