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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이 만난 사람] 서울대 텐-텐 프로젝트…10개 분야 세계 10위 안에 들겠다
김진국이 만난 사람

서울대 텐-텐 프로젝트…10개 분야 세계 10위 안에 들겠다

중앙선데이 2019.04.27 00:20 633호 2면 지면보기
김진국 기자 사진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오세정 서울대 총장 
국회에서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니까 서울대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한국의 대표 대학이니 도와줘야지’ 이런 인식이 있었는데, 요새는 ‘서울대가 그렇게 지원을 많이 받는데 한 게 뭐예요?’ 이런 의문을 제기해요. 우리 사회도 발전했지만, 서울대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세정(66) 서울대 총장은 세 번째 도전 끝에 2월 1일 취임했다. 이번에는 당선을 보장받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국회의원직부터 던졌다. 그만큼 그는 서울대를 바꾸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3일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유학 시절까지 수석만 했다. 그러나 그를 만나보면 소탈하다. 영재의 독불장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대화하기가 편안하다고 한다. 이런 경험이 그의 서울대 인재론의 바탕이 되고 있다.
 
한때 서울대 폐지론까지 나왔었죠.
“제일 큰 이유는 서열화의 정점이라는 거겠죠. 서열화 때문에 중·고등 교육이 잘 안 된다. 그 정점인 서울대가 문제다. 그러나 서울대를 없앤다고 서열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성찰하자면 서울대가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것만 보여주면 있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할 텐데….”
 
국가적 문제 진단하고 해법 내놔야
 
어떻게 바꿀 겁니까.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어느 사회나 엘리트, 전문가 조직이 있어야 발전합니다. 앨빈 토플러 얘기처럼 ‘인터넷 강의도 많은데 같이 모여서 들어야 하느냐. 대학이 없어질 거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니 그런 문제를 같이 풀 전문가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서울대가 국가적 문제를 제대로 진단, 판단하고 해법을 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입시도 그렇습니다. 서울대가 우선 선발해서 1등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가 어떤 입시를 하면 중·고등 교육이 정상화 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 선발 방식을 조정하실 생각인가요.
“입시는 교육부 규제가 엄청 많습니다. 나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입시제도는 너무 빠르게 바뀌면 사교육에 훨씬 유리합니다. 예측할 수 있게 천천히 바꿔야 합니다. 교육위원회를 만들어서 어떤 학생을 뽑아야 하나, 어떻게 키워야 하나, 이런 걸 서울대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끌고 가자는 생각입니다.”
 
현재 서울대는 정시 선발 비율이 20.4%다. 이것을 30%로 올리라고 교육부가 요구하고 있다.
 
“저는 정시선발을 30%로 하라는 정서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렇지만 그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시라는 게 오지선다 문제를 푸는 겁니다. 알려준 지식을 잘 외우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그런 인재가 아닙니다. 남이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걸 생각하는 창의적 학생을 뽑아야 하는데, 수능으로 해결될지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학생부 종합전형을 많이 해왔던 거고, 거기에 대해 국민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잖아요. 단기적으로는 국민에게 설명하고, 입시위원회에 외부인사도 포함시켜 선발 과정을 볼 수 있게 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려 합니다.”
 
학생부 중심으로 계속 간다는 말씀인가요.
“학생부 중심이라기보다 중·고교 학교생활을 보는 건데… 사실 출발점이 다 다른데, 마지막 결과만 보겠다는 건 빨리 출발하거나 그사이 지원을 많이 받은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정시라면 출발부터 어떻게 왔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게 학생부죠. 그렇다면 그걸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23일 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대해 ’옳다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남과 같이 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면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성, 지식을 쏟아놓기보다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23일 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대해 ’옳다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남과 같이 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면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성, 지식을 쏟아놓기보다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서울대 졸업생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총장께서 바라는 인재상은 어떤 건가요.
“그게 아까 말한 공공성입니다. 서울대 졸업생은 여러 가지 여건상 사회에서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옳다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남과 같이 가는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이미 알려진 지식을 이용하는 것보다 ‘새롭게,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처럼 지식을 쏟아놓는 게 아니라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졸업식 때 성적 최우수자에게 총장상을 주는데, 그건 그대로 하더라도 대학에 와서 남이 안 하는 도전적인 일을 한 학생을 선발해서 상을 주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런 인재 육성을 위해 그는 관악캠퍼스에 기숙형 캠퍼스(RC)를 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이 입학할 때까지 사실 협동생활을 거의 안 합니다. 옆의 친구도 내신 때문에 경쟁상대고. 우리가 키울 인재는 ‘함께 가는 지도자’입니다. RC를 하면 교수, 학생 교류가 많아지고, 같이 생활하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서울대는 법인화했지만 기대했던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일이 교육부의 간섭을 받는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의욕적인 오 총장의 구상도 그게 큰 장애물이다.
 
“교육부가 당연히 간섭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부당한 간섭에 맞서려면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 부정도 자꾸 생기고, 성추행, 이런 게 생기면 주눅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의 신뢰성이 깨지면 지식인으로서 리더십이 어렵습니다.”
 
재정 독립을 못 하는 게 간섭을 초래하는 것 아닌가요.
“사실 재정 독립 없이는 전체 독립이 어렵습니다. 제가 기초과학연구원장 때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를 간 적이 있습니다. 기초공학 연구하는 정부 출연 연구소예요. ‘얼마나 정부 간섭을 받느냐’고 물어보니 자율적으로 한다고 해요. (기초과학연구원이) 정부 예산을 얼마나 받느냐고 물어서 ‘95% 받는다’고 하니 ‘그러면 자율성이 없을 수밖에 없지’라고 했어요. 자기들 재정은 정부지원, 기부금, 로열티가 각각 3분의 1이라는 겁니다. 칭화대나 스탠퍼드대가 하는 것처럼 창업을 지원해 돈을 버는 게 방법인데, AI 밸리 등을 관악에 하겠다는 게 그런 겁니다.”
 
오 총장은 관악 대학촌과 낙성대를 잇는 AI 기반 ‘낙성대 밸리’를 조성하고, 기술기반 창업자를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최첨단 기술창업기업을 낙성대 일대에 공급해 10년 뒤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창업 요람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월 대덕전자 김정식 회장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500억원을 기부하셨는데, 그걸로 시작하려 합니다. 이게 공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과학, 예술도 포함해서 AI 위원회를 만들 겁니다.”
 
낙성대 쪽에 공간이 있나요.
“연구 공원에 LG와 SK가 만들어 쓰던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들의 기한이 지나 올해, 내년 반환합니다. 그거로 일단 창업센터를 시작합니다. AI 연구소는 학교에 부지가 있습니다. 낙성대 쪽에 서울대 소유 땅이 좀 있는데, 서울시가 용도변경을 해주면 시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게 10년, 20년 걸릴 일이라서….”
 
반도체 인력은 대학원서 육성 검토
 
반도체 학부 이야기도 나오던데.
“우리가 제안한 건 아니고 정부 측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중요한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인력이 필요하면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지만 의견 수렴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성균관대처럼 학부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서울대 정체성에 맞느냐. 우리는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데. 우리는 대학원으로 해서 연구 인력으로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고…. 또 삼성전자만을 위해서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도체 협회나 비메모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키워주는 건 명분도 있고 좋다고 했죠. 그래서 지금 삼성이랑 하이닉스랑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선진국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온 첫 세대라 연구 외에도 내가 다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 혼자 연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선진국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온 첫 세대라 연구 외에도 내가 다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 혼자 연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연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서울대 교수 중에는 규제가 많아 사립대가 노벨상을 먼저 받을 거라는 불평도 합니다.
“일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학생 수준은 도쿄대가 높지만, 노벨상 수상 이력은 교토대와 비슷하다는 거죠. 자연대 학장 때 외국인 교수들에게 학과 평가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잘한다’고 하면서도 ‘과 교수 인원에 비해 너무 하는 게 많다’는 겁니다. 미국 버클리대 물리학과는 교수가 100명 이상이니까 다 합니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니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서울대에서 안 하면 그 분야가 국내에서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학문 생태계를 위해서 안 할 수 없습니다.”
 
연구 환경을 개선할 계획은 없나요.
“그게 ‘텐-텐 프로젝트’입니다. 세계대학 평가(QS)하는 분야들이 물리학·화학 등 뭐 50개쯤 되는데, 그중에 10개 분야는 서울대가 세계 상위 10위 안에 들 게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그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소리죠. 서울대 하면 ‘이 분야는 잘해’, ‘누구 있어’ 이게 없습니다. 그걸 만들어야 세계적 대학입니다. 그걸 만들도록 행정적으로 도울 겁니다.”
 
그는 5년 전 총장 선거 정책평가에서 1위를 하고도 이사회에서 뒤집힌 경험이 있다. 총장 선출제도나 이사회 구성 등을 바꿀 계획이 없는지 물었다.
 
“당장 총장선출제도 개선위원회를 가동합니다. 후보자가 가시화되기 전, 올해 안에 정리하겠습니다. 이사회 권한, 의무가 어디까지냐, 평의원회 역할, 교수 역할… 법인화할 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안 되고, 구성원 간에 공감대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국립대일 때는 내지 않던 세금을 지금은 부과하는 것도 정리해야 합니다.”
 
경전철이 서울대 구내로 들어오나요.
“서울대입구역에서 학교로 들어오는데 진이 다 빠집니다. 학생들의 제일 큰 민원 중 하나입니다. 관악구 입장에서 보면 관내에 서울대가 있긴 한데 고립된 섬 같아서 주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사범대 학생들이 관악구 학생 멘토도 해주고 노력은 하는데…. 서울대에 박물관, 문화관 등 문화 시설이 꽤 있습니다. 이걸 관악구 주민에게 개방해 고립된 상아탑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같이 가는 대학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문화관이 지금은 시설이 낙후하지만 재건축하면 예술의전당 버금가는 공연장이 될 수 있습니다. 벤처밸리를 하면 직장도 생깁니다. 경전철이 들어오면 주민들이 접근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정리=이태윤 기자
 
초등학교서 경기중·고, 서울대 물리학과까지 수석 졸업
 오세정 총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석만 했다. 경기중·고를 수석 입학·졸업하고, 전국 대입예비고사 수석, 서울대 본고사 수석, 물리학과 수석 입학·졸업, 스탠퍼드대 대학원 물리학 박사과정 자격시험 역대 최고점…. 그런 그가 2008년 서울대 자연대학장을 마친 뒤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장을 거쳐 국회의원(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이 되면서 연구와 멀어졌다.
 
“아쉽죠. 학자로서 제일 행복한 삶은 하고 싶은 연구를 해서 남들이 기억하는 업적을 남기는 건데….”
 
오 총장 세대부터 선진국에서 제대로 공부한 학자가 늘어났다. 나라 경제도 발전했다. 덩달아 할 일도 많아졌다. 그는 입자가속기(싱크로트론)를 전공했다. 이게 중요해지면서 나라마다 연구커뮤니티가 생겼다. 국제회의를 조직했다.
 
“선배들이 해주면 나는 연구만 하면 되는데, 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다 해야 했죠. 나 혼자 연구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연구 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남과 같이 가는 리더십’은 이런 경험에서 나왔다. 국회의원도 과학자 출신이 한명 있어야 한다고 해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2년 반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정책에 관여하고,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많이 봤고, 옳은 정책 같은데 왜 채택이 안 되는지 이해도 되는 거 같고…. 과학 커뮤니티를 위해서도 억울하게 당하는 건 많이 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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