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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천막당사' 승리의 추억···그럼에도 주저하는 '4불가론'

중앙일보 2019.05.01 10:0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차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차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밖으로 나가도 될까.
 
자유한국당이 여권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를 놓고 강경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장외투쟁에 대해선 고심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천막 당사’를 언급하면서도 막상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적잖게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30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나경원 원내대표는 “천막을 치게 된다면 천막 투쟁본부가 될 것이다. 당 차원에서도 논의하고 있고 국민 속으로 가서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서도 확답을 내놓진 않았다.
 
한국당 내에선 강력한 대여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국회를 떠나 장외집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선 온도 차가 느껴진다. 
 
사실 한국당은 야당 시절 강력한 장외 투쟁으로 승리를 맛본 경험이 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장외집회를 4개월간 벌여 입법을 무산시켰다.  
2005년 12월 27일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27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사학법 개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12월 27일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27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사학법 개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도 28일 페이스북에 이를 언급하며 “그 당시 그 법의 정당성 여부는 불문하고 그 투쟁으로 한나라당은 국정주도권을 되찾았고 종국에 가서는 집권의 길을 열었다”며 “이번 선거법 투쟁은 당시 사학법 투쟁과는 비교가 안 되는 악법 항거 투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에선 당시와 지금은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장외 투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을 종합하면 '4불가론'으로 정리된다.
 
①노무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차이=PK(부산·경남)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17대 국회 시절 우리와 많이 싸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의회와의 타협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랬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대연정도 제안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문 대통령의 경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고집스럽게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는 스타일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우리가 장외투쟁을 하더라도 원칙을 따지지 타협점을 먼저 생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년 4월23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갖던 문재인 대표 안경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이병화기자/ 아시아투데이/ 한국사진기자협회>

2015년 4월23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갖던 문재인 대표 안경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이병화기자/ 아시아투데이/ 한국사진기자협회>

 
②민주당+야 3당의 연합전선=오히려 되치기에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패스트트랙 처리 방식처럼 민주당이 야 3당과 연합해 한국당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 자칫 장외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명분을 찾지 못하면 패스트트랙보다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친민주당 노선으로 기울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르면 1일 지명직 최고위원(2명)을 결정해 최고위를 보이콧 하는 바른정당계와 일부 안철수계를 배제한 채 당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패스트트랙 소회를 밝히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패스트트랙 소회를 밝히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③프레임 싸움의 패배=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도 밖으로 향하는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프레임을 잘 짰다. 선거법 갈등은 국회의원 밥그릇 싸움, 공수처법 갈등은 검찰 개혁세력과 반개혁 세력의 구도로 가르면서 여론전에서 화력이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있지만, 정당 해산을 둘러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한국당을 해산시켜달라는 측이 민주당 해산 측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  
 
④황교안의 리더십=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한국당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4·3 재·보궐 선거에서도 사실상 승리하며 내부 결속력도 단단해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황 대표의 리더십이 2005년의 박근혜 대표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TK(대구·경북)의 한 의원은 “당시 한겨울에도 4개월간 아무도 장외집회에 이견을 낼 수 없었던 것은 정치인 박근혜의 대중성과 카리스마 때문”이라며 “황 대표가 잘하고 있지만 정치 경험이 이제 석달 남짓인데 극한투쟁을 주도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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