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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바이러스 검출, 북한 확산설…돼지열병 ‘빨간불’

중앙선데이 2019.04.27 00:02 633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아프리카돼지열병, 한국은 무풍지대?
지난해 8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 발생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선 검역 당국 외 어느 곳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ASF 바이러스가 불과 몇 달 사이에 중국을 휩쓸고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퍼지자 국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ASF 바이러스가 한반도에 유입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백신과 치료약이 없어 당국과 축산 농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방역과 공항·항만 등에서의 검역 조치 정도다. 조금이라도 예방활동에 구멍이 생기면 ASF 바이러스의 국내 침투는 시간 문제일 수밖에 없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국내에 ASF 바이러스가 유입돼 전파가 시작되면 300만 마리를 살처분한 2011년 구제역 파동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돼지 사육 농가와 관련 산업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행객 반입 가공품서 15건 검출
엑스레이 전수검사로 방역 총력

북한서 발병 공식 보고는 없지만
노동신문, 예방 활동 이례적 강조

중국 휩쓸고 몽골·베트남까지 번져
국내 전파 땐 산업 피해 막대할 듯

 
"감기 증상 보이다 며칠 안에 폐사”
 
독일 발슈테트 수의사들이 ASF 바이러스 대비 훈련으로 멧돼지 사체를 조사하고 있다(아래 사진).[dpa=연합뉴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독일 발슈테트 수의사들이 ASF 바이러스 대비 훈련으로 멧돼지 사체를 조사하고 있다(아래 사진).[dpa=연합뉴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최근 공항과 항만 등 검역 과정에서 ASF 바이러스의 검출 소식이 잇따르자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 산둥성에서 9일 군산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행객이 휴대한 피자(돼지고기 토핑)에서 ASF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앞서 인천·제주·평택·청주 등에서도 국외 여행객이 휴대·반입한 돼지고기 가공품에서 발견된 것(소시지 8, 순대 3, 만두 1, 햄버거 1, 훈제돈육 1)까지 총 15건의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결과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유전형(genotype)과 같은 Ⅱ형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검역 당국은 중국발 기탁화물과 수화물에 대해 엑스레이 전수검사를 해 축산물과 가공식품을 폐기하는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농림식품부는 또 베트남, 몽골에 이어 캄보디아에서도 ASF의 발생이 확인됨에 따라 이들 국가를 통한 유입에도 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 지역에서 ASF가 이미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약 그렇다면 한반도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남한으로 언제 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 같은 상황이다. 북한에서 수의사이자 축산 담당 공무원이었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내 통신원들로부터 북한의 북부 산간지대, 압록강 연안지역 등 국경지대의 개인축산 농가에서 갑자기 여러 마리의 돼지가 죽어나간다는 보고가 수차례 들어왔다”며 “돼지들은 감기 증상을 보이며 앓다가 며칠 내에 폐사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어 “지난 3월 자강도·평안북도 등에서 북한 당국이 가축의 이동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국제기구 등에 ASF 발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고한 바는 없다. 하지만 현지 통신원들이 전해온 내용과 함께 최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북한 내 국경지역의 일부 소규모 개인 축산 농가에서 ASF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조 위원의 판단이다. 이들 개인 농가는 돼지 한 마리를 길러 쌀 200kg(또는 옥수수 400kg) 정도와 교환한다고 한다. 값비싼 사료보다는 주로 ‘꿀꿀이죽’(잔반)을 돼지에게 먹이다보니 ASF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이 조 위원의 설명이다.
 
 
“자강도·평북 당국 가축 이동 차단 조치”
 
북한 내 언론 동향도 심상치 않다. 주로 정치 문제만을 거론하는 노동신문이 지난해 11월과 올 2, 3월 등 세 번에 걸쳐 중국 내에서의 ASF 발생 현황을 자세히 전하며 철저한 예방활동을 강조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조 위원은 “중국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오가는 데다 밀수 등을 통해 축산 가공품 등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에 ASF 바이러스가 들어왔다면 남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국내에서 발생한 적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감염 돼지의 치사율은 100%. 이 때문에 양돈 업계에 큰 피해를 준다. 각 국가는 이 질병이 발생하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발생 사실을 즉시 보고해야 하며, 돼지와 관련된 국제교역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ASF는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에 해당한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은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만 감염된다. 사육돼지나 야생 멧돼지가 자연숙주다. 물렁 진드기를 통해서도 전파된다. 감염된 돼지는 장기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다 1주일 안에 죽는다.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고성표 기자·정미리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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