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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디지털 정글, 벤치마킹 고속성장 이젠 안 통해

중앙선데이 2019.04.27 00:28 633호 15면 지면보기
베인앤드컴퍼니 제조업 혁신 리포트
디지털 혁신은 이제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는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됐다. 중앙SUNDAY는 세계 최대 산업 박람회 ‘하노버 메세 2019’를 계기로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함께 제조업 혁신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칼 필립 스웨덴 왕자가 지난 1일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칼 필립 스웨덴 왕자가 지난 1일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노버 메세의 변신은 놀라웠다. 이 박람회는 한때 산업용 기기와 기계, 공구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 모터나 컴프레서, 볼 베어링 등은 볼 수 없다. 세계 유수의 제조 업체와 서비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강연장의 수사(修辭)가 아니라 목숨 걸린 사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과제가 벅차다 보니 일각에선 ‘일단 기다렸다가 남들이 하는 것을 빨리 벤치마킹하자’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고속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 디지털은 승자독식의 세계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첫째, 남에게 자랑하기 좋은 복합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회삿돈을 낭비해선 안 된다. 개별 기업이 현재 직면한 자신만의 문제를 찾아내고 우선순위를 매겨 대응해야 한다. ‘무엇’에 투자해서 투자 대비 성과를 극대화할지, 데이터와 정보는 ‘어떻게’ 운용할지, ‘누가 언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지 재검토해야 한다. 하노버에서 스웨덴의 에릭슨은 글자를 정확히 인식하고, 글자에 매치되는 블록을 카드 위에 정확히 옮겨놓고, 블록을 금고로 이동시키는 로봇을 공개했다. 로봇 자체보다 기술집약체로서의 로봇 제조를 선결과제로 삼은 결과다. 하드웨어 경쟁력, 소프트웨어 경쟁력, 융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착실히 이행했다.
 
둘째, 한 공장을 혁신한 후 다른 공장들이 그 공장을 벤치마킹하는 식의 칸막이식 디지털 혁신을 해선 안 된다. 독일 기업 보쉬는 2년 전 전 세계 280개 공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단행했다. 혁신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적절한 ‘실용 사례’를 선정한 후 서로 비슷한 상황에 있는 공장에 수평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셋째, 초반에 손에 잡히는 효율성 개선과 비용 절감을 달성하는 게 장기적인 혁신에 도움이 된다. 작은 성과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과를 상대적으로 일찍 내서 조직 내 자신감을 심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이 생각하고 실행하고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긴 혁신 장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멈칫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고용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봐야 한다. 올해 정년을 맞는 인력이 처음으로 80만 명을 넘어선다. 2030년까지 1400만 명이 은퇴한다. 생산 인력의 감소는 숙련도와 경험의 손실로 이어진다. 디지털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신입 사원이 30년 경험의 장인의 기술을 최대한 단기간에 소화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법과 도구를 디지털이 제공할 수 있다.
 
실낱같은 기회는 있다. 유통·금융업에 비하면 제조업은 아직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올해는 그렇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노버 메세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하노버=베인앤드컴퍼니 신종원 대표, 이혁진·최정수
안희재·김도균 파트너, 정리=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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