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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돈으로 내집마련' 한다더니... 업체 대표가 150억 사기‧90억 횡령

중앙일보 2019.04.26 12:00
지난해 중랑구청 앞에서 집회를 갖는 중화지역주택조합 분양 피해자들. [사진=중화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청와대 청원 추진위원회]

지난해 중랑구청 앞에서 집회를 갖는 중화지역주택조합 분양 피해자들. [사진=중화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청와대 청원 추진위원회]

 
‘재개발‧재건축보다 적은 돈으로 내집 마련을 할수있다’며 돈을 모아 총 150억여원을 유용한 지역주택조합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건설·조세·재정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명수)는 26일 중랑구 중화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대표 백모(67)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지역주택조합’은 기존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해당 지역에 살지 않거나 소유권이 없는 사람도 새로 건물을 짓고 분양을 하는 과정에 돈을 내고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의 조합이다. 중화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254명이 모여 1만 4281㎡(4320평)규모의 대지에 386세대 규모의 주택을 짓겠다며 진행되어 온 사업이다. 2009년 ‘중화 2지역주택조합’이 5000㎡, 70세대 규모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으나, 이후 백씨 등은 추가로 조합원을 더 모집해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유령조합’이 만들어졌다.
 
150억 사기·90억 횡령... 업무대행사 대표 단독범행
백씨는 2009년부터 업무대행사로 참여하면서, 110필지의 토지주들에게서 받아야 하는 일종의 위임장인 ‘토지사용승낙’ 비율을 부풀려 추가 조합원을 모집해 사기죄로 기소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기 금액은 66억원이지만, 검찰은 백씨가 허위 서류로 끌어들인 금액이 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억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도 있고,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로 돈을 빌려 참여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백씨는 그 외에도 사업추진비용, 현장비용 등 명목의 조합자금을 개인적으로 빼돌려 선물옵션투자, 경마, 유흥비 등으로 90억원을 사용했다. 백씨가 횡령에 사용한 차명계좌는 가족, 지인 등 10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그러나 “백씨의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공범으로 입건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백씨는 자신이 소유한 구역 내 차명부동산으로도 편법 이익을 취했다. 백씨는 구역 내 부동산을 2건 갖고 있었으나, 각각 살때보다 4.4억원, 2.9억원을 얹어 조합에 팔았다. 그러나 매도 후에도 등기를 이전하지 않고 갖고 있다가, 자신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제공해 조합에 7억원 가량의 손해를 끼쳐 배임 혐의도 추가됐다. 조합 모델하우스를 자신의 차명부동산에 차리고, 세를 내는 과정에서 같은 건물의 아들 가게세까지 조합이 내기도 했다.

 
 
구청·시청 눈 안 닿는 '지역주택조합' 그늘
2018년 6월부터 105명의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해 말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백씨의 금융재산을 동결하고, 15억원 규모의 차명 부동산 등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 재산 추징 보전은 까다로운 편이지만, 이 경우 백씨가 인정을 했고 계좌 등 증거가 확실해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백씨를 지난달 27일 구속하고, 지난 15일 사기‧횡령‧배임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지역주택조합은 서울 시내 100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대행사가 대부분의 업무를 하면서, 조합장도 친한 사람을 앉히는 경우가 많아 서로 감시가 안된다”며 “구청‧시청은 조합을 감독하지만 사실상 사업주도는 대행사가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감시도 잘 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화지역주택조합 피해자들은 그간 북부지검, 국토부 등을 찾아 ‘지역주택조합 사기분양 방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집회를 계속해왔다. 피해자 20여명은 더 일찍 백씨를 사기로 고소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은 ‘누군가가 인계를 받아서 사업을 진행하도록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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