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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역 칼부림 사건' 10대 집행유예…"건전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중앙일보 2019.04.26 10:36
지난 1월 13일 암사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던 한모(19)씨가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동영상 캡처]

지난 1월 13일 암사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던 한모(19)씨가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동영상 캡처]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출구 앞에서 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른바 ‘암사역 칼부림 사건’ 가해자 한모(19)씨가 석방됐다. 재판부는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건전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석방 이유를 밝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손주철)는 26일 특수절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했다. 또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검찰의 구형보다 한층 처벌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검찰은 한씨의 범행이 보복을 목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하고, 그가 성인이 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한씨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야간에 건조물에 침입해 물건을 절취한 점과 소년 보호 처분을 받았으나 이후에도 유사한 특수절도 전력이 있다는 점은 불리한 정황”이라고 봤다. 다만 “한씨가 아직 어린 나이이고 간질 등 질병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보복 상해를 당한 박모(19)씨와 원만히 합의해 박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은 유리한 요소로 참작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사회에 복귀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기회를 주기 위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하겠다”며 “박씨가 저지른 죄가 가벼워서 석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어린 나이이고, 법정에서 반성하면서 자숙하는 모습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에 복귀하면 이런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줬으면 좋겠다. 재판 중 보여줬던 마음가짐 잘 유지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판결을 듣던 한씨는 “감사합니다”라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씨는 지난 1월 13일 오후 7시쯤 암사역 출구 앞 인도에서 친구 박씨를 스패너로 때리고, 14cm 길이의 커터칼로 박씨의 허벅지를 찌른 혐의를 받았다. 한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4분여 대치 후 도주하다 140여m 떨어진 곳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한 시민이 이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사건이 알려졌다. 특히 영상에서 한 경찰이 한씨가 칼을 들고 다가오자 뒤로 물러서고, 30초 후 박씨에게 테이저건을 쐈지만 빗나가면서 경찰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한씨의 범행은 보복성 폭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와 박씨는 천호동의 마트와 공영주차장 정산소 등을 돌며 5만원가량을 훔쳤다. 폐쇄회로(CC)TV로 인상착의를 확인한 경찰이 박씨를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박씨는 “한씨와 함께 훔쳤다”고 자백했다. 이를 알게 된 한씨가 화가 나 박씨에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초 경찰은 한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지만, 조사 후 처벌 수위가 더 높은 특가법상 보복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한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해왔다. 첫 공판에서 한씨는 “어머니에게 효도할 수 있는 아들로 지낼 수 있게 한 번만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 달 뒤 결심공판에서도 “잘못된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며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어머니가 정성을 쏟고 계신 것을 몰랐고 더는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한씨의 변호인 역시 한씨가 지적장애 3급인 점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한씨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홀로 생활하는 등 생활이 어려웠다”며 “피해자와도 합의된 점 등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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