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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구속영장 신청하자 친모 "남편과 딸 살해했다" 자백

중앙일보 2019.05.02 08:07
1일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계부 김모(31·오른쪽)씨와 전날 같은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친모 유모(39)씨 모습. [연합뉴스]

1일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계부 김모(31·오른쪽)씨와 전날 같은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친모 유모(39)씨 모습. [연합뉴스]

"중학생 딸 살해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친모가 재혼한 남편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자백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일 "친모 유모(39)씨가 전날 자정 무렵 심경 변화를 일으켜 범행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진술은 계부 김모(31)씨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범행 사실과 일치했다.  
 

전날 자정 무렵 심경 변화
구속된 계부 진술과 일치

지난달 30일 긴급체포된 유씨는 그동안 "딸이 죽은 것도,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것도 몰랐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었다. 남편 김씨의 단독 범행이고, 본인은 범행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찰이 전날(1일) 살인 및 사체유기 방조 혐의로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진술을 뒤집었다. 유씨는 남편 김씨와 함께 지난달 27일 오후 6시 30분쯤 전남 무안군 한 초등학교 농로에서 딸 A양(13)을 승용차 안에서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방조한 혐의다.  
 
같은 날 남편 김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앞서 김씨는 의붓딸 시신이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서 발견된 지난달 28일 경찰 지구대를 찾아 자수했다. 김씨는 차 안에서 의붓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이튿날 양 발목에 벽돌을 넣은 마대자루를 묶어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1차 조사에서는 "혼자 범행했다"고 했다가 추가 조사 때 "유씨와 공모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목포 친아버지 집에 사는 의붓딸을 아내 유씨가 공중전화로 밖으로 불러냈고, 승용차 뒷좌석에서 살해할 때는 유씨가 운전석에서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신을 유기하고 광주 집에 왔을 때 유씨가 '고생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앞서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십사)에서는 "의붓딸과 성적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강간 혐의는 부인했다.  
 
지난 1일 오후 1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주택가 골목 안에 있는 김씨 부부 집을 찾았다. 대문 밖에 한자로 된 부적이 붙은 점집이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2층 양옥인 집 마당에는 빨간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누군가 마신 맥주 캔과 종이컵, 담배 꽁초 더미가 담긴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집 앞에는 검정 그랜저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김씨 부부가 A양을 살해 후 시신을 싣고 다닌 그 차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이 승용차를 감식 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차 안에는 블랙박스가 없었다. 운전석 앞에는 가족 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김씨 부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13개월짜리 아들, 그리고 유씨가 첫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16) 등 4명이 환히 웃는 모습이 담겼다. 젖먹이 아들이 돌(만 1살) 때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에 A양은 없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 부부는 지난 2017년 봄에 현재 집으로 이사 왔다. 80대 집주인이 월세로 집을 내줬다고 한다. 김씨 부부가 1층에서 살고, 2층에는 주민들 사이에서 '삼촌'이라 불리는 이모(33)씨가 살고 있다. 유씨가 돈을 벌고,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집 밖에 거의 안 나왔다고 한다. 부부가 외출할 때만 김씨가 차를 운전했다.
 
동네 주민들은 김씨 부부를 마뜩잖게 여겼다. 비밀이 많아서다. 유씨도 가끔 밖에 나와도 주민들과 대화를 거의 안 했다고 한다. 올해 초 무속인으로 알려진 유씨가 점집을 열자 "동네 이미지만 흐린다"며 주민들의 불만도 커졌다.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점집 여자(유씨)가 남편(김씨)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거의 못 봤다. 이웃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여자가 외출할 때는 주로 2층에 사는 삼촌(이씨)과 다녀 누가 남편인지 헷갈렸다"고 했다.  
 
김씨 부부가 잇따라 경찰에 체포되자 현재 점집에는 유씨 큰딸과 이씨만 남았다. 이씨는 언론의 관심이 같은 집에 사는 본인에게 쏠리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기자에게 "가끔 고기를 구워 먹을 때나 (김씨 부부가 사는) 1층에 내려갔다. 나도 뉴스를 보고 이 사람들이 '사이코패스'란 걸 알았다. 사건과 나는 무관하다"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유씨는 지금껏 결혼을 세 번 했다. 딸을 살해한 김씨가 세 번째 남편이다. 유씨의 자식은 모두 4명이다. 2녀 2남이다. 광주 집에서 함께 사는 고등학생 딸이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맏이다. 숨진 A양이 둘째다. 셋째인 아들(9) 등 2명이 두 번째 남편 자식이다. 두 남매는 이혼 후 목포에 사는 전남편이 키워 왔다. 막내아들이 김씨와 재혼 후 낳은 자식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철규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은 스토리(이야기)가 아닌 팩트(사실)를 찾는 사람들"이라며 "김씨 부부의 사생활은 수사의 본류가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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