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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왕국' 북극해...전세계 해양 바이러스의 42% 차지

'바이러스 왕국' 북극해...전세계 해양 바이러스의 42% 차지

중앙일보 2019.04.29 17:17
전 세계 약 80여곳에서 3년간 바닷물 샘플을 채취, 바이러스 지도를 만든 '타라 재단'의 프로젝트 '타라 오션스 엑스퍼디션'은 알루미늄 범선 '타라'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사진 타라재단]

전 세계 약 80여곳에서 3년간 바닷물 샘플을 채취, 바이러스 지도를 만든 '타라 재단'의 프로젝트 '타라 오션스 엑스퍼디션'은 알루미늄 범선 '타라'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사진 타라재단]

북극해가 전 세계 해양 바이러스의 약 42%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보고’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간 바이러스 등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은 적도 부근일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깬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2009~2013년까지 약 3년간 전 세계 해양에서 해수 샘플을 수집·분석한 ‘타라 오션스 엑스퍼디션(Tara Oceans Expedition)’의 연구결과를 2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전 세계 해양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약 20만 종으로, 과학자들이 종전 생각했던 약 1만 5000여종보다 12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는 해양 바이러스의 첫 ‘세계 지도’를 완성한 것으로 해당 연구를 평가하고 있다.
 
전세계 20개국 약 2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타라 오션스 엑스퍼디션은 전 세계 약 80곳에서 145개의 바닷물 샘플을 채취, 그 안에서 약 20만종의 바이러스 종을 식별해냈다. [그래픽제공=타라재단]

전세계 20개국 약 2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타라 오션스 엑스퍼디션은 전 세계 약 80곳에서 145개의 바닷물 샘플을 채취, 그 안에서 약 20만종의 바이러스 종을 식별해냈다. [그래픽제공=타라재단]

전 세계 20개국 20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2009년부터 약 3년간 알루미늄 범선인 ‘타라’를 타고 전 세계 해양의 바닷물 샘플을 수집했다. 약 80여곳에서 수집된 해수 샘플은 총 145개, 그 안에 포함된 해양 플랑크톤의 샘플은 3만 5000여개에 달했다. 
 
바이러스에 대해 이같은 대규모 연구가 진행된 이유는 바이러스가 해양을 비롯한 지구 생태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타라 재단’ 측은 “바이러스는 해양 표면에서 해저로 이산화탄소 등 탄소를 운반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며 “이 외에도 박테리아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전 세계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의 종(種)과 역할을 식별하는 것이 기후 변화와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게 타라 재단 측의 생각이다.
 
바이러스는 이산화탄소 등 탄소를 저장 및 해저로 운반해 바이오매스 등 형태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매우 중요하다. [사진 타라재단]

바이러스는 이산화탄소 등 탄소를 저장 및 해저로 운반해 바이오매스 등 형태로 저장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매우 중요하다. [사진 타라재단]

연구진은 수집한 샘플을 최신 ‘메타지노믹스 기법’을 통해 분석했다. 메타지노믹스는 미생물을 직접 배양하지 않고도 미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에서 얻은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기법으로, 미생물에 관한 연구를 다양화·대형화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분석 결과 총 19만5728개의 바이러스 유전체가 식별됐다. 과학계에서 기존 해양 바이러스를 총 1만 5280종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약 12배 가량 많은 것이다. 특히 연구진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이들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전 세계 해양에서 크게 5개 지역에 주로 서식하고 있었으며 그 중 상당 부분이 북극해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타라 재단이 이른바 '바이러스 지도'를 완성한 결과 그 중 42%나 되는 바이러스 군이 북극해에 서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존 열대에서 극으로 갈 수록 생물 다양성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사진은 타라호의 모습. [사진 타라재단]

타라 재단이 이른바 '바이러스 지도'를 완성한 결과 그 중 42%나 되는 바이러스 군이 북극해에 서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존 열대에서 극으로 갈 수록 생물 다양성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사진은 타라호의 모습. [사진 타라재단]

발견된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로 사람이나 동물에 감염돼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성 바이러스는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아흐메드 자이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원은 “북극 바다에서 수영을 못하게 될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세포·다세포 생물 등에 관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생물 다양성은 열대 해역에서 가장 높고 극지방으로 갈수록 감소한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에 따라) 북극해가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생물 다양성의 ‘요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특히 수면 아래에 생명체가 많을수록 이산화탄소가 바다 깊숙한 곳에서 유기 탄소 및 바이오매스 등으로 저장되는 비율이 높은 만큼, 기후변화에 북극해가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매튜 설리번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그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에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해양 생태계 및 기후 모델에서 그간 무시돼왔던 바이러스를 (변수로)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셀’에 25일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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