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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처리" "독재타도"…여야 패스트트랙 한밤 충돌

중앙일보 2019.04.29 22:27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정치개혁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90429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정치개혁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90429

여야가 29일 선거법ㆍ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과정에서 다시 충돌을 벌였다. 지난 25~26일에 이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일어난 세 번째 여야 대치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바른미래당 내부 분열로 한 차례 패스트트랙 지정에 실패하며 “오늘은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잔뜩 벼르는 상황이었다. 한국당 역시 일주일째 농성을 벌이면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전운(戰雲)은 이날 오후 9시부터 본격적으로 고조됐다. 사개특위ㆍ정개특위 회의 공지시각 1시간 전이었다. 한국당은 국회 본관 행안위 회의실(445호실)과 제5회의장(220호실)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예결위 회의장에 예정돼있는 의원 총회에 참석을 요청한다”(민주당보좌진협의회) “의원실 별로 본청에 집결해달라”(한국당보좌진협의회)는 양당 보좌진을 향한 문자메시지도 이 시각 즈음해 발송됐다. 445호실 회의실 벽에는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인 임재훈ㆍ채이배 의원은 아예 민주당 의원총회장으로 공지된 국회 본관 예결위 회의장으로 향했다. 민주당 의원·보좌진 수백여명이 예결위 회의장에 집결하면서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당 의총장 앞에서 “김관영 원내대표 어딨어. 2중대도 아니고 본부중대에 투항을 했나. 이런 엉망이 어딨냐”고 따졌다.
 
이날 10시20분쯤 범여권 사개특위·정개특위 의원들이 회의장 220호, 445호 두 곳으로 몰려오자 농성을 하고 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제히 진입을 가로막았다.
 
이에앞서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에서 전격 제안한 공수처법 추가 발의안(권은희 의원 대표발의)을 민주당이 수용하자 한국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이 “오늘 중으로 패스트트랙을 모두 처리하겠다”(강병원 원내대변인)는 입장을 밝히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님들께서는 모두 비상대기해달라”는 긴급 메시지를 발송했다.
 
◇김관영ㆍ권은희 최후통첩에 담긴 내용은=이날 오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권은희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을 때만 해도 패스트트랙 처리 여부는 안갯속이었다.
 
특히 법안 내용면에서 기존 여야4당 합의안과 다소 차이가 있어 민주당의 수용 여부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권은희 의원 안에서는 공수처장을 임명 할 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수처장추천위에서 2명을 추천 받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는 기존 합의안과 같지만 ‘국회 동의’ 절차가 추가됐다.
 
공수처 내 검사 임명 절차 역시 다르다. 기존 합의안은 공수처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지만, 권은희 의원 안은 공수처 내 인사위원회 추천을 받아 공수처장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공수처 내 ‘기소심의위원회(기소심의위)’의 설치도 차이점이다. 기소권을 행사할 경우, 심의위원후보군(만20세 이상 국민 중 일부) 가운데 7~9명의 위원을 무작위 선정해 위원회를 구성한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위원회 심의ㆍ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는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기소배심제도와 유사하다. 법정에서 유무죄 여부를 배심원이 판단하듯, 재판에 넘길지 말지 여부도 배심원이 판단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4당 합의 과정에서 공수처의 기소대상을 한 차례 제한(판ㆍ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한 적이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추가 양보를 강요받는 상황이었다. 특히 장관을 임명할 때보다 더 엄격한 국회 임명동의 조항,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 제한의 경우 내용 면에서도 정부ㆍ여당 입장이 불만을 가질만 한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정치권에서는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불만 많지만 수용” 민주당의 속사정=실제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부정적 기류가 표출됐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의총에서 ‘기소심의위가 공수처 기소권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백혜련 의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된다’(우상호 의원) 등의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재정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할 말은 차고 넘치나 삼가하겠다. 대의와 당론에 따르겠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제안을 전격 수용한 건 패스트트랙이 자칫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패스트트랙 ‘D데이’인 지난 25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데다, 우여곡절 끝에 열었던 26일 사개특위에서도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안건 상정에만 성공했을 뿐 지정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내용에 불만은 많지만 패스트트랙이 무산되면 지도부가 입을 타격이 크기 때문에 한 발 물러선 것”이라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안을 수용하기로 한 직후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강하게 반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의총에서 “오늘(29일) 밤 우리가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냐 또는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며 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그들만의 집권을 위한 좌파집권 연장 플랜에 시동을 걸려한다”며 “저희는 끝까지 모두 함께 저지에 앞장서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한영익ㆍ성지원ㆍ임성빈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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