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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발목 잡힌 화웨이, CIA가 움직인다

중앙일보 2019.04.27 00:02
 5G 통신망 장비 시장을 놓고 화웨이 봉쇄를 둘러싼 공방전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공세는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화웨이 장비로 인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미국. 미국 정부는 서방국가들을 상대로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하면 스파이 활동에 노출될 수 있다”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국가와는 민감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
 

최근엔 화웨이의 정체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첩보를 영국에 알리며 화웨이를 코너로 몰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 등 중국 국가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첩보를 영국 정부에 알렸다는 것이다. CIA는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미국과 정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파이브 아이즈’에도 해당 내용을 공유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화웨이가 국가기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왔다면 관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중국 현실에선 사실상 국가기관의 하수이라는  얘기나 다름 없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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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가들이 화웨이 장비에 대해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화웨이와 정부 사이에 자금이 오고갔다는 것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화웨이 장비를 통한 중국 정부의 정보 수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유력한 정황이다.  
 

현재까진 CIA는 이런 첩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없는 건지 아니면 다음에 공개할 카드로 준비 중인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렇게 자금 지원 문제는 사실 확인 여부에 따라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 장비 봉쇄전의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화웨이 허용 여부에 대해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영국은 5G망 구축과정에서 핵심 기술 분야에선 화웨이 장비를 배제키로 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다만 비핵심 기술 영역에선 화웨이의 부품을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는 선에서 봉합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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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벨기에 등 서방 국가들은 화웨이 봉쇄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는 화웨이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관련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독일은 진작부터 이런 입장이었지만 최근 벨기에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벨기에의 ‘사이버안보센터’는 최근 벨기에 이동전화 회사들에 장비를 공급하는 화웨이의 사이버안보 위협을 분석한 결과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이버안보센터측 대변인은 “지금까지 (화웨이 장비의) 스파이 활동 위협과 관련된 기술적 암시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아직 최종 보고서는 아니다. 계속해서 조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에서 중국도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서방의 유수 대학들과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투자를 미끼로 서방의 연구기관들과 기술적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기술력 자체를 끌어올리며 시간을 축적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반화웨이 스크럼을 민간으로 우회해 균열의 틈새를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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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 19일자 보도다. 호주의 유력 대학 가운데 하나인 모나쉬대는 중국 선전시정부와 1억 호주달러(약 820억원) 규모의 연구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모나쉬대의 의학·공학 분야 연구성과에 대한 저작권은 향후 10년간 양측이 공유하면서 기술을 중국 측에 이전하는 구조다. 
 
호주 정부는 화웨이 장비의 자국 시장 진입을 불허하고 있다. 모나쉬대는 기술 이전과 관련 정부의 철저한 감독을 받겠다고 하지만 시장에선 저작권 관리의 투명성을 두고 우려가 깊다고 FT는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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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력 대학의 이런 행보는 미국 본토의 대학들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SCMP 보도를 살펴보자. MIT는 지난 3월 화웨이는 물론 5G 장비 업체 ZTE와도 관계를 끊었다. 앞서 미네소타대는 지난 2월 화웨이와 관계를 끊은데 이어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도 화웨이와 관계를 정리했다.
 

프린스턴대는 지난해 화웨이의 새로운 자금지원을 거부하기로 했고 화웨이가 컴퓨터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마지막 차순의 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화웨이측에 통보했다.  

봉쇄와 돌파.  

화웨이가 믿는 것은 기술력과 가성비다. 화웨이 기술력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미국 통신사 AT&T 최고경영자(CEO) 랜달 스티븐슨이 공식석상에서 밝힌 얘기다. 로이터 통신 보도다.  

 

“4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쓰고 있다면  5G의 세계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꼼짝없이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유럽은 미국이 (5G 관련) 문제에 처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유럽의 문제다. 그들은 다른 업체로 갈아탈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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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는 4차산업혁명의 백본(등뼈)이다. 스마트공장, 시설, 도로 교통관리와 자율주행차의 운행이 5G망에서 구현된다. 차기 기술 패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특허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미중은 5G 기술의 표준을 놓고 뜨겁게 경합 중이다. 미국이 전방위 공세를 펴는 배경이다. 화웨이가 봉쇄를 당하며 시장 주도력이 주춤할 때 반사 이익은 이 시장의 유력 경쟁자인 삼성전자에게 돌아간다. 화웨이의 5G 보안 문제가 부각된 지도 한참 됐다. 이 시간을 삼성은 얼마나 약으로 썼을까.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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