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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1+1=3 되려면 두 정상 빨리 만나라”

중앙일보 2019.04.29 00:06 종합 1면 지면보기
새 일왕 시대 한·일 관계 <상> 
후쿠다 야스오

후쿠다 야스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83·사진) 전 일본 총리는 “레이와(令和·일본 새 연호) 시대 일본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평화국가로, 일본은 절대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임을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이 리드하면 중국·미국도 움직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후쿠다 전 총리는 “정치가들이 미래를 생각하면 다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악화된 관계를 풀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후쿠다 전 일본 총리 인터뷰
“앞으로 다가올 아시아의 시대
한·일 리드하면 미·중 움직여”

한·일 관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양국 초계기·레이더 논란 등을 놓고 일본이 반발하며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5월 1일 나루히토(徳仁) 새 일왕이 즉위하며 레이와 시대를 맞는다. 후쿠다 전 총리와의 인터뷰는 레이와 시대를 계기로 경색된 한·일 관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후쿠다 전 총리는 “다가올 ‘아시아의 시대’에선 한·일이 힘을 합쳐 중국을 움직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도쿄 아카사카(赤坂)의 개인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레이와 시대 일본이 지향할 가치는.
“평화국가다. 레이와(令和)의 와(和, 조화)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 헌법을 바꾼다고 해서 평화의 가치를 잃어선 안 된다. 일본은 절대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임을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하고, 이웃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 앞으로는 아시아의 시대다. 경제 규모로 아시아의 비중은 현재 30~40%지만 2030년쯤엔 50% 이상이 된다. 작은 문제로 다툴 여유가 없다. 협력해서 보다 큰 일을 할 수 있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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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는 매우 불안정하다.
“한·중·일이 협력하는 관계로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하다. 한·일이 힘을 합쳐 중국을 움직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일이 리드하면 중국·미국도 움직인다. 한·일이 아시아를 움직이고 세계의 방향성을 정하는 시대가 된다. 양국 관계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둘이 힘을 합치면 1+1=3이 되는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지금은 1+1=1.5밖에 못 만들어 내고 있다.”
 
“일본, 절대 전쟁하지 않는 나라로 주변국 인정 받아야”
 
후쿠다 전 총리는 인터뷰 도중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203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 예측치를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를 보여줬다. “(자료를 보면) 10위 안에 6개국이 아시아권이다. 협력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그는 이 자료를 지갑 속에 늘 넣고 다닌다고 했다.
 
한·일의 국민감정이 개선될 수 있을까.
“양국 정치가 만든 측면이 크다. 정치가들의 말과 행동이 양국 국민들의 생각과 일치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매년 1000만 명 넘는 국민이 양국을 서로 오고가고 있지 않나. 정치가는 과거·현재가 아닌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이 불투명한데.
“한국 정부가 키를 쥐고 있다. 국가 간 관계도 결국은 사람 사이의 사귐이다. 두 정상이 ‘한·일 관계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선 안 되고, 하루라도 빨리 만나야 한다. 중·일 관계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 좋았지만 지금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일이 현실화되는 단계로 개선됐다. 정상 간 의지만 있으면 관계는 틀림없이 진전된다.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30일 퇴임하는 아키히토 일왕(일본에선 천황으로 부름)에 대한 일본 사회의 평가는.
“아키히토 천황은 국민과 황실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며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염두에 두고 31년을 보냈다. 또 국민이 잊기 쉬운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행동으로 보여주려 했다. 상징으로서 천황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추구해 온 천황이었다. 그 점이 이전 천황과 다른 점이다.”
 
한국 방문 기회가 꽤 있었다고 들었다.
“천황의 한국 방문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어려워진다. 가까운 나라이니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으면 된다. 방한이 외교문제로 논의되면 정치적인 문제가 돼버린다.”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는
2007년 9월부터 1년간 총리를 지냈다. 재임기간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다는 평가도 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의 1차 북·일 정상회담 당시 관방장관으로 방북했다. 퇴임 후 중앙일보 등이 발족한 ‘한·중·일 30인 회의’의 일본 측 단장 등을 맡아 아시아 협력 사업에 천착해 왔다. 선친은 중·일 수교의 주역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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