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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비핵화 '속도조절' 언급…靑 "남북회담 지연은 '북·러 절차' 때문"

중앙일보 2019.04.28 17:08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싱행사에서 참석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영상메시지를 듣고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싱행사에서 참석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영상메시지를 듣고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4ㆍ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새로운 길이기에,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메시지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15일)이라며 4차 남북회담을 공식 제안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8일 “기념식장에 북한이 참석하지 않아 아주 아쉬웠다”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다소 시간을 주려는 것으로도 이해했다”고 전했다.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남북 정상이 처음 조우한 군사분계선에서 미국의 첼로 거장 린 하렐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뉴스1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남북 정상이 처음 조우한 군사분계선에서 미국의 첼로 거장 린 하렐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하고 있다. 뉴스1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은 ‘반쪽 행사’로 진행됐다. 4ㆍ27 정상회담의 무대가 됐던 도보다리, 평화의집, 군사분계선 등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예술가들이 기념공연이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 축사를 보내 판문점 선언을 축하했다. 그러나 북한은 끝내 행사에 불참했다. 22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행사 계획을 알렸음에도 아예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갈지 과거로 되돌아갈지 사이에서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결국 문 대통령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사전에 제작한 영상으로 메시지를 대신했다. 영상 메시지는 김정은 위원장을 의식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당장 현 상황을 진단한 ‘난관’이라는 말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했던 “어떤 난관과 장애가 가로놓여도 민족의 총의가 집약된 북남 선언들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던 것과 대구를 이룬다. 문 대통령은 이어 판문점 선언에 대해 “우리 모두, 또 남과 북이 함께 출발한 평화의 길”이라며 “우리는 평화롭게 살 자격이 있다. 이념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지혜로워졌으며 공감하고 함께해야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민족의 역할을 강조했다.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일본 플루티스트 다카기 아야코가 연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일본 플루티스트 다카기 아야코가 연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속도를 언급한 것과 관련 “북ㆍ러 정상회담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될 상황이 마련됐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러시아와의 대화라는 절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구체적 논의 상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조금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다음달 25~2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전후해 한ㆍ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ㆍ미 회담 전에 남북 정상이 만나는 그림이 청와대가 바라는 시나리오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홈페이지에 전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회 도중 통역사들을 사이에 두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홈페이지에 전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회 도중 통역사들을 사이에 두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는 다음 달 초 독일의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민족의 역할이 강조된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7년 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밝힌 평화원칙을 기초로 현 상황을 반영한 구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을 산책하며 주변 둘레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산책에는 오은선 등반가 겸 국립공원 홍보대사, 영화배우 류준열 씨, 거진초등학교 김가은, 한석민 학생이 함께했다. 2019.04.26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을 산책하며 주변 둘레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산책에는 오은선 등반가 겸 국립공원 홍보대사, 영화배우 류준열 씨, 거진초등학교 김가은, 한석민 학생이 함께했다. 2019.04.26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당초 3ㆍ1절 100주년 기념사와 4ㆍ11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신 한반도 체제 구상의 얼개를 공개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월말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메시지 발표가 계속 미뤄져 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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