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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공개] DMZ 평화의길 가니, 지뢰에 부서진 포크레인이…

중앙일보 2019.04.27 15:44
DMZ 평화의길이 27일 개방했다. 1953년 정전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에게 휴전선 부근 비경이 공개된 것이다. 사진은 금강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최승표 기자

DMZ 평화의길이 27일 개방했다. 1953년 정전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에게 휴전선 부근 비경이 공개된 것이다. 사진은 금강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최승표 기자

민간인이 DMZ(비무장지대)를 여행하는 ‘DMZ 평화의길’이 27일 열렸다. 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이날, 강원도 고성에는 민간인 200명이 DMZ 평화의길을 경험했다. 1953년 정전 이후 66년 만에 공개된 비경을 보러 전국에서 찾아온 탐방객들은 평화를 기원하면서도 곳곳에 설치된 지뢰 주의 표지판을 보며 냉험한 우리의 현실을 목도했다.
 
DMZ 평화의길은 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국방부·통일부·환경부 등 5개 부처가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기획한 걷기여행길이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합의하면서다. 애초 강원도 고성과 철원, 경기도 파주 3개 코스를 동시에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일단 고성 지역만 개방하게 됐다. 
DMZ 평화의길 고성 코스가 처음으로 개방된 27일, A코스에 참가한 탐방객들이 해안 철책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DMZ 평화의길 고성 코스가 처음으로 개방된 27일, A코스에 참가한 탐방객들이 해안 철책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고성 코스는 두 개로 이뤄졌다. A코스는 7.9㎞ 길이로,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해안 철책을 따라 2.7㎞를 걷다가 차량으로 나머지 지역을 둘러본다. B코스는 도보 이동 없이 차를 타고 주요 포인트만 다닌다. A코스는 참가자 20명씩 하루 두 차례, B코스는 80명씩 하루 두 차례 운영된다. DMZ 안을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약 2시간 30분 동안 군 통제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지정 코스를 함부로 벗어나서도 안된다. 사진은 지정된 포토존에서만 찍을 수 있다. 
DMZ 평화길 고성 구간

DMZ 평화길 고성 구간

27일 오전 10시 고성 통일전망대는 최초로 열리는 평화의길을 손꼽아 기다린 관광객과 정부 부처 관계자,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A코스 참가자들과 함께 해안 철책 쪽으로 들어갔다. 군인의 호위와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철책을 따라 걸었다. 완연한 봄, 바다는 쪽빛으로 반짝였고 철책 주변엔 민들레꽃과 제비꽃이 지천이었다. 산책로 안쪽 숲에서는 고라니가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평화의길은 기존의 군사도로와 산책로를 정비해 조성했다. 언덕에는 데크로드를 설치했고, 지뢰 매설이 의심되는 지역은 접근을 막았다. 철책을 따라 30분쯤 걸으니 남방한계선이 나왔다. 유엔사가 관할하는 DMZ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해안 철책로에는 2003년 작업중 지뢰를 밟고 폭파된 포크레인의 잔해가 있었다. 쓰러진 포크레인 주변엔 해당화가 만발해 있었다. 권성준 해설사는 “DMZ에 아직 지뢰 200만 개가 있으며 남북이 함께 제거한 지뢰는 6만여개 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DMZ 평화의길 고성 A코스는 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걷는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친절한 해설도 곁들여진다. 최승표 기자

DMZ 평화의길 고성 A코스는 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걷는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친절한 해설도 곁들여진다. 최승표 기자

약 1시간 도보 탐방로를 걸은 뒤 버스에 올라탔다. 금강통문을 둘러보고 717OP에 있는 금강산전망대에 닿았다. 1982년 만든 금강산전망대는 한때 일반인 출입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94년부터 군사시설로만 썼다. 북한 초소가 1.2㎞ 거리라는데 긴장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도리어 새소리만 이따금 울릴 정도로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눈덮인 금강산 채하봉(1588m)부터 바다쪽에 바투 붙은 구선봉, 해금강 등 북한 쪽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통일전망대에서 멀찌감치 봤던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10여년 전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다는 김영환(73)씨는 "안에 들어가서 본 금강산과 또다른 절경이 감동적"이라며 "눈에 거슬리는 철책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긴 하지만 잘 보러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강산전망대에서 본 북한. 신록 우거진 숲과 멀리 눈 덮인 금강산 채하봉이 한눈에 담겼다. 최승표 기자

금강산전망대에서 본 북한. 신록 우거진 숲과 멀리 눈 덮인 금강산 채하봉이 한눈에 담겼다. 최승표 기자

금강산을 뒤로 한 채 차에 올라 출발 장소인 통일전망대로 돌아왔다. 금세 2시간 30분이 흘렀다. 모두가 너무 짧았다며 아쉬워 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신기자들은 민간인에게 최초로 개방된 DMZ 탐방로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기자는 "군 초소와 철책이 있는 구역을 개방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한국 정부가 과감한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B기자는 "금강산과 동해가 어우러진 풍경이 파주, 철원 쪽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DMZ 평화길은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뽑는다. 고성 코스만 개방한 현재 예약 경쟁률은 평일은 10대 1, 주말은 20대 1 정도로 경쟁이 제법 치열하다. 해안 철책 도보 이동이 포함된 A코스가 훨씬 인기가 많다. 첫날 A 코스의 예약 경쟁률은 32대 1이었다. 
 
현재로선 철원·파주 코스는 언제 개방할지 알 수 없다. 문체부 김현환 관광정책국장은 “고성 코스 운영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개방할 예정으로, 유엔사가 허락해야만 가능하다”며 “안전 문제에 소홀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금강통문 앞 평화를 기원하는 솟대. 최승표 기자

금강통문 앞 평화를 기원하는 솟대. 최승표 기자

 고성=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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