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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김태년과 이인영

중앙일보 2019.04.30 00:19 종합 31면 지면보기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이인영(서울 구로갑·3선)과 김태년(성남 수정·3선)은 친구 사이다. 동갑내기로 전대협 1기 출신이다. 18대 총선에서 같이 낙선했고 세 번(17·19·20대)은 같이 당선됐다. 배지를 달기 전에도 전대협 모임을 통해 자주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거의 35년 지기다.
 

3선의 전대협 1기 출신
원내대표 경선서 경쟁
노웅래 기세도 만만찮아

독특한 인연도 있다. 이인영의 장인이 민주화 운동가인 이해학 목사다. 이 목사는 성남주민교회에서 오래 시무했다. 김태년은 대학 졸업 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했고 거기서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마침 김태년이 그 교회를 다녔고 그를 눈여겨본 이 목사는 “정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선거에서 만나면 적이 된다. 선거란 게 잔인한 거다. 둘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부딪힌다. 전대협 출신끼리 이같이 굵직한 선거에서 맞붙기도 드문 일이다. 이번 경선에선 노웅래(서울 마포갑·3선)도 나선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 그의 기세도 만만찮다.
 
이인영과 김태년이 지나온 길을 보면 묘하게 엇갈리는 구석이 있다. 이인영은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6·10 항쟁에 적극 참여했다. 그해 9월 전대협을 결성해 초대 의장이 된다. 대학 졸업 후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등에서 재야 운동을 한다. 그에겐 86그룹의 리더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운동권 이력은 화려했다. 그런 영향이 있었던지 이인영은 우상호·임종석 등과 함께 ‘젊은 피 수혈’ 케이스로 김대중 정부 시절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다.  
 
서소문 포럼 4/30

서소문 포럼 4/30

김태년도 경희대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탰지만 당시 명성이 그만큼은 아니었다. 김태년은 대학 졸업 후 성남에서 10년 넘게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기반을 닦았다. 그 후 유시민 전 의원과 함께 개혁당을 만들어 노무현 정부를 뒷받침한다. 김태년의 친문(친문재인) 본색은 여기가 기원이다.
 
초·재선을 거쳐 20대 국회(2016년)에선 김태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친문 핵심으로 활약하면서다. 그는 추미애·이해찬 당 대표 체제에서 연이어 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부 출범 후 당·정·청 회의 등에서 비치는 그의 비중은 적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와도 가깝다. 그의 사무실에는 문 대통령이 선물한 난 화분이 두 개 있다고 한다. 두 번의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받은 거다. 이해찬 대표도 문 대통령의 난은 당 대표가 되며 받은 거 하나라는데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김태년은 총선 승리의 기틀 만들기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유능한 집권 여당론을 펼친다.
 
반면 비주류 이인영은 20대 국회에선 소강상태였다. 지난해 전당대회에 나와 당 대표 자리를 노렸지만 컷오프(예비경선)에서 탈락한다. 대외적으로 뚜렷하게 보여준 게 없었다. 그래도 이인영에겐 2010년 전당대회에서 86그룹 단일 후보로 나와 4위(최고위원)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관록이 있고, 2015년 당 대표 경선에선 문 대통령과 경쟁한 적도 있다.  
 
좀처럼 변하지 않을 거라는 그가 요즘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 21일 출마 선언을 하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염색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는 주류와 비주류가 없는 통합과 이를 토대로 한 총선 승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영원한 주류도, 비주류도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더불어 이번엔 누가 원내대표가 돼 주류의 새 역사를 쓸지 더욱 궁금하다. 특히 이번 선거는 당선자에 따라 당내 계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친문계 주류가 맥을 다시 이을지 아니면 비주류 당선 여파로 친문계에도 분화가 생길지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나 원내대표 경선에서 2017년 우원식 의원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거의 친문계가 휩쓸었다.
 
경선일은 5월 8일이다. 패스트트랙 파동으로 후보들이 제대로 선거 운동도 못 한다고 한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패스트트랙 파동이 어떤 결과를 낼지에 따라서 경선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은 후보 등록일이다. 다음 주 민주당은 집권 3년 차를 맞는 청와대에 어떤 원내대표를 내세울지 무척 궁금하다.
 
신용호 정치국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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