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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바꾸려 누명 씌웠다···전북대 '사악한 교수들'

중앙일보 2019.04.26 16:24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 대학본부 모습. 김준희 기자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 대학본부 모습. 김준희 기자

"경찰이 이남호 총장에 대해 탐문 수사를 시작했다."
 

檢, 전북대 전·현직 교수 2명 기소
'총장 비리 있다' 거짓말 퍼뜨린 혐의
경찰 등 6명 "전화 분실, 자료 삭제"
'거꾸리 타다' '화장실서' 이유 다양

이 한마디에 한 국립대 총장 선거판이 요동쳤다. 지난해 10월 29일 직선으로 치러진 전북대 총장 선거 얘기다. 검찰 수사 결과 총장 선거에 출마한 전북대 교수 7명 중 특정 후보를 밀던 교수들이 경찰에게 "이 총장이 비리가 있다"는 거짓말을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총장 내사설'은 선거 최대 쟁점이 됐고, 재선을 노리던 이 총장은 낙선했다. 
 
전주지검은 26일 전북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이남호(60) 총장을 낙선시키고 본인들이 지지한 A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이 총장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경찰에 제보하고, '경찰의 탐문 수사가 시작됐다'고 다른 교수들에게 알린 혐의(교육공무원법상 허위 사실 공표·형법상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로 이 대학 정모(63) 교수와 김모(73) 전 교수 등 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정 교수는 이 총장의 비위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는데도 비위가 있는 것처럼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 소속 김모 경감에게 제보해 무고죄가 추가됐다.  
 
정 교수와 김 전 교수는 지난해 10월 초 '경찰이 이 총장을 조사하면 A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지인한테 이런 계획을 설명하고 인맥을 동원해 김 경감과 접촉했다. 정 교수는 총장 선거를 2주가량 앞둔 10월 16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김 경감을 만나 "이 교수에게 비리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이후 정 교수 등은 다른 교수들에게 "경찰이 이 총장을 내사하고 있다"고 소문을 냈다.  
 
이런 내용은 교수회장을 통해 전북대 교수들에게 전달됐다. 대학 게시판과 교수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교직원과 재학생에게도 퍼졌다. 이 총장은 후보 토론회에서 '경찰 내사설'의 진위를 묻는 나머지 후보 6명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당초 '현역 프리미엄과 1 대 6이라는 선거 구도상 이 총장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빗나갔다. 선거 당일 1, 2차 투표에서 1위를 한 이 총장은 3차 결선 투표에서는 김동원 후보(현 전북대 총장)에게 졌다.        
 
전북대 신정문 앞 이 대학 영어 철자(CBNU)를 상징하는 조형물. 김준희 기자

전북대 신정문 앞 이 대학 영어 철자(CBNU)를 상징하는 조형물. 김준희 기자

정 교수 등은 검찰에서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경감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검찰에서 "정 교수 등에게 총장에 대한 비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첩보 수집 차원에서 일부 교수와 후보들을 접촉했지만, 총장 선거 기간인 줄 몰랐고 상부 지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후보와 전 교수회장 등 교수 3명에 대해서도 '혐의없음' 처분했다. 정 교수는 A후보 캠프에서 일했지만, A후보는 검찰에서 "정 교수가 경찰을 만난 사실을 몰랐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핵심 사건 관계자 6명의 휴대전화가 분실되거나 자료 복구가 안 돼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A후보와 김 경감 등 4명은 선거가 끝난 지난해 11월~올해 2월 휴대전화를 분실해 새것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 기구인 '거꾸리'를 타다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상가 화장실에서 잃어버렸다" 등의 이유를 댔다. 다른 2명의 휴대전화는 선거 전후 기간 저장된 문자메시지 등 자료가 모두 삭제돼 복구가 안 됐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신성한 교수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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