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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손님 4배 늘었다…2030 홀린 '아날로그 감성'

중앙일보 2019.04.28 12:40
서울 용산구 해방촌 독립서점으로 유명한 '스토리지 북앤필름' 전경.

서울 용산구 해방촌 독립서점으로 유명한 '스토리지 북앤필름' 전경.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하는 서점으로 에코백 등 아기자한 소품도 판매한다. 염지현 기자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하는 서점으로 에코백 등 아기자한 소품도 판매한다. 염지현 기자

 
이달 25일 찾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조그만 동네 서점 ‘스토리지 북앤필름’. 가파른 언덕에 있어 입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6평(20㎡) 남짓한 책방에 들어서자 디자인 문구류부터 에코백까지 아기자기한 소품이 눈에 띈다.
 
서점 매대에는「퇴사는 여행」, 「치앙마이 드로잉에세이」 등 조금은 낯선 작가의 책들로 빼곡하다. 이곳은 일반인이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독립출판서적 위주로 판매하는 독립 서점이다. 책방 주인은 방문객들에게 ‘맞춤형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직장인 전혜윤(29) 씨는 “기존 대형 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어 신선했다”며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맛집 다니듯 복고풍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방문하는 게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획일적인 분위기의 대형서점과 달리 책방 주인의 취향과 개성이 묻어난는 독립 서점을 찾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20·30세대에겐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독립서점, 흑백사진관 등이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28일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가 카드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독립 서점을 이용한 고객은 5만 명에 이른다. 2014년(약 1만3000명)에 비해 4배(277%)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서점 이용자(325만 명)는 1.3%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신한카드 고객 중 독립서점을 한번이라도 이용한 고객은 5만명 정도로 2014년 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자료: 신한카드

※지난해 신한카드 고객 중 독립서점을 한번이라도 이용한 고객은 5만명 정도로 2014년 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자료: 신한카드

 
특히 독립서점 이용 고객의 79%가 20·30세대다. 남성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의 남궁설 셀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새롭고 남들과 차별화된 경험을 원한다”면서“그런 점에서 책을 매개로 독특한 취향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독립서점을 특별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국에 소규모 출판ㆍ유통방식으로 운영되는 독립서점은 500여 곳에 이른다. 독립서점 운영 방식은 책방 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채롭다. 단순히 독립 출판물만 판매하는 곳부터 작가나 시인을 초청한 낭독회, 독서모임 등 행사를 여는 서점도 많다.  
 
서울 마포구 이화여대 인근의 ‘퇴근길 책한잔’은 책방 주인과 방문객이 만나 소통하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와인을 마시며 책 얘기를 나누는 ‘심야 책방’ 행사가 열린다. 김종현(36) 퇴근길 책 한잔 대표는 “종종 출판물 저자를 초청하거나 음악ㆍ와인 관련 수업을 열기도 한다"며 “대부분 참석자가 20ㆍ30대로 공감대가 비슷한 사람이 모여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들려준다.  
 
 
이화여대 뒷골목의 '퇴근길 책한잔'에서는 주인장과 방문객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사진 퇴근길 책 한잔]

이화여대 뒷골목의 '퇴근길 책한잔'에서는 주인장과 방문객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사진 퇴근길 책 한잔]

 
 
흑백사진관과 내추럴 와인바도 아날로그 감성으로 20·30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흑백사진관은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암실에서 흑백사진으로 인화해주는 방식이다. 주요 고객은 20대 여성이다. 특히 경주 등 유명 관광지에서 옛날 교복이나 한복을 입고 흑백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는 게 유행이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전국 주요 흑백사진관 이용자의 34%가 20대 여성이었다. 흑백 필름에 익숙한 50대 이상 여성 고객은 4%에 불과했다.  
 
  
흑백사진관, 내추럴와인바 등 감성공간을 주로 찾는 고객은 20대 여성이었다. 자료:신한카드

흑백사진관, 내추럴와인바 등 감성공간을 주로 찾는 고객은 20대 여성이었다. 자료:신한카드

젊은층 중심으로 뜨고 있는 내추럴 와인바. 대표적인 곳이 심주석 세프가 운영하는 서울 연남동 '게스트로 펍미러'. 염지현 기자

젊은층 중심으로 뜨고 있는 내추럴 와인바. 대표적인 곳이 심주석 세프가 운영하는 서울 연남동 '게스트로 펍미러'. 염지현 기자

 
주류 문화도 바꾸고 있다. 최근 서울 홍대나 이태원 중심으로 내추럴 와인바가 뜨고 있다. 포도 재배 과정이나 양조 과정에서 화학적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와인이다. 쉽게 말해 일반 와인에 넣는 산화방지제(이산화황), 인공 효모 등을 아예 빼거나 극소량만을 넣는 와인이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내추럴 와인바 ‘게스트로 펍미러’를 운영하는 심주석(29) 셰프는 “그동안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2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내추럴 와인을 찾는 젊은 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 와인에 비해 묵직한 맛을 느끼긴 어렵지만 20대는 오히려 음료수처럼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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