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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의 유훈 한문장…삼남매를 뭉치게 했다

중앙일보 2019.04.26 05:02 경제 1면 지면보기
【인천공항=뉴시스】추상철 기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들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시신이 운구된 비행편으로 귀국했다. 2019.04.12.  sccho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추상철 기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들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시신이 운구된 비행편으로 귀국했다. 2019.04.12. scchoo@newsis.com

  
#. 지난 12일 새벽 4시 42분 인천국제공항.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운구한 대한항공 항공기가 착륙했다. 조 회장의 마지막 비행엔 장남인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가 동행했다. 

조양호 회장 장례 일주일 만에
주변의 예상 깨고 가족들 합의
조원태,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강성부 펀드 압박에 맞설 채비

 
공항에서 만난 한진그룹 관계자는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 논란 등) 자녀 문제로 가족을 대신해 날아드는 화살을 떠안느라 조 회장의 병세가 악화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던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현장 취재진을 의식해 조 전 전무에게 조 사장과 따로 입국하는 게 어떻냐고 조언했었다”며 “그런데 조 전 전무가 ‘괜찮다. 오빠 곁에 있겠다’고 해 함께 포토라인에 섰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언론 노출이 적었던 조 사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취재진 앞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족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엄수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한공 사장 등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비공개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과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노제를 거친 뒤 장지인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에 안장된다. 2019.4.16/뉴스1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엄수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한공 사장 등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비공개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과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노제를 거친 뒤 장지인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에 안장된다. 2019.4.16/뉴스1

 
#.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조 회장의 빈소가 차려졌던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장례 기간 조 회장의 삼 남매는 한시도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빈소라는 작은 공간에서, 5일이라는 시간은 삼 남매를 하나로 묶는 동력이 됐다.
 
삼 남매는 교대해가며 고인을 추모하는 수천 명의 조문객을 맞았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 곧바로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로 출근한 조 사장은 아버지의 그리움을 담은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조 사장은 “장례를 치르는 동안 살아 계실 적 회장님께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가슴 치며 한없이 후회했다”며 “마음은 무겁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날의 모든 아픔을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 하나 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유훈…삼 남매를 하나로
 
24일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사진 대한항공]

24일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사진 대한항공]

 
 2.34%. 한진그룹 조원태 신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선친인 조 회장의 장례를 마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2.34%의 지분을 보유한 조 신임 회장이 전격적으로 경영권을 계승했다. 
 
장례 절차 마무리 이후 조 신임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경영권 승계는 그룹 안팎의 최대 관심사였다. 조양호 회장은 그동안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본인 지분 17.84%를 포함한 우호 지분 28.95%를 확보해 그룹을 지배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면 세 자녀의 지분은 조 신임 회장 2.34%, 조 전 부사장 2.31%, 조 전 전무 2.30%에 불과하다. 조 신임 회장이 선친의 지분 17.84%를 상속받으면 안정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변수가 있다. 바로 상속세와 형제였다. 
 
금융권에선 조 회장의 지분 1055만 주에 대한 상속세 규모가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한진가(家) 삼 남매가 이를 납부할 현금 자산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지분 승계 과정에서 삼 남매간에 잡음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선 조원태 신임 회장의 취임을 두고 삼 남매가 경영권 승계에 합의한 것으로 해석한다. 
 
삼 남매를 하나로 뭉치게 한 데는 조양호 회장의 유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회장에 오른 것이 그 출발점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원태 신임 회장 체제를 중심으로 한진그룹을 이끌어 나가자는데 가족 모두 빠른 합의가 있기에 가능했다”며 “그룹 내 혼란을 조기 불식시키고 안정을 꾀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원톱 체제 구축…다음은 상속세 
 
조현아, 조현민.

조현아, 조현민.

 
조 회장의 유훈을 통해 형제애를 발휘한 삼 남매는 경영권 승계란 산을 넘었지만, 막대한 상속세 마련이란 숙제가 놓였다. 
 
상속세의 경우 분납이 가능하지만, 금액이 커서 상속 주식 일부를 처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한진가 지분이 줄어들어 경영권이 취약해진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지분 처분 없이 다른 방식으로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식담보대출이나 배당 등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한항공 신우회 등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를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삼 남매가 아버지의 지분을 일정 부분 나눠서 상속한 뒤 각자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세금을 나눠내는 것이다. 상속세 신고는 사망 후 6개월 안에 국세청에 해야 하고 규모가 클 경우 5년 동안 분납이 가능하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관계자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관련해 석태수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관계자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관련해 석태수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속세란 숙제를 해결해도 경영권 방어란 더 큰 산이 삼 남매를 기다린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의 거센 압박 때문이다. KCGI는 지난해 11월 9%의 지분으로 한진칼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꾸준히 한진칼의 지분을 늘려온 KCGI는 지난달 15일 1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데 이어, 지난 24일 기준 14.98%까지 지분율을 늘리며 경영권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KCGI와 조양호 회장의 지분율 차이는 2.86%에 불과하다. KCGI는지난달 정기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이사직을 내려놓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 서류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일인은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대기업 총수를 뜻한다. 한진이 관련 자료를 제출해 문제가 없을 경우 공정위는 내달 초 조원태 신임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누나와 여동생의 지원으로 한진가의 표면적인 승계 작업은 끝났다. 동시에 재계 14위 한진그룹 새 선장의 경영 능력을 확인하는 시장의 시험이 시작됐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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