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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루·쇠망치로 문 부수고 갈비뼈 부러지고…막가는 국회

중앙선데이 2019.04.27 00:43 633호 3면 지면보기
패스트트랙 이틀째 충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만큼 기상천외한 하루였다. 26일 오후 9시30분쯤 특위 위원장들의 경호권 발동에 이어 사법개혁특위가 열렸다. 여야 의원들은 사보임 적법 여부 등을 놓고 말싸움만 벌였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국회 본청에 노루발못뽑이, 일명 ‘빠루’와 쇠망치가 등장하더니 고소·고발이 온종일 이어졌다. “복부를 가격당했다”는 의원들의 피해 주장도 잇달았다. 전날 특위 사보임이 팩스로 접수되더니 이날은 법안 발의가 헌정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26일 새벽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빠루’를 이용해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6일 새벽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빠루’를 이용해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회의장 바꾸고 경호권 발동 뒤 열린 사개특위=이날 오후 9시쯤 더불어민주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들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에 모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2층 사개특위 회의장을 막아서자 기습적으로 회의장을 바꾼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뒤늦게 5층 회의장으로 향했고, 여야 의원들은 마주 앉아 거친 설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의 저지로 표결 가능성이 작아지자 전날 사개특위 위원에 보임된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은 회의를 못할 것 같다”며 자리를 떴다. 같은 처지에 있던 채이배 의원 자리엔 전날 강제 사임된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이 앉았다. 그 뒤엔 유승민 의원 등이 서 있었다. 개의 사실을 뒤늦게 알고 회의장으로 향하던 채 의원은 하릴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우여곡절 끝에 회의는 열었지만 아무 소득 없는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정개특위는 개회도 않은 채 신경전만 벌이며 시간을 보냈다.
 
◆‘빠루’로 시작해 고소·고발전으로 비화=이날 국회는 ‘빠루 논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전 8시 의원총회에 ‘빠루’를 들고 나타났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이 점거하고 있던) 7층 의안과 문을 부수려 쇠망치는 민주당이 준비해 왔고 빠루는 민주당 요청으로 방호과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 등 적법 절차에 따라 방호과 직원들이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민주당 당직자와는 일절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 사무처는 “소속 경위들이 사무실을 열기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상대편으로부터 얻어맞았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며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은 밟혀서 퉁퉁 부은 자신의 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몸싸움을 벌이다 갈비뼈가 부러져 입원했다. 충돌 과정에서 목을 다쳐 보호대를 하고 다시 나타난 같은 당 최연혜 의원은 “복부도 가격당했다”고 주장했다.
 
고소·고발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국회법 165조 등을들어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8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대규모 고발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전부 다 잡아가서 마음대로 해보라’는 결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임이자 의원은 대검찰청을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저혈당 쇼크 등으로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한 문 의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박수현 비서실장은 “병원 측으로부터 수술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개특위 회의실 앞에 누워 특위 위원 의 진입을 막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개특위 회의실 앞에 누워 특위 위원 의 진입을 막고 있다. [뉴스1]

◆초유의 전자 발의 후 재충돌=이날 오후 4시30분쯤 민주당 김경협·박완주·신경민 의원 등이 법안을 들고 7층 의사과에 등장하자 대기 중이던 한국당과 보좌진들이 술렁였다. 김 의원이 “학교 급식 민생법안”이라고 하자 한국당 보좌관들이 “꼼수 부리지 마라. 법안 확인하자”고 맞섰다. 양측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 발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개정안은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와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등을 위해 패스트트랙에 올릴 법안 4건 중 유일하게 발의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당은 형소법 개정안 발의를 막기 위해 지난 24일 밤부터 40시간 가까이 국회 의안과를 점거했다. 개정안 발의는 의원들에게도 낯선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처음 사용한 제도라 사무처도 작동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처음엔 “의안 관련 서류를 직접 접수해야 한다”고 항의하다 이내 발의 사실을 인정했다. 동시에 의안과 점거도 풀었다. 이후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로텐더홀로 이동해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국회 본관 7층 의안과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이때부터 특위 회의장을 둘러싼 공성전으로 바뀌었다.
 
당분간 정국은 완전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이후 8년 만에 벌어진 대규모 여야 충돌이라 양측 모두 감정이 격앙된 상태다. 그러잖아도 내년 4월 총선까지 사사건건 여야가 부딪칠 거란 전망이 많았다. 충청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8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오래 못 갈 거다.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내년 총선이 사생 결단의 장으로 변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권호·윤성민·임성빈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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