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트렌드] “의사법인 설립 허용되면 치과 의료서비스 경쟁력 높아질 것”

중앙일보 2019.04.30 00:05 3면 지면보기
이슈 인터뷰 '의사법인’ 제안한 고광욱 유디 대표
최근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될 뻔한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영리병원’과 함께 ‘의료 민영화·영리화’ ‘1인 1개소법’ ‘네트워크 병원’ 등 갑론을박이 한창인 관련 용어들이 화제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1992년 개원 이래 120여 개의 치과를 구축하며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으로 성장한 유디치과도 그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대방로에서 고광욱(39·유디치과 파주점 대표원장) 유디대표를 만났다. 
고광욱 유디 대표는 의사들이 모여 만든 ‘의사법인’이 허용되면 의료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광욱 유디 대표는 의사들이 모여 만든 ‘의사법인’이 허용되면 의료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가 첨단 장비 구입 쉬워져
진료비 절감 등 긍정적 효과 커
1990년대 제정된 1인 1개소법
동네병원 현실과 동떨어져

의료 민영화·영리화에 대해 일부 부정적 시선이 여전하다.
 
“미국과 같은 의료시스템은 나 역시도 반대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의료 민영화·영리화, 영리병원 등이 의료의 공공성을 해친다는 의미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란 건강보험을 국가가 아닌 민간(기업)이 담당하는 것이다. 의료 영리화는 의료서비스를 돈 버는 수단으로 삼을 자격이 누구에게 어디까지 있는가의 문제다. 의료는 예전부터 영리화됐다. 영리 추구가 나쁜 건 아니다. 영리를 추구하면서 나쁜 수단을 쓰는 게 문제다. 영리병원은 ‘영리법인 병원’의 줄임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은 의사, 비영리법인(대학 재단, 공공기관 출연 재단 등) 등에 한하는데 제주 녹지국제병원처럼 기업(영리법인)이 개설하는 병원이 영리병원이다.”
 
현재 국내 치과업계의 의료 서비스의 한계점은 무엇인지.
 
“국내 병·의원, 특히 치과계는 아직도 낙후된 산업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장을 의사 본인이 마련해야 하고 진료는 물론 경영까지 의사가 다 해야 한다. 1인 공방이나 다름없다. 이 방식이 예전엔 문제될 게 없었다. 특히 치과 분야는 의사 개인의 손 기술이 얼마나 야무진지가 병원 성공의 관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의료 기술·장비가 첨단화되면서 1인 병원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의사 혼자서는 고가의 첨단 장비를 구입하기 어려운 데다 이 비용을 혼자 감당하려면 환자 수가 많아야 하는데 요즘 환자들은 크고 번듯한 대형 병원으로만 몰려간다.”
 
그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한 방안으로 네트워크 병원이 등장한 것인가.
 
“그렇다. 특히 동네병원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치과 업계는 더욱 그렇다. 그간 치과 의사는 치과대학에서 배운 시술법으로 졸업 후 30~40년간 의료 현장에서 써먹었다. 하지만 요즘 의학계엔 첨단 장비나 기술이 빠른 속도로 나온다. 네트워크 병원처럼 젊은 의사들이 의기투합해 공동으로 개원한다면 새 기술이나 더 좋은 의료 장비를 합리적으로 갖출 수 있다. 이를 통해 의사는 경쟁력을 높이고 환자는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여러 의사가 연대를 이뤄 동업 관계를 형성한 것이 네트워크 병원이다. 이들은 재료를 공동구매하고, 병원(의사) 혼자 구입하기 힘든 첨단 장비를 구매해 한 사업장에 두고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 덕에 진료비도 낮출 수 있다. 유디치과의 경우 이런 해법을 통해 개당 300만~400만원이던 고가의 임플란트 시장에서 150만원 전후의 반값 임플란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동종 치과 의사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그들이 근거로 대는 것이 바로 1인 1개소법이다.”
 
1인 1개소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1인 1개소법은 9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만 제정된 법이다. 원래는 의사가 한 장소에서만 진료하게 만든 법이다. 의사 수가 부족했던 당시, 의사가 아닌 사람(간호사 등 무자격자)이 불법으로 진료 현장에 투입될 우려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 그런데 네트워크 병원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개원가에서 2012년 이 법의 개정을 추진했다. ‘개설’에 한한 법률조항에 ‘운영’을 추가한 것이다. 가령 의사 세 명이 한 건물, 한 장소에 개원할 수 있지만 각각 세 개 지점에서 공동 창업 또는 운영할 수 없다. 한 장소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1인 1개소법은 구시대적일 뿐 아니라 진료비 고가 담합의 도구로 왜곡되기까지 했다. 영리병원 도입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의료계 스스로 선진화돼야 한다. 그 길목을 가로막는 게 바로 1인 1개소법이다.”
 
그렇다면 함께 고민해 볼 대안이 있나.
 
“‘의사법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법무법인·회계법인·세무법인처럼 분야별 전문가가 직접 차린 법인이 있지 않은가. 의사법인은 의사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사법인에서 대출 받아 구입한 첨단 장비를 한 곳에 설치해 공유할 수 있다. 3D 스캐너의 경우 구입비만 최소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로 비싸다. 이 장비를 살 여력이 없는 동네병원에선 치아를 본뜨고 석고를 붓는 등 원시적인 방법으로 금니를 때운다. 그런데 3D 스캐너만 있으면 환자 개개인의 치아에 딱 들어맞는 금니를 뚝딱 만들 수 있다. 유디치과는 4개 지점에서 3D 스캐너를 시범 운영하고 올 하반기까지 10여 대 더 구매할 예정이다. 2년 안에 모든 지점에서 이를 이용할 계획이다. 3D프린터는 유디치과 전 지점이 거래하는 치과 기공소에 설치됐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