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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이 짙은 스모그에 싸여 있다. 강찬수 기자

지난해 11월 26일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에서 내려다본 자금성이 짙은 스모그에 싸여 있다. 강찬수 기자

“3일 베이징에 있을 때 파란 하늘이었고, 서울과 같은 (고농도) 현상을 느끼지 못했다. 중국이 강도 높게 노력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 동안 베이징을 방문한 뒤 3일 김포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중국 ‘파란 하늘 지키기 운동’ 성공했다?
베이징 초미세먼지 배출량 크게 줄었지만
주변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
대도시 위주 감축 정책이 부작용 불러

 
반 전 총장은 “이번에는 중국의 ‘파란 하늘 지키기 운동’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말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와 전쟁’은 성공하고 있을까?
 
대도시 초미세먼지 줄었지만…지방은 증가
중국 징진지 대기오염 정책에 따른 초미세먼지 배출량 변화. 징진지 지역은 배출량이 감소(노란색)했지만,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배출량이 증가(붉은색)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중국 징진지 대기오염 정책에 따른 초미세먼지 배출량 변화. 징진지 지역은 배출량이 감소(노란색)했지만,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배출량이 증가(붉은색)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지난 2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는 ‘일부를 위한 깨끗한 공기: 지역적 대기오염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여파’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의 핵심은 베이징 등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정책으로 인해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이다. 빈 첸 중국 베이징사범대 환경학부 교수 등 중국 학자들이 참여한 연구 결과라서 더 주목을 끌었다.
  
논문에 따르면 2012~2017년 중국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의 1차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배출 전망치(BAU)보다 34% 낮아졌다. 중국 정부가 징진지를 대상으로 강력한 미세먼지 감축 정책을 펼치면서 연간 580kt(킬로톤=1000톤)의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는 뜻이다.
 
베이징은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연간 55kt가량 줄었고, 톈진과 허베이 지역도 각각 67kt, 458kt 감소했다.
 
반면 징진지 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오히려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2.5%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징진지와 가까운 산시성은 8%(54kt), 내몽골 자치구는 8%(32kt), 랴오닝성은 5%(32kt) 증가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주요 유입 경로로 알려진 산둥성 역시 2%(25kt) 늘었다. 중국 전체의 배출량 역시 1.6% 증가했다.
 
징진지 대기오염 정책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 영향. 초록색이 진할수록 농도가 감소했고, 분홍색이 진할수록 농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징진지 지역의 농도는 감소했지만, 다른 지역의 농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징진지 대기오염 정책에 따른 미세먼지 농도 영향. 초록색이 진할수록 농도가 감소했고, 분홍색이 진할수록 농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징진지 지역의 농도는 감소했지만, 다른 지역의 농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대도시 위주의 감축 정책이 주변 오염 높여”
중국 산둥성 철강공강. 강찬수 기자

중국 산둥성 철강공강. 강찬수 기자

중국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공장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지자 2013년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 왔다.
 
2017년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2012년 대비 1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징진지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를 같은 기간 25%줄이기로 하는 등 더 강력한 감축 정책을 폈다. 석탄 소비를 금지하고,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사업장을 퇴출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대도시 지역에 집중한 저감 정책이 지방의 오염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연구팀이 오염원을 추적해 보니 징진지 지역에서 감축한 초미세먼지의 41%가 주변 지역의 오염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정헌 건국대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징진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감축 정책을 펼치다 보니 오염시설이 멀리는 가지 못하고 인근의 내몽골이나 랴오닝, 산둥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베이징 등 징진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5년간 39% 좋아졌다”며 중국의 영향으로 한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서 드러나듯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대도시에만 국한됐을 뿐 아직 중국 전역으로 퍼지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구팀은 “오염 기업들이 대도시 위주의 저감 정책을 피해 환경 기준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했다”며“낙후된 지역들은 점점 더 심각한 오염의 여파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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