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노동의 적정한 대가

중앙일보 2019.05.02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전영선 산업1팀 기자

전영선 산업1팀 기자

당신은 ‘월급쟁이’인가. 그렇다면 잠시 눈을 감아보자. 지난달 급여 명세서에 찍힌 숫자를 떠올리자. 통장에 들어온 돈은 내 노동에 대한 적정가치인가를 따져보자. 일한 보람이 밀려오나. 혹은 수고한 것에 비해 미약한가. 감히 말하자면 열에 아홉, 어쩌면 열에 열은 “내 노력에 비해 적은 돈”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하는 일에 비해 회사에서 많이 준다”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개인사업자, 혹은 자영업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상하게도 이런 태도는 타인의 수입을 대할 때 정반대가 된다. 매년 기업체 평균 연봉이 공개된 뒤 나오는 기사 반응만 봐도 그렇다. 일부는 허탈함을 또 다른 일부는 부러움을 표한다. 험한 말도 자주 등장한다. 대기업 연봉 순위라면 ‘하청업체를 후려쳐서’ ‘갑질해서’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공기업 순위라면 ‘세금으로 퍼준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평균에 불과하다’ ‘실상과 다르다’ 는 해명, ‘기자가 바보다’와 같은 욕이 달리는 것도 매년 비슷하다.
 
최근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평균 연봉 기사는 과열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CJ대한통운이 소속 택배 기사 1만2000명의 지난해 수입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소득은 6937만원, 중위소득은 연 681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 6000만원 이상이 71.5%, 연 1억원 이상 소득 택배기사는 4.6%라고 알려지면서 발표 당일(지난달 28일)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본 경제 기사 1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마도 생각했던 것보다 고액이라 주목도가 높았을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약자라고 하더니 배신감이 든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이 때문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2016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307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CJ대한통운 분석에 비해)월 100만원이나 적은 329만원으로 나타났다”며 바로 반박 자료를 내놓았다. 이들은 또 “택배 기사를 고소득자인 양 주장”하는 저의를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택배 물량과 매출 증가 추이를 따져보면 두 조사에서 드러난 연봉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럼 택배기사가 평균 6937만원의 연수익을 올리는 것이 적정하지 않은가. 결론만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택배 기사는 새벽부터 종일 제대로 된 휴식 시간 없이 일해야 한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무거운 물건 나르느라 부상도 잦다. 그러니 드러난 액수만 보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내 노동이 애틋하면 타인의 노동도 귀하다 인정해야 마땅하다. 마침 어제는 근로자의 날이었다.
 
전영선 산업1팀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