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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한테 폭행당한 캐디, 그 골프장이 명문으로 뜬 이유는?

중앙일보 2019.04.29 08:00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10)
숱한 가게가 망하고 사라진다. 자영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장과 직원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연합뉴스]

숱한 가게가 망하고 사라진다. 자영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장과 직원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연합뉴스]

 
한국은 자영업의 무덤이라고 할 만큼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을 선점할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업종을 막론하고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마음가짐이 기업 혹은 점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닫는 가게의 징후들
자영업을 해보면 많은 시련에 부딪힌다. 언제 올릴지 모르는 임대료, 치솟는 물가, 경쟁 업소와 고객 쟁탈전, 무엇보다 종업원 개개인의 높은 이직률 등 무수히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음식을 책임지는 주방 직원의 도덕성 결여와 불성실성은 가게를 아예 문 닫게 한다.
 
주인이 주방을 전혀 모를 경우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일 년이 지나도 줄지 않는 고가의 식자재, 창고에 쌓여 있는 그릇은 물론이고 주방장 컨디션에 따라 음식 맛도 들쑥날쑥하다. 고객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결국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면 가게는 저절로 폐업하게 된다.
 
음식업을 하면 창업자 본인이 주방을 알아야 하며, 의류업을 하면 본인이 의류유통과 의류업에 대해 잘 알고 어떤 상황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사장이 일이 생겨 매장을 비워도 자신과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지닌 직원을 키워 놓아야 한다.
 
'알바생' 절도범으로 몬 편의점 영업 중단. 2017년,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지 2장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경찰에 절도 신고를 한 편의점주가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해당 편의점에 붙은 안내문. [연합뉴스]

'알바생' 절도범으로 몬 편의점 영업 중단. 2017년,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지 2장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경찰에 절도 신고를 한 편의점주가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해당 편의점에 붙은 안내문. [연합뉴스]

 
식당을 오픈하면 초기 영업력 향상을 위한 홍보에 집중할 게 아니다. 처음으로 방문하는 첫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픈 일주일, 한 달 동안 매장 홍보 보다는 방문하는 모든 고객이 가치를 느낄 수 있게 정성껏 모셔야 한다. 고객과 최전선에서 마주치는 부서 직원들이 주인과 똑같은 마음으로 근무하도록 지속적인 ‘휴먼터치(고객감성)’ 서비스 교육을 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고객 중심으로 해야 한다.
 
종업원 한명 한명이 최전선에서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인 같은 직원을 양성하고 길러내는 것이 성공의 바로미터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기 직원들을 지켜내고 배려해 회사를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후배가 경영하는 골프장에 간 적이 있다. 지역 내 유수 은행장이 캐디를 폭행한 적이 있는데 회사 내부에서는 그 은행에 대출도 많고 부탁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사건을 덮으려 했다. 창업주의 손자이자 임원이 창업주에게 달려가 부당함을 호소하고 직원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은행 대출금을 전부 사재를 털어 갚고, 원칙대로 처리했다.
 
그 사건 이후 골프장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후배에게 신뢰를 보내고 지금은 호남 최고의 골프장 중 하나가 되어 많은 고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경영자 본인은 마음대로 하면서 직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라고 할 수는 없다. 회사가 자신을 지켜주고 인정하고 배려해 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직원이 따라온다. 직원 위에서 군림하며 함부로 대하고 인격적 모욕을 하는 오너 밑에 충신은 나올 수 없다.
 
직원 만족 없이는 고객 만족도 없어
한 편의점 점주의 알바생 사랑은 자식사랑 못지않다. 이에 알바생들은 군대휴가나 취업이 되면 점장에게 찾아와 인사한다. 직원에게 최고의 사장이 되어야 직원도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앙포토]

한 편의점 점주의 알바생 사랑은 자식사랑 못지않다. 이에 알바생들은 군대휴가나 취업이 되면 점장에게 찾아와 인사한다. 직원에게 최고의 사장이 되어야 직원도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앙포토]

 
자영업이든 제조업이든 무슨 사업을 하든지 직원의 만족 없이 고객의 만족은 없다. 수십억 원을 투자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당에 간 적이 있다. 자리에 앉고 5분도 되지 않아 이 식당은 곧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서비스에 대한 기본 교육이 전혀 안 돼 있고, 고객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책임자 또한 보이지 않았다.
 
중간 관리자도 있고 임원도 있고 사장도 있고 회장도 있을 텐데, 그 기업엔 아무도 서비스업에 대한 본질, 즉 고객 만족의 영속성에 대해 인지하는 사람과 시스템이 없었다. 식당은 따로따로 겉돌듯 운영됐고, 예상대로 머지않아 그 브랜드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많은 돈을 들여 겉만 화려한 시설물로서의 식당을 자랑하기보다, 오픈 날에 수천만 원의 예산을 사용해 매장 홍보에 열을 올리기보다, 고객 접점 최전선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대하는 직원 개개인의 마음에 서비스 정신을 심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오픈 첫날 첫 손님부터 만족하게 하는 서비스업의 본질을 구성원 모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불친절하면 형제간에도 다른 집에 간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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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필진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 국내 대표적인 외식브랜드와 식당 300여개를 오픈한 외식창업 전문가다. 지난 30여년간 수 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폐업을 지켜봤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창업강의 등을 통해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갱생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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