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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단적 선택 많은 달은 5월,일조량 증가가 감정기복 초래

중앙일보 2019.04.30 13:07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23> 
서울 마포대교에 세워진 '위로' 하는 동상. [중앙포토]

서울 마포대교에 세워진 '위로' 하는 동상. [중앙포토]

한 해 중 5월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전 교수는 통계청의 2017년 자살 통계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5월 자살자는 1158명으로 1년 중 가장 많다. 2017년 자살자의 9.3%를 차지한다. 11월~이듬해 2월 자살자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3월 봄철에 접어들면 증가하기 시작해 5월에 절정에 이른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1년 자살시도자 1921명을 인터뷰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30일 오전 국회자살예방포럼 개최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 발표
갑자기 일조량 늘어 감정기복 야기
봄철 상대적 박탈감 해소해야
은둔형외톨이 찾아 적극 대응해야

 
봄철 자살 급증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홍진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 서구에서도 봄철에 자살률이 가장 높다 며 “남반구인 호주도 봄철인 10월 자살률이 가장 높고 3~5월은 자살률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자살 급증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로 부른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오른쪽 첫번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오른쪽 첫번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일반적으로 햇빛은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낮 활동량을 늘려 햇볕을 쬐는 시간을 늘릴 것을 권고한다. 그런데 전 센터장은 이날 행사에서 스프링 피크의 원인을 '강한 햇볕'이라고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자살이 봄철에 급증하는 이유는 햇볕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언뜻 모순돼 보인다. 
2017년 월별 자살 현황

2017년 월별 자살 현황

전 센터장은 "자살 예방을 위해선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틈틈이 햇볕을 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급작스러운 변화다. 전 센터장은 “가을과 겨울철엔 일조량이 적어 다른 계절에 비해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흔하다”며 “봄이 돼 갑자기 햇볕이 강해지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의 감정 기복이 급격하게 심해지면서 자살률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경우보다 봄철 자살률이 더 높다. 전 센터장은 “급작스런 변화를 줄이려면 2~3월에 햇볕을 쬐기 시작해 빛으로 인한 감정 변화에 적응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안실련]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안실련]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자살 연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도 120년 전 쓴 자살 예방론에서 봄에 자살이 늘어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며 “미국·유럽 등 주요 대학에서 일조량과 자살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 교수는 “일조량 변화뿐 아니라 봄철에 심리적·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절한 개입도 중요하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 의대 교수)은 “일본에선 봄철에 자살예방주간을 지정해 신경을 쓰고 있다”며 “계절이 바뀌는 2,3월에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자살위험자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원 자살예방 라이프호프 사무처장은 "3월 입학·복지서비스 개편 등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겨울부터 자살 위험군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안실련]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안실련]

전홍진 센터장은 “봄철 자살 급증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집안에서 나오지 않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젊은 층”이라며 “지역사회 차원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이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대부분의 자살 예방 관련 정부·지자체 사업이 9월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3월부터 자살 위험군 점검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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