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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베이비’ 출산 앞둔 마클 “병원 앞 사진 안 찍겠다”

중앙일보 2019.04.29 00:04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해 4월 23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삼남 루이스 왕자를 출산한 직후 병원을 떠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4월 23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삼남 루이스 왕자를 출산한 직후 병원을 떠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에게 32만5000달러(약 3억7700만원)가 달려있다.” 지난 19일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의 유명 베팅 사이트 패디파워에서 이처럼 ‘로열 베이비’의 성별, 이름을 둘러싸고 도박꾼들의 돈 내기가 한창이라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대부(代父)와 몸무게까지 베팅 대상이라고 합니다. 영국 베팅업체 윌리엄 힐이 여러 사이트에서 진행된 베팅 규모를 추산한 결과 총 130만 달러(약 15억930만원)에 달했습니다.
 

출산 직후 언론 공개가 왕실 관례
왕실 의료팀 거절 … 가정출산 고려
결혼식 때부터 파격 행보 계속돼
미국 언론은 ‘마클 보호’ 자청

영국민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로열 베이비는 해리 윈저(35) 왕자와 메건 마클(38) 왕자비의 첫 자녀입니다. 태어날 아기의 왕위 계승 서열은 7위라고 하네요. 엄마가 ‘이혼·혼혈·연상·미국인·가톨릭 신자’ 이력으로 왕실 금기를 줄줄이 깬 현대판 신데렐라란 점 때문에 세계의 이목도 로열 베이비에 몰립니다.
 
최근 영국의 일부 언론은 마클 부부에게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들이 40년간 이어져 온 왕실 관례를 깨겠다고 깜짝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형님(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도 시어머니(다이애나 왕세자빈)도 출산 직후 병원에서 궁으로 가기 전 카메라 앞에서 대중에 로열 베이비를 선보였는데 이 과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를 두고 자칭 ‘페미니스트’ 마클의 생각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데일리메일은 “아이를 낳은 지 몇 시간 만에 완벽한 사진을 찍는 것은 그녀의 세계관에 전혀 맞지 않다”고 썼습니다.
 
파격 행보는 이뿐 아닙니다. 마클 부부는 왕실 의료팀을 마다했습니다. 이례적으로 가정출산을 고려 중이란 겁니다. 이미 ‘둘라’(비의료인 출산동반자)를 고용했다는 소문도 돕니다. 엘리자베스 2세의 딸 앤 공주와 다이애나, 미들턴 등은 궁에서 가까운 세인트메리병원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지난 3월 11일 출산을 앞둔 메건 마클 왕자비(왼쪽)와 해리 윈저 왕자가 영연방 기념일을 맞아 런던의 캐나다 하우스를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11일 출산을 앞둔 메건 마클 왕자비(왼쪽)와 해리 윈저 왕자가 영연방 기념일을 맞아 런던의 캐나다 하우스를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대로 가정 출산이 왕실에 대한 경의의 표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아들인 찰스, 에드워드, 앤드루를 버킹엄 궁에서, 딸 앤 공주를 클라렌스하우스(여왕 저택)에서 낳았습니다.
 
마클의 왕실 규범 도전은 이것 말고도 많습니다. 금기시돼온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왕실에서 25년 넘게 사진을 찍어온 사진가 팀 루크가 ‘여태껏 이들처럼 다정한 부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마클은 피부 톤에 맞는 스타킹을 신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맨다리를 드러내기 일쑤입니다. 로열 패션인 모자 ‘패시네이터’를 쓰지 않는가 하면, 검은색 매니큐어를 발라 화제를 부르기도 했죠. 지난해 결혼식은 파격의 연속이었습니다. 복종 서약을 건너뛰면서 ‘모든 것이 바뀐 하루’(CNN) 란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마클을 제멋대로라며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영국 언론은 동서지간 갈등설을 부추기거나, 마클이 ‘변덕스럽고 까다롭다’는 이미지를 갖게끔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을 그대로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미들턴과 마클 팬 사이 난타전도 벌어졌습니다. 마클을 반대하는 ‘멕시터스(Megxiters)’와 그를 보호하는 ‘서섹스 부대(Sussex Squadders·마클의 공식명인 서섹스 공작부인에서 따옴)’가 살벌한 공격을 주고받자 왕실은 SNS 회사 측에 악성 댓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미 언론은 곧잘 친정 식구처럼 마클 보호를 자청하고 나섭니다. CNN은 “문제는 마클이 아니라 영국의 군주제”라며 “왕실의 새로운 일원을 겨냥한 노골적인 중상모략은 끔찍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포브스는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이 가십 유통에 얽매여 있다”며 “가짜와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도전이 됐다”고 영국 언론을 비판했습니다.
 
TV 조명감독 출신인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현재 이혼) 사이에서 태어난 마클은 2011년 법정 드라마 ‘슈츠’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탔습니다. 같은 해 7년 사귄 영화제작자 트레버 앵글슨과 결혼했지만 2년 뒤 헤어졌습니다.
 
해리를 만나기 전 요란한 러브 스토리를 둘러싼 소문도 무성했습니다. 캐나다 유명 셰프부터 북아일랜드 출신 골퍼, 영국 축구선수에 이르기까지 염문을 뿌린 이들은 국적과 직업을 가리지 않습니다. 데일리메일의 케이티 하인드 기자는 “이 나라에서 자신의 신분을 높이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며 “영국 남자들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보였다”고 썼습니다.
 
해리 왕자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상이군인 올림픽 ‘인빅터스 게임’에서 만났습니다. 이후 소호하우스라는 세계적 회원제 고급클럽에서 다시 만나 친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부부는 자녀를 출산한 뒤 아프리카로 이주해 영국 왕실을 대변하는 각종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왕실 전문가는 ‘곳곳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출산한 마클이 앞으로 더 혹독한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반대로 로열 베이비가 탄생하면 언론의 불편한 시각이 바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영국 왕실을 현대화할 용감한 미국인으로 관심을 모았던 마클이 앞으로 어떤 역사를 쓰게 될지 주목됩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의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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