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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 살해' 부부 점집 가보니…

중앙일보 2019.05.02 06:00
지난 1일 광주광역시 한 점집. 중학생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계부 김모(31)씨와 친모 유모(39)씨 부부가 사는 집이다. 김준희 기자

지난 1일 광주광역시 한 점집. 중학생 의붓딸(13)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계부 김모(31)씨와 친모 유모(39)씨 부부가 사는 집이다. 김준희 기자

1일 오후 1시 광주광역시 주택가 골목 안 한 점집. 대문 밖에는 한자로 된 부적이 붙어 있다. 2층 양옥인 집 마당에는 빨간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누군가 마신 맥주 캔과 종이컵, 담배꽁초가 담긴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르포] 광주 주택가 골목 부적 붙은 집
부부 체포 후 비어…주민들 “교류 없어”

 
이곳은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계부 김모(31)씨와 친모 유모(39)씨 부부가 살던 집이다. 집 앞에는 검정 그랜저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김씨 부부가 A양(13)을 살해 후 시신을 싣고 다닌 바로 그 차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이 승용차를 감식 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차 안에 블랙박스는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운전석 앞에는 가족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김씨 부부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13개월짜리 아들, 그리고 유씨가 첫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16) 등 4명이 환히 웃는 모습이 담겼다. 젖먹이 아들의 돌 사진이다. 사진 속에 A양은 없었다.  
 
앞서 김씨는 A양 시신이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서 발견된 지난달 28일 경찰 지구대를 찾아 자수했다. 그는 전날(27일) 오후 6시 30분쯤 전남 무안군 한 초등학교 근처 농로 차 안에서 A양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범행 나흘 만인 1일 구속됐다. A양 두 발목에 벽돌을 넣은 마대자루를 묶어 저수지에 버린 혐의(사체유기)도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에서 “목포 친아버지 집에 사는 의붓딸을 아내 유씨가 공중전화로 밖으로 불러냈고, 승용차 뒷좌석에서 살해할 때는 유씨가 운전석에서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진술로 지난달 30일 긴급체포된 유씨에 대해 경찰은 이날 오후 살인 및 사체유기 방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 부부는 지난 2017년 봄에 현재 집으로 이사 왔다. 80대 집주인이 월세로 집을 내줬다고 한다. 유씨가 돈을 벌고, 직업이 없는 김씨는 집 밖에 거의 안 나왔다고 한다. 부부가 외출할 때만 김씨가 차를 운전했다. 
 
동네 주민들은 김씨 부부를 마뜩잖게 여겼다. 비밀이 많아서다. 유씨도 가끔 밖에 나와도 주민들과 대화를 거의 안 했다고 한다. 올해 초 무속인으로 알려진 유씨가 점집을 열자 “동네 이미지만 흐린다”며 주민들의 불만도 커졌다.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점집 여자(유씨)가 남편(김씨)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거의 못 봤다. 이웃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유씨는 지금껏 결혼을 세 번 했다. 딸을 살해한 김씨가 세 번째 남편이다. 유씨의 자식은 모두 4명이다. 2녀 2남이다. 광주 집에서 함께 사는 고등학생 딸이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맏이다. 숨진 A양이 둘째다. 셋째인 아들(10) 등 2명이 두 번째 남편 자식이다. 두 남매는 이혼 후 목포에 사는 두 번째 남편이 키워 왔다. 막내아들이 김씨와 재혼 후 낳은 자식이다.  
 
‘의붓딸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공철규 광주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은 스토리(이야기)가 아닌 팩트(사실)를 찾는 사람들”이라며 “김씨의 가족 관계 등 사생활은 안중에 없고, 수사의 본류도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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