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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통계와 거짓말 사이

중앙일보 2019.05.01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통계는 술 취한 사람 옆에 있는 가로등과 같다. 빛을 비추기보다 기대는 용도로 쓰인다.”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통계 수치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멋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수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때론 부적절한 통계까지 끌어대는 경우가 허다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 불평등의 사례로 “(서울)강남 학생이 서울대의 60%”라고 했다. 실제 강남 비중(12%)을 5배로 불렸다. 60%는 ‘2004년 서울대 재외국민 특별전형 합격자 53명 중 강남 지역 학생 비율’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계에 손을 댔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1년 물가 통계를 개편할 때 조사 품목에서 금반지를 쏙 뺐다. 당시는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때였다. 금반지를 뺀 덕에 물가 상승률이 0.4% 포인트 떨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일종의 분식 통계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통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느니 하는 것 등이다.
 
이번엔 OECD 경제성장률 통계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이 입방아에 올랐다. 여권은 올해 초 “미국을 제외하면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2.7%)이 OECD 1위”라고 자화자찬했다. 36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프랑스 등 달랑 4개국만 성장률을 발표한 상황에서 한 얘기였다. 지금 와서 밝혀진 실제 성적은 18위다. 사실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성장률 2위”란 건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소리였다. 워낙 경제가 어렵다 보니 희망을 불어넣으려고 성마르게 군불 지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통계학자 캐럴 라이트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들은 숫자를 어떻게 이용할까 궁리한다(Figures don’t lie, but liars figure).”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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