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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 신사임당 1장도 안돼

중앙일보 2019.05.02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 3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의 총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발표했다. 사흘 뒤 삼성전자는 기존의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하고 새로운 주식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액면분할 직전 265만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50분의 1인 5만3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신사임당(5만원 지폐)’ 한 장 정도면 삼성전자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개인들은 두 달간 2조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신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오는 4일이면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한 지 1년이 된다. 주가는 지난해 6월 4만원대로 내려온 이후 단 한 번도 5만원선(종가 기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30일에는 액면분할 직전보다 13.5% 떨어진 4만5850원에 마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도체 경기 둔화로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이 어두워진 것이 주가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52조3800억원에 영업이익 6조2300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3.5%, 영업이익은 60.1% 쪼그라들었다.
 
통상 주식의 액면분할은 주가에 호재가 된다.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수가 늘어나고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사정이 달랐다. 액면분할 전에도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수가 충분했기 때문에 ‘유동성 증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수는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76만명에 달했다. 액면분할 전이었던 지난해 3월(24만명)보다 52만명이 늘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소액주주들이 몰리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액면분할 이후 투자자별 순매매

액면분할 이후 투자자별 순매매

개인들은 상당한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높을 때 대규모로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내려갔을 때 팔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해 5월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 주식 1조2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월별로는 지난해 5월(1조2800억원)과 6월(1조2200억원)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주가가 5만원대 초반에서 4만원대 후반으로 움직이던 시기다.
 
개인들은 올해 들어선 4개월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다. 특히 지난 1월의 순매도 규모(1조5000억원)가 월별 기준으로는 가장 컸다. 3만원대 후반까지 주가가 밀렸다가 4만원대 초반으로 회복했던 시기다.
 
외국인은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식 1조9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매 패턴은 개인들과 대조적이었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1조40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반면 주가가 낮았던 지난 1월과 2월에는 2조9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들은 지난 1년간 3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문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라는 점에서 액면분할로 인한 개인들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며 “회사 측에선 올해 2분기 말부터 실적 회복을 예상하지만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정완·정용환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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