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보스토크 한 건설 현장에서 28일(현지시간) 북한 노동자가 합판을 옮기는 작업 중이다. 안전모 1개가 유일한 안전 장치였다. 이 노동자가 서있는 곳은 건물 11층 높이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 하루 뒤인 27일 오전, 이곳은 공사가 재개된 상태였다. 감독 격으로 보이는 중년 러시아인 남성이 현장을 쓱 둘러본 뒤 북한 노동자 중 현장 지휘 역할로 보이는 이에게 지시를 내리고 떠나는 모습도 목격됐다.
드미트리의 안내에 따라 현장이 잘 보이는 고지대로 갔더니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왔다. 2인 1조로 안전모를 착용한 채 분주한 모습이었다. 구석에 철근 뭉치가 놓인 가운데 그 위에 걸터앉아 서류 작업을 하는 이, 용접 작업을 하는 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보였다. 13층까지 올라가 있는 이 건물은 드미트리에 따르면 30층 이상의 고층 고급 맨션으로 분양될 예정이다. 드미트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야경 명물인 금각교 등이 보이는 입지라 비싸게 분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동연방대 출신인 안철환 현지 변호사도 “꽤 고급 맨션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의 공사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작업장에선 노랫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는데, 노래 없는 반주 음악이었지만 곡조가 북한 곡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자신들끼리 집단 생활을 하는데, 움막 등 안에서 간이 침대를 놓고 자는 등 주거 현실이 열악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현장 근처에도 슬레이트 지붕 등으로 엮은 움막 같은 곳이 눈에 띄었다.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노동자 현장에서 28일 노동자들이 고층에서 작업 중이다. 별다른 안전장치는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노동자 현장.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돼있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북한 노동자들의 현실은 고달프다. 김 위원장의 방러 직전인 4월 중순엔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명이 투신자살했다. 처음이 아니었다. 2016년에도 비슷한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올해) 투신자살한 남성은 30대 후반으로 (북한) 노동당 39호실과 연관이 있다”며 “북한 당국의 상납금 요구가 점점 거세지자 압박을 못 견딘 것”이라고 보도했다. 39호실은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노동자 현장의 모습. 현지인 전언으로는 고급 맨션으로 분양될 것이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글ㆍ사진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