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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잘나가는 IT 대표들, 알고보니 ‘2N’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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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IT 대표들, 알고보니 ‘2N’ 출신

중앙일보 2019.04.29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판교 CEO 사관학교 NHN과 네오위즈
 
2003년 4월 당시 NHN 공동대표였던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이사희 의장.[중앙포토]

2003년 4월 당시 NHN 공동대표였던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이사희 의장.[중앙포토]

‘2000년 2월 중순 강남역 인근의 한 술집.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당시 네이버컴 이사)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ㆍ당시 네이버컴 대표)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이 GIO에게 한게임과 합병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당시 한게임 대표)이 도착했을 땐 얘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한국 벤처 역사상 최고의 합병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초창기 NHN의 성장과정을 다룬 책『네이버, 성공신화의 비밀』(임원기 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고만고만한 스타트업 중 하나였던 네이버와 한게임은 이 합병을 기점으로 '인터넷 검색'과 '게임'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정보기술(IT)공룡 NHN으로 진화했다. 2013년 다시 갈라서긴 했지만 이 합병의 영향력은 20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NHN에서 게임과 인터넷 검색 비즈니스 양쪽을 두루 경험해 본 이들이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 IT기업 최고경영자(CEO)로 활발하게 활동중이어서다. 주요 보직을 맡았던 NHN출신 IT기업 CEO만 20여 명이 넘는다. 짧게라도 거쳐간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NHN 출신 대거 포진한 카카오와 게임사
 카카오에는 NHN출신 대표들이 유난히 많다. 여민수(50)ㆍ조수용(45) 공동대표부터 그렇다. 여 대표는 NHN e비즈 본부장을 지냈으며 조 대표는 NHN 마케팅·디자인 총괄 부문장이었다. 문태식(50) 카카오VX대표, 남궁훈(47) 카카오게임즈 대표, 권승조(43) 카카오IX 대표, 정신아(44) 카카오벤처스 대표 모두 NHN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카카오가 아닌 NHN 출신 대표 중엔 게임회사를 차린 이들이 많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김병관(46) 웹젠 전 대표, 모바일 게임 명가인 넵튠의 정욱(47) 대표, 김태영(46) 웹젠 대표, 유충길(44) 핀콘 대표, 이길형(43) 조이맥스 대표 등이 있다. (그림 참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NHN 출신 CEO가 IT기업에 많은 이유에 대해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핵심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2005년 NHN에 합류해 2010~2011년 한게임 부문 대표를 지낸 정욱 넵튠 대표의 설명이다.
  
“당시엔 정말 빠른 속도로 회사가 성장했다. 밑에 팀원이 처음엔 10명이었는데 1년도 안돼 50명이되고 또 다시 100명이 되더라. 맡은 사업 규모도 100억 하던 게 금새 500억, 1000억원으로 커졌다. 일하는 사람이 재미가 없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에야 우스개 소리로 ‘우리가 착각했다’고 얘기들 하지만 당시엔 회사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일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대기업에선 쉽사리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압축적으로 쌓아가며 개인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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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인맥 '큰 형님' 김범수 의장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들 중 일부.                    [카카오벤처스 홈페이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들 중 일부. [카카오벤처스 홈페이지]

 카카오와 게임사에 NHN 출신 CEO가 많은 데에는 김범수(53) 카카오 의장의 존재도 빼 놓을 수 없다. 한게임 창업자인 김 의장은 한 번 같이 일한 동료, 후배는 끝까지 챙기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의장은 2007년 NHN을 떠나면서 “성공한 선배 기업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행은 후배 기업가를 키우는 것”이라며 “CEO 100명을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를 성공 궤도에 올려 놓은 뒤인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를 설립해 지금까지 150개 기업에 투자했다. 
 
 NHN을 떠난지 10년도 넘었지만 NHN 당시 함께 고생했던 이들과 단체 카톡방을 개설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한게임 출신들이 주요 멤버다. 20여명 가량 되는 구성원들은 1년에 한두차례 정기적으로 만난다. 지난해 12월에는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고깃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한 모임 참석자는 "그때 그때 시간되는 사람들이 참석하는 열린 모임"이라며 "블록체인에서 인공지능까지 온갖 주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서로 의견을 나누고 옛날 얘기도 하는 그런 자리"라고 말했다.  
 
애니팡·검은사막도 NHN출신이 만들어
 CEO중엔 시니어급만 있는게 아니다. 사회초년생 시절 NHN을 거쳐간 이들도 많다. 애니팡을 만든 이정웅(38) 전 선데이토즈 대표,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 김대일(39)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젊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의 자유로운 환경이 CEO급 인재를 배출한 원동력"이라고 애기한다. 2003년 NHN에 공채로 입사한 NHN 빅풋 김상호(41) 대표도 그 중 하나다. 그가 입사 시험을 볼 당시 2차 면접관이 김병관 의원, 3차 면접관이 이해진 GIO, 김범수 의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였다고 한다.
 
김범수·이해진이 "회의실 오래 써 미안하다" 
김상호 대표의 회고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기존 전통 산업처럼 정해진 방식이 없고, 방법을 만들어가며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또 회사 직원 연령대가 많아야 30대 후반으로 대부분 비슷했다. 신입사원이라도, 어리더라도 아이디어만 좋으면 얼마든지 중책을 맡을 수 있는 구조였다. 실패해도 NHN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또 다른 일을 하면 됐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일했다. 한번은 신입사원들끼리 회의하려고 회의실을 예약했는데 누가 들어가서 안나오는거다. 계속 두드렸더니 김범수 의장님과 이해진 GIO가 나오더라. 대기업 같았으면 우리가 혼났을 텐데 오히려 그분들이 미안하다며 다른 장소로 갔다. 그만큼 열린 분위기였다.”
  
 NHN은 2013년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다시 분리됐다. 게임 부문을 중심으로 간편결제 플랫폼인 페이코 등 핀테크 분야와 클라우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분리 5년만에 다시 사명을 NHN으로 바꿨다. NHN관계자는 “앞으로도 우수한 IT인재 양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네오위즈 판교타워 앞에 위치한 네오위즈ㆍNHN 정류장. 판교=박민제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네오위즈 판교타워 앞에 위치한 네오위즈ㆍNHN 정류장. 판교=박민제 기자

장병규ㆍ나성균이 이끈 또 다른 CEO사관학교
 IT기업 CEO 인맥의 또 다른 축은 네오위즈(NEOWIZ)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대표가 주축이 돼 1997년에 세운 회사다. 당초 '원클릭'이란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였지만 이후 웹기반 채팅 서비스인 ‘세이클럽’ 게임포털 ‘피망’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장 의장이 2007년 크래프톤(구 블루홀)을 세우면서 네오위즈 출신인 김강석(49) 전 대표와 김효섭(45) 대표가 차례로 대표를 맡았다. 
 
 ‘미르의 전설’로 잘 알려진 게임사 위메이드의 장현국(45) 대표도 네오위즈 모바일 대표 출신이다. 엑스엘게임즈의 최관호(48) 대표와 조계현(49) 카카오게임즈 대표도 네오위즈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비교적 젊은 세대 CEO로는 김봉진(43) 우아한형제들 대표, 정주환(41)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이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네오위즈를 거쳐간 이들은 회사에 유능한 인재가 많았던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한다. 10년 넘게 네오위즈에서 근무했던 한 IT기업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일할 때는 옆에 좋은 동료가 있어서 자극받을 때다. 당시 네오위즈엔 카이스트 전산학과나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오지 않으면 팀장을 달지 못한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다. 우리 뿐만 아니라 강남 테헤란밸리 인근 IT회사들에도 인재가 많았다. 옆 사람을 쳐다보며 자극받아서 일하다 보니 다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i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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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박민제 기자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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