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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늘리라던 교육부 이제는 수능 확대, 불만스런 대학들

중앙일보 2019.04.25 11:16
지난해 종로학원이 개최한 대학 입시설명회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종로학원이 개최한 대학 입시설명회 모습. [중앙포토]

현재 고2가 치르는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의 비중이 늘어난다. 정부의 정시확대 및 수시축소 방침에 따라서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수시확대를 강조해온 정부정책이 갑작스럽게 뒤바뀌면서 대학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5일 각 대학에 따르면 현 고2가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정시 비중이 늘어난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시를 확대키로 했다. 이미 경희대(23%→25.8%), 동국대(27.1%→31.3%), 중앙대(25.4%→26.5%) 등이 정시 확대 비율을 밝혔고 다른 대학들도 조만간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는 수시모집 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77.3%로 역대 최고다. 지난해(76.2%)보다 1.1%포인트 높다. 반면 정시 비율은 22.7%로 역대 최저다. 정시는 수능, 실기 등 전형으로 나뉘는데 가장 모집인원이 많은 것은 수능 전형이다. 그런데 올해 입시에선 수능 전형 비율이 역대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수능 전형 선발 인원은 6만9291명(19.9%)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따라 내년 고2가 치르는 입시부터는 수능 비율이 반대로 늘어난다. 교육부가 정시 비율 확대를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시를 늘리지 않으면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배제된다. 그렇다 보니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2000학년도부터 교육부는 꾸준히 수시를 늘리고 정시를 줄여왔다. 이만기 중앙유웨이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이 소수점까지 점수로 줄 세워 학생들을 뽑는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보고 선발하자는 취지에서 수시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지속적으로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017년 6월 인사청문회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과도한 점수경쟁을 완화하고 고교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수능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학종에 대해선 "사교육비 경감과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2017년 6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2017년 6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중앙포토]

 
  그러나 취임 후 여론은 학종을 반대하고 오히려 수능을 늘려달라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결국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발표(2017년 8월)하기로 했던 교육부는 결정을 1년 미뤘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에 정시 확대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졌다. 얼마 후 교육부는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20년 가까이 교육부가 이어왔던 입시 기조가 확 바뀐 셈이다.  
 
  입시제도는 필요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갑작스런 정책 선회로 교육현장의 혼란은 컸다. 특히 전문 역량을 가진 입학사정관을 양성하며 수시모집의 노하우를 키워온 대학 입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수도권의 A사립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해놓고 따르지 않으면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식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대학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대학 입학처장 협의회에선 “정시 30%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특히 정시 30% 달성 여부를 계산할 때 수능을 치르지 않는 재외국민이나 특성화고 출신 재직자, 실기 전형 모집 인원은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도권의 B사립대 입학처장은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조정하자는 취지인데, 수능과 관계없는 전형 인원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입 기조가 갑자기 바뀌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갑자기 대입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수험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정부가 대학 선발권에 개입하려면 학부모, 시민사회, 대학의 충분한 교감이 이뤄진 상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 지원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하고, 대학입시는 대학 책임을 강화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만·남윤서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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