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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미세먼지 이은 중국발 ASF 위협

중앙선데이 2019.04.27 00:20 633호 33면 지면보기
강홍준 사회에디터

강홍준 사회에디터

중국 돼지 100만 마리를 떼죽음으로 몰고 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바이러스 유전형(genotype)은 Ⅱ형이다. 이 타입은 2002년 아프리카 대륙 모잠비크 돼지들을 폐사시킨 바이러스와 같다. 2007년 동유럽의 조지아, 2017년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유전형과도 동일한 형태다.(수의학 학술지 ‘Transboundary and Emerging Diseases’ 65권 6쪽)
 

산 넘고 물 건너 먼 길 온 바이러스
한반도 침투 물샐틈 없이 막아야

ASF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폐사율은 100%다. 무시무시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이 바이러스 유전형은 모두 23가지다. 이 가운데 Ⅱ형은 아프리카를 출발해 동유럽과 러시아를 휩쓸었다. 동유럽이 2014·2015년 당한 피해만 1조 11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The Veterinary Journal’ 233권 42쪽)  
 
이게 지금 중국 대륙을 쑥대밭으로 만든 데 이어 여세를 몰아 베트남과 캄보디아까지 이르렀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중국의 대응 상황은 절망적이다. 돼지를 키우는 중국 양돈 농가가 워낙 영세한 데다 폐사한 돼지고기를 유통시키다 적발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러다간 ASF가 중국 땅에서 뿌리뽑히기는 커녕 상당 기간 잔존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의 이웃 중국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어서다. 바이러스는 산 넘고 물 건너 어디든 이동해왔다. 아직 한반도로 넘어오진 않았다고 하나 안심할 수 없다. 아프리카대륙에서 아시아대륙으로 건너온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서해를 건너는 게 어려울까.
 
그렇다면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시간 문제다. 현재 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는데 개발·접종이 완료될 때까지 버티면 된다. 하지만 여러 백신연구 관련 학술지 논문을 찾아보면 개발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바이러스가 대형 이중나선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유전자와 단백질 정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힘이 약화된 바이러스를 가지고 개발한 백신을 돼지에 주입하자 오히려 병이 걸려 폐사했다.(수의학 학술지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 2018년 5권 11쪽)
 
다국적 제약회사가 뛰어들어 어떤 식으로든 백신을 개발할 때까지 버티더라도 그것만 기다릴 순 없다. 이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되는 것은 아니며, 바이러스를 보유한 돼지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거나 매개체가 있어야 전파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바이러스 유입 차단이 유일한 대안이다. 바람 타고 오는 미세먼지처럼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산 돼지와 돼지 부산물, 식품 등이 전파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유입을 철저히 막는 게 우선이다.
 
외국도 자국 양돈 산업을 지키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남향미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연구관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유럽에서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자 독일은 멧돼지 수렵을 적극 권장하고, 덴마크 국경에 높이 1.5m, 길이 70㎞ 울타리를 2019년 말까지 치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바이러스 청정구역인 독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다.
 
오히려 우리의 경우엔 중국산 돼지, 생돼지고기, 햄이나 소시지처럼 가열하지 않은 채 가공된 산물 등의 유입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유입 차단 물품엔 허가받지 않고 국내로 들고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의 식품도 포함된다.
 
올 초 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시름을 앓았다. 서해안에 초대형 커튼이라도 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미세먼지 이동은 막지 못하더라도 바이러스는 이 땅에 들어오게 놔둬서는 안 된다. 돼지고기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 일부 민족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없다.
 
강홍준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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