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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10만원 냈더니 9만8800원 돌려받았다

중앙일보 2019.05.01 06:00
달라지는 경조사비 문화. 강정현 기자

달라지는 경조사비 문화. 강정현 기자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지난 29일 시립대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지난 29일 시립대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경조사비로 100을 지출하면 얼마가 돌아올까. 
지출 1을 늘리면, 수입은 0.988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요컨대 경조사비로 10만원을 지출했다면 그 전후로 9만8800원을 회수했다는 얘기다. 송헌재·손혜림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해 말『재정학연구』에 발표한 논문이다. 논문 제목은 ‘재정패널을 이용한 우리나라 가구의 경조사비 지출과 수입 간의 관계 분석’이다.

달라지는 경조사비 문화<4>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인터뷰
최근 10년 간 경조사 치른 가구 분석
1만원 내면 9880원 돌려받는 완전보험
“앞으로 커뮤니티 범위 줄어들겠지만
일대일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을 듯”

 송 교수팀은 최근 10년간 경조사를 치른 3000여 가구를 조사했다. 경조사 지출과 수입을 학술 주제로 다룬 매우 드문 논문이다. 송헌재 교수는 지난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경조사 문화가 확연히 바뀌지 않는 이상 그 규모는 줄겠지만 경조사비 지출과 수입이 거의 일치하는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구 계기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나도 경조사 참석이 잦다 보니 ‘한국인은 어떤 생각으로 부조금을 내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청첩장을 받을 때, 또는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올 때 당연히 나중에 받는 경제적 손익을 고민할 것이다. 그게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분석했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07∼2016년 재정패널 자료를 활용해 경조사비 지출과 수입을 따졌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평생에 걸친 자료를 활용하는 게 타당하겠지만, 국내에는 한 세대 이상을 조사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10년치 자료를 축적한 재정패널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체 3488가구 중 경조사 지출과 수입이 모두 있던 그룹, 수입이나 지출 한 쪽만 있던 2개 그룹, 수입·지출이 모두 없던 그룹 등 4가지로 구분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
"수입과 지출이 모두 있던 그룹(1301가구)은 10년 간 955만원을 지출하고, 1523만원을 받았다. 수입이 월등히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경조사비 지출 패턴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서 따져야 한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누적 경조사 지출액의 계수가 0.988로 추정됐다.”
 
그게 어떤 의미인가.  
“경조사 지출액이 1만원 늘어나면 경조사 수입도 9880원, 즉 거의 1만원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어떤 가구에서 경조사가 생겼을 때 거둔 수입이 지금까지 치른 경조사 비용을 거의 모두 보전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학 용어로 ‘완전보험(full insurance)’이라고 부른다.”
 
완전보험이라니.  
“기초 자산이 100일 때 이 자산이 온전히 보장될 확률, 즉 기대값(보장자산)이 100이라는 뜻이다. 더 간단히 말해 수익과 비용이 같다는 의미다.” 
 
예상했던 결과인가.  
“그렇게(완전보험) 가설을 세운 것이지, 그리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경조사 문화가 사회적 약속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비교적 놀라운 결과로 여겨진다.”
 
실제로 주변을 봐도 그런가.  
“나는 아직 경조사비 수입이 없었다. 이 연구는 수천 가구를 대상으로, 장기간 패턴을 분석한 결과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거보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겠다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은 예전에 비해 크게 옅어졌다. 경조사비 문화도 달라지지 않을까.  
“궁극적으론 그렇게 될 것이다. 결혼관이 달라지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경조사비를 지출하는 시점과 회수하는 시점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지출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결국 내가 관리하는 커뮤니티의 범위가 작아질 수 있다. 실제로도 오프라인 커뮤니티 범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일대일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나.  
“상당 기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예측해서 향후에 수입이 적을 것 같으면 지출을 덜 할 것이다. ‘나는 (경조사비를) 냈는데 나중에 안 돌려주네’라는 경험을 하게 되면 지출을 덜 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다.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경조사비를) 주고받는 문화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범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작은 결혼식 움직임이 있고, 알리지 않는 장례식도 늘고 있다. 또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됐다.
“그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할까. 전반적인 경조사 문화가, 기대 의식이 바뀌어야 경조사비 패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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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박형수·김태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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