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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게 독립서점은 놀이터, 아날로그 감성이 팔린다

중앙일보 2019.04.29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서울 이화여대 인근의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에서는 책방 주인과 방문객이 소통할 수 있는 독서 모임 등 행사가 열린다. [사진 퇴근길 책한잔]

서울 이화여대 인근의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에서는 책방 주인과 방문객이 소통할 수 있는 독서 모임 등 행사가 열린다. [사진 퇴근길 책한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동네 서점 ‘스토리지 북앤필름’. 가파른 언덕에 있어 입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20㎡(약 6평) 남짓한 책방에 들어서자 문구류부터 에코백까지 아기자기한 소품이 눈에 띈다.
 
이곳은 대형 출판사가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공동체가 기획한 독립출판 서적을 주로 판매하는 독립서점이다. 직장인 전혜윤(29)씨는 “대형 서점에는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맛집 다니듯 복고풍 감성의 공간을 찾는 게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독립서점은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2030세대(20~30대)의 ‘핫플레이스(인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고객들의 카드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독립서점은 최근 수년간 방문객 증가율이 매우 높은 업종의 하나란 설명이다. 신한카드 고객 중 지난해 한 번이라도 독립서점을 찾은 인원(5만명)은 2014년(1만3000명)보다 27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대형서점 이용자는 1.3% 감소했다.
 
심주석 셰프가 운영하는 내추럴 와인바인 서울 연남동 ‘게스트로펍 미러’. [염지현 기자]

심주석 셰프가 운영하는 내추럴 와인바인 서울 연남동 ‘게스트로펍 미러’. [염지현 기자]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남궁설 팀장은 “젊은 세대는 대체로 새롭고 남들과 차별화된 경험을 원한다”며 “책을 매개로 독특한 취향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독립서점을 특별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립서점 이용 고객의 열 명 중 여덟 명 꼴(79%)은 20~30대였다. 20대 여성은 최근 4년 사이 453% 증가했다. 독립서점의 운영 방식은 책방 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채롭다. 개성 있는 책을 판매하는 곳부터 작가를 초청한 낭독회나 독서모임 등 각종 행사를 여는 곳도 많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부근에서 ‘퇴근길 책한잔’이란 책방을 운영하는 김종현(36)씨는 “출판물 저자를 초청하거나 음악·와인 관련 수업을 열기도 한다”며 “대부분 20~30대로 공감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소통한다는 점에서 참석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독립서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소규모 출판·유통 방식으로 꾸려가는 독립서점은 전국 500여 곳에 이른다. 현재 운영 중인 독립서점의 60%는 2016년 이후 문을 연 것이다.
 
남궁 팀장은 “최근 커피와 디저트를 팔거나 다양한 소품으로 꾸민 카페형 서점이 늘고 있다”며 “카페 문화에 익숙하고 유행에 민감한 20대 여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흑백 사진관도 아날로그 감성으로 20~30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곳에선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암실에서 흑백사진을 뽑아준다. 신한카드 분석 결과 전국 주요 흑백사진관 이용자의 세 명 중 한 명꼴(34%)은 20대 여성이었다. 특히 유명 관광지에서 옛날 교복 등을 입고 흑백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졌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최근 서울 홍익대나 이태원 주변의 ‘내추럴 와인바’에도 젊은 층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포도 재배 과정이나 양조 과정에서 화학적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곳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디지털 세대에겐 흑백사진을 찍는 경험 등이 새로운 놀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며 “옛것을 현대적 감각으로 바꾼 복고풍 감성이 2030세대의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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