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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릴 때까지 밀렸다, 전진 시작한 현대차그룹

중앙일보 2019.04.26 16:51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실적 발표
 
브라이언 스미스 현대차 미국법인 COO가 신형 쏘나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브라이언 스미스 현대차 미국법인 COO가 신형 쏘나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부진 늪에 빠져있던 현대차그룹이 드디어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핵심 계열사가 일제히 예상치를 뛰어넘은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업종이 전반적으로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돋보이는 성적표다.
 
현대모비스는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8조737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했고, ▶영업이익(4937억원·9.8%)과 ▶당기순이익(4858억원·+4.3%)도 동시에 개선했다.
 
주력 사업인 모듈·핵심부품제조 분야에서 매출(6조9289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늘었고 애프터서비스(A/S)부문 매출(1조8090억원)도 3.7% 증가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도 증권업계의 전망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26일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은 4조2208억원 ▶영업이익은 185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2.6%, 23.1% 증가한 규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값)는 매출액이 4조1480억원, 영업이익이 1811억원이다. 증권업계 기대치보다 현대글로비스가 더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이익률 일제히 ↑
 
베뉴는 현대차가 선보이는 글로벌 소형 SUV다. [사진 현대자동차]

베뉴는 현대차가 선보이는 글로벌 소형 SUV다. [사진 현대자동차]

 
이는 완성차 계열사 현대차·기아차의 실적 개선에서 기인한다. 앞서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제조사도 실적이 좋다. 현대자동차는 같은 기간 ▶매출액 23조9871억원 ▶영업이익 82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22조4366억원)보다 6.9% 늘었고, 영업이익은 21.1%(6813억원→8249억원) 커졌다.  
 
기아자동차도 ▶매출액 12조4444억원 ▶영업이익 5941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보다 1500억원가량 더 많은 이익을 냈다.
 
완성차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세계시장에서 102만1377대를 판매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104만9389대) 대비 2.7% 감소했다. 하지만 자동차부문 매출(18조6062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7.0% 증가했다. 세단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 덕분이다. 지난해 1분기 34.3%였던 SUV 판매 비중은 올해 38%로 증가했다.
 
기아자동차는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끌어올렸다. 국내·외 총판매대수는 64만8913대로 지난해 1분기 대비 0.5% 증가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정반대로 준중형급 이하 세단 판매 비중(43.5%→44.8%)이 증가하면서 매출은 다소 감소했다.  
 
배경은 ‘허리띠 졸라매기’
 
 
그런데도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일제히 부진의 늪에서 탈출한 원인은 ‘허리띠 졸라매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딜러 인센티브를 낮췄다. 인센티브는 딜러들이 차량을 판매할 때마다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다. 미국 시장에서 차가 안 팔리자 재고 차량을 빠르게 털어내려고 인센티브를 높였던 현대차는 이익률이 감소하자 할인 폭을 다시 낮췄다. 인센티브를 높일 경우 단시일에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회사가 가져가는 순이익은 감소한다.  
 
최병철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한국·미국공장 가동률이 상승하고 SUV 판매가 증가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도 매출원가(10조2230억원)를 줄이고(-3.8%), 판매관리비(1조6280억원)를 절감했다(-0.2%). 또 4년을 끌어오던 통상임금 소송을 노사합의로 마무리하면서 통상임금 충당금 환입 원금(3400억원)이 영업이익으로 잡혔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기아차 쏘울 전기차. [사진 현대차그룹]

스마트폰과 연동한 기아차 쏘울 전기차.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모비스의 경우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이익률이 높아졌다. 고사양 멀티미디어·전장 등 핵심부품 판매(1조8859억원)가 23%나 늘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용 부품·모듈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실제로 1분기 전동화 부품 매출(5746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3036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수출 물량이 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실적도 개선했다. 물류·해운·유통 등 주요 사업부문 실적이 일제히 좋아졌다. 완성차 판매가 회복 특히 반조립제품(CKD) 부문의 매출이 두자릿수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증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사진 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사진 현대차]

 
다만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워낙 악화하면서 올해 1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반등했다는 기저효과로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이 바닥을 치고 지난해 4분기부터 차츰 회복하는 추세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재작년 실적이 나빴던 현대기아차는 1분기 실적이 회복하고 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회복세지만 수년 전 실적과 비교하면 실적이 크게 호전한 것은 아니다”며 “최근 SUV를 중심으로 한 신모델이 판매를 견인하고, 중국 시장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영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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