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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소주성’…저소득·고소득 모두 지갑 닫았다

중앙일보 2019.04.26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지난해 가계가 소비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중간 고리인 ‘소비’에 균열 신호가 울린 것이다.
 

가계 씀씀이 0.8% 줄어 월 254만원
소득 증가 → 소비 증가 → 경제 성장
소득주도성장 중간고리 끊긴 셈
“분배확대 효과 실종 … 정책 수정을”

통계청은 이날 발표한 ‘2018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253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243만원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06년 조사를 시작한 뒤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며 “소비가 뒷걸음친 건 2016년(-0.5%)과 지난해가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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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가 씀씀이를 줄였다는 건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을 높였다고 알려왔는데 가계는 막상 지갑을 열지 않았다”며 “소주성의 큰 틀이 소득 증가→소비 증가→경제 성장인데 중간 고리인 소비가 줄어 경제 성장의 고리가 끊겼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교육(-7.9%)·교통(-5.5%)·기타상품서비스(-4.7%) 소비가 크게 줄었다. 오락문화(9.8%)·보건(5.1%)·가정용품가사서비스(4.5%) 소비는 늘었다. 박상영 과장은 “교육 소비가 준 건 대학 반값 등록금 확대나 무상 교육 확대 등 영향이 컸다”며 “교통은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할부 구매액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오락문화 소비가 늘어난 건 해외여행이 많이 늘어난 영향, 보건 소비가 는 건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 지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각각 분석됐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소득구간별로 봤을 땐 정부 기대와 달리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리는 ‘분수 효과’가 실종됐다.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소비지출은 109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0.9% 줄었다. 소득 최하위 가구의 경우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살림’을 꾸린 셈이다. 100만~200만원 가구는 소비지출이 156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4.8% 줄었다.
 
고소득층도 지갑을 닫은 건 마찬가지였다. 월평균 소득 600만~700만원 가구는 374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1.7%, 700만원 이상 가구는 459만5000원으로 2.3% 각각 감소했다. 소비를 전년 대비 늘린 경우는 월평균 소득 500만~600만원 가구(0.4%)가 유일했다.
 
소비의 양극화도 뚜렷했다. 소득 5분위로 볼 때 소득 하위 20%(1분위)는 지난해 월평균 115만6000원을 소비했지만, 소득 상위 20%(5분위)는 월평균 428만3000원을 소비해 그 차이가 4배 가까이 됐다. 가계의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가운데, 소비의 양극화도 고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1분위 가구는 지난해 월세 비용이 전년에 비해 21.5% 증가한 탓에 주거비 부담이 높아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허리띠를 더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 하위층일수록 식료품 비중이 높은 반면 상위층은 교통과 교육 비중이 높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분배 확대가 반드시 소비 증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생산·투자·수출은 물론 가계 소비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선 만큼 ‘소주성’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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