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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낯 간지런 칭찬 어색하다고? 일단 해보세요

중앙일보 2019.04.26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7)
부부의 대화가 항상 화로 이어지진 않는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사진 photoAC]

부부의 대화가 항상 화로 이어지진 않는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사진 photoAC]

 
소통 강의를 진행하던 중 한 남편분이 말씀하십니다. “제 아내가 늘 화로 가득 차 있어요. 두 번 말하게 했다간 금세 목소리가 쑥 올라간다니까요. 이런 소통 강의는 나 혼자가 아니라 아내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 말에 주변 분들이 우리 집도 다르지 않다며 서로 동의합니다.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는 되었지만 아주 유쾌한 대화는 아니긴 합니다.
 
대화가 조금 길어질 만하면 목소리 톤과 언성을 높이는 부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말 그대로 화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말이죠. 왜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느냐, 네가 매사에 내 말을 귀담아 안 들으니 그런 것 아니냐, 대화를 시도한 내가 잘못이다 등등. 그 속내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나만의 여러 사정이 있을 겁니다. 이 순간을 대화라고 하긴 어렵겠죠. 그저 서로가 내 말을 할 뿐입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 69%는 해결 불능
부부관계 치료 전문가인 존 가트맨 박사는 부부 관계를 치과 의사와 양치질에 비유하며 “부부 사이에 생기는 문제 가운데 69%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해박한 전문지식을 가진 치과의사라 하더라도 하루라도 양치질을 안 하면 입에서 냄새가 납니다.
 
이렇듯 좋은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늘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죠.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려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그 문제로부터 오는 갈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대화가 좀 길어질 만할 때 서로 화부터 내는 듯 느껴지는 부부라면 갈등 관리가 쉽지 않겠죠. 갈등관리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중 하나로 부부의 대화에서 내가 쓰는 부정어와 긍정어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돌아보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화에서 한 번의 부정적 단어를 썼을 때는 적어도 5번은 긍정의 표현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본 지면을 통해 한 번 소개한 바 있는 5 대 1의 법칙이죠. 연구에서도 금실이 좋은 부부는 20배 이상이나 긍정적 표현을 많이 합니다. 반면, 불화가 있는 부부는 평균적으로 부정의 말을 긍정적 말보다 8배나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때때로 의미 없이 내뱉는 부정적 표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며칠 전 일이었습니다. 작은 녹화용 카메라를 사고 시험 촬영을 위해 남편과의 일상을 모처럼 영상에 담았죠. 그런데 촬영 후 제 모습을 보자니 얼굴이 붉어집니다. 종종 너무 사무적인 남편의 말투에 상처 아닌 상처를 받곤 했죠. 그래서 좀 더 다정하게 말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사무실 직원도 아니고 지적받는 조직원 같다고 표현한 적도 있었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남편에게 다정하게 긍정의 표현을 잘해준다고 자신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고, 너는 좀 고쳐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 말의 요점인 셈이죠. 
 
그런데 영상 속 내 말투나 표정이 기대 이하였습니다. 나 역시 툭툭 던지듯이 단답형으로 말하는 겁니다. “어머, 나 말투가 왜 이래?” 나도 모르게 나온 한 마디였죠. 맞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을 나 역시 종종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스스로 다시 돌아본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한 강연장에서 개그우먼이자 진행자인 김미화 씨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에서 김미화 씨는 웃음으로 미국을 압도한 여성으로 알려진 '진수 테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펀을 잡아라』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고 국내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습니다. 서른 살에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진수 테리는 갖가지 일을 하며 열심히 살지만, 어느 날 7년간 열심히 일한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하게 됐다고 합니다.
 
개그우먼 김미화 씨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진수 테리'를 만난 일화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사진은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개그우먼 김미화 씨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진수 테리'를 만난 일화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 사진은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그 이유를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한 진수 테리는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죠. 하지만 상사의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당신의 해고사유는 늘 긴장한 탓에 얼굴에 미소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랫사람들이 따르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은 단지 상사만의 의견은 아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 그녀는 누구보다 일은 잘했을지 몰라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위해 변변한 웃음조차 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날부터 진수 테리는 웃는 얼굴을 만들기 위해 웃고 또 웃기 시작합니다. 어색했지만 그럴수록 더 입꼬리를 올리고 작은 눈을 더 가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고, 딱딱해서 해고까지 당한 진수 테리는 표정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표정만 변한 것이 아닙니다. 표정이 변하니 마음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웃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의 변화가 그녀를 달라지게 했겠지요. 그렇게 변화를 시작한 그녀는 현재 경영컨설팅 회사의 대표로 세계 곳곳에서 웃음을 기반으로 '신나게(Fun), 독창적으로(Unique), 보살펴라(Nurturing)' 라는 의미를 가진 ‘FUN 경영’에 대해 강연하고 있습니다.
 
긍정어와 부정어는 5 대 1의 비율로
미국서 성공한 한국 여성으로 꼽히는 진수 테리는 본인을 ‘ 재미 전도사 ’라고 표현합니다. [중앙포토]

미국서 성공한 한국 여성으로 꼽히는 진수 테리는 본인을 ‘ 재미 전도사 ’라고 표현합니다. [중앙포토]

 
진수 테리의 한국 방문 소식을 듣고 김미화 씨는 그녀가 묵는 호텔에 찾아가 만나게 됩니다. 만난 자리에서 진수 테리는 김 씨에게 양손 엄지를 올리며 ‘Amazing’이라고 하더랍니다. 내심 알아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김 씨는 근처에 있는 후배에게 진수 테리를 소개하고자 동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후배가 도착하자 진수 테리는 역시 양손 엄지를 척 올리며 본인에게 한 것처럼 ‘Amazing’이라고 했답니다. 저 사람은 모두에게 다 그러는 건가? 살짝 실망하던 차에 진수 테리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평소에 의식적으로 대놓고 칭찬을 하나요? 이 또한 분명 노력이 필요한 일이죠.”

 
문화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우리는 좋은 것을 대놓고 좋다고 잘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다르지 않죠. 싫거나 불편한 것은 금세 티를 내면서도 좋은 것은 굳이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수잔 존슨은 “건강한 가정은 문제가 없는 가정이 아니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가정”이라고 말합니다. 진수 테리가 자신을 변화시킨 후 깨달음을 통해 행동으로 옮기는, 의식적으로 대놓고 하는 칭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부부 사이에 필요해 보입니다.
 
아내나 남편은 문제를 가진 나의 적이 아닙니다. 그리고 문제는 누구와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뭘 이런 것까지 혹은 어쩜 이런 것도 모르냐는 관점의 차이, 의도와 표현의 불일치로 인해 생긴 부부 사이의 틈은 어느 순간 노력을 포기하게 하죠.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너무도 쉽게 “널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라고 말합니다. 둘 사이에 생긴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 하지 않고 상대 자체를 문제로 생각해 버리는 겁니다.
 
‘고마워’, ‘대단해’, ‘잘했어’, ‘멋지다’…. 이것도 아니면 그저 ‘우와~’ 같은 긍정적 감탄사도 좋습니다. 아주 길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말이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준 아내에게,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진수 테리처럼 의식적으로 양손의 엄지를 올리고 “와~ 맛있다. 오늘도 정말 수고했어요.”라고 대놓고 칭찬해 주세요. 엄지손가락이 올라가듯 입꼬리도 같이 올리고 말이죠. 어색함은 그저 순간일 뿐입니다. 오늘 아침 저 역시 남편과 허그하며 말해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하는 나도, 받는 상대방도 기분이 좋습니다.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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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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