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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에피스 회계자료 폐기 정황…임직원 2명 영장 청구

중앙일보 2019.04.26 00:06 종합 10면 지면보기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가 회계처리와 관련 있는 내부 자료를 모두 폐기한 정황을 파악했다. 에피스는 삼바의 자회사다. 또 검찰은 에피스가 내부자료를 조작한 뒤 이 허위의 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차례 증거인멸 지시
직원들 휴대전화도 걷어 삭제
조작 자료 금감원에 제출 의혹”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5일 이같은 혐의로 에피스의 A상무와 B부장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에피스가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2017년 삼바를 상대로 특별감리에 착수하자 회계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또 에피스는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바를 검찰에 고발할 무렵에도 증거인멸 작업을 했다고 한다.
 
검찰이 A상무와 B부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건 이들이 에피스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조직적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판단해서다. 또 이들은 직원들의 업무용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문제 소지가 있는 문건을 직접 삭제했다고 한다. 관련 수사를 시작한 이후 주요 인물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바이오 본사와 에피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삼정·안진 등 회계법인 4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에피스 내부 문건이 삭제된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검찰은 최근 A상무와 B부장을 비롯한 에피스 관계자를 소환해 관련 진술도 확보했다.  
 
에피스 임직원을 상대로 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증거인멸·증거인멸교사 외에도 증거조작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혐의가 기재됐다. 금감원이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특별감리를 진행하면서 요청한 자료를 에피스가 허위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삼바는 2017년 2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가 삼바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한 이후부터 “콜옵션 계약 내용을 회계법인이 이미 알고 있었으며 2015년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건 적법한 절차를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에피스가 내부 자료 중 이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발견되자 문건 작성 시점 등을 수정해 금감원에 제출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금융당국에 거짓 자료를 제출할 경우 증거조작과 함께 외감법 위반 혐의도 적용된다.
 
검찰은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A상무와 B부장 선에서 결정되지 않았을 거라 보고 신병을 확보한 후 진술을 추가로 받아낼 계획이다. 에피스 임직원을 통해 진술을 탄탄히 다진 후 ‘윗선’을 향한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콜옵션 약정 몰랐다” 회계사 진술 확보=앞서 검찰은 최근 삼바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사들로부터 “콜옵션 약정에 대해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삼정·안진 등의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은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등 검찰 수사 이전에는 “콜옵션 약정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회계사들이 거짓말을 해왔던 데에도 삼성측의 지시나 회유가 있었을 거라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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