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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주꾸미·갈치 'O2O'로 잡는다

중앙일보 2019.04.26 07:00
낚시 예약 앱을 통해 선상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사진 마도로스]

낚시 예약 앱을 통해 선상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사진 마도로스]

직장인 민은경(31)씨는 낚싯대 없는 낚시꾼이다. 바다 낚시꾼의 필수인 물때(밀물과 썰물이 들고 나는 때)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인천 앞바다 선상낚시에서 준수한 씨알의 우럭 5마리를 낚았다. 지난해 가을, 낚시에 입문한 민씨는 지난달 출조에 동성 친구 3명을 '낚시인'의 세계로 이끌었다. 친구들은 "TV에서나 보는 낚시가 이렇게 쉬울 줄 몰랐다"고 했다. 낚싯배 예약 앱을 통해서다.
 
민씨는 "낚시 예능 프로그램을 본 후 호기심이 생겨 '선장님' 블로그를 통해 낚시배 업체에 전화했는데, 거친 말투에 당황해 끊었다"며 "반면 낚싯배 예약 앱은 렌터카처럼 지역과 어종에 따라 골라서 예약할 수 있고, 전화 상담도 친절해 거부감이 없었다"고 했다. 또 5시간 '당일 출조' 4만원짜리 상품을 포인트를 이용해 10%가량 할인받고, 낚싯대는 하루 1만원에 대여해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도 좋았다. 민씨는 "온종일 아웃도어 활동에 그 정도 비용이면 경제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배에서 잡은 주꾸미로 끊인 '주꾸미 라면'. [민은경씨 제공]

배에서 잡은 주꾸미로 끊인 '주꾸미 라면'. [민은경씨 제공]

낚시 인구의 증가와 함께 낚싯배 예약 'O2O(Online to Offline)' 앱 이용자가 급증했다. 쿠팡·배달의민족처럼 쇼핑하듯 앱을 통해 낚시배를 물색하는 새로운 낚시꾼이다. '물반고기반'과 '마도로스' 등이 대표적인 앱이다. 2017년 시작한 물반고기반은 1년 만에 앱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으며, 투자 유치도 150억원에 달한다.  
 
마도로스는 지난해부터 직접 낚싯배를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직영 낚싯배를 3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조맹섭(41) 마도로스 대표는 "낚시는 서핑과 함께 최근 가장 주목받는 레저"라며 "배낚시 인구는 2014년 200만명에서 최근 두배가량 늘었다. 예전엔 중장년층 남성이 주류였지만, 최근엔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낚싯배를 통째로 빌려 회사 워크숍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초보자의 경우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낚시 앱 운영업체들은 '선상 요리' 등 재미를 가미한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낚시 수요층이 아닌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시장은 아직 미미하다. 업계는 앱을 통한 거래액은 100억원 미만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낚시 인구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낚시 인구는 800만명으로 미국(3800만명)·일본(1500만명)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모델 김칠두가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선보인 낚시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 밀레]

모델 김칠두가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선보인 낚시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 밀레]

낚시 패션도 꿈틀거리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는 낚시 인구를 잡기 위해 '피싱웨어(Fishing Wear)'를 선보였다. 밀레 의류기획부 나정수 차장은 "미국은 패션너블한 여성 낚시꾼을 일컫는 '앵글러 (angler) 패션'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일본도 2~3년 전부터 피싱웨어가 대중화하는 추세"라며 "스노클링 열풍이 불며 래쉬가드 전문 브랜드가 생겨난 것처럼 피싱웨어도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낚시 제도나 교육이 미비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재형 한국해양대 레저학과 교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낚시 인구에 비해 낚시 문화는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며 "낚시가 가능한 장소와 마릿수를 엄격하게 정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론 면허제로 가는 게 낚시가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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