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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뉴스] 김밥 훔친 취준생에 2만원 준 경찰 "취직해 다행"

중앙일보 2019.04.25 05:00
삼각김밥을 절도한 청년에게 2만원을 쥐여준 미담으로 주위를 훈훈하게 했던 경기도 일산서부경찰서 이승동(37) 경사. [본인 제공]

삼각김밥을 절도한 청년에게 2만원을 쥐여준 미담으로 주위를 훈훈하게 했던 경기도 일산서부경찰서 이승동(37) 경사. [본인 제공]

“그 청년에게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일산서부경찰서 이승동 경사 인터뷰
삼각김밥 절도 청년에 2만원 꺼내 줘

 
삼각김밥을 훔친 청년에게 2만원을 쥐어준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된 경기도 일산서부경찰서 이승동(37) 경사의 말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딸을 얻어 휴가 중인 이 경사와 2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6일 일산서부경찰서에 삼각김밥을 훔친 혐의로 김모(28)씨가 신고됐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김씨는 닷새 전 조각 케이크를 훔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가 훔친 김밥과 케이크의 가격은 총 4500원. 김씨는 “생활고로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를 하지 못해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당시 취업준비생으로 한 회사의 면접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강력2팀 이승동 경사는 조사를 마친 뒤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김씨에게 건넸다. 이 경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나이인데 생활고를 겪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해서 한 일”이라며 “피해자분들도 있으니 안타깝다고 이분들만을 위할 수는 없고 경찰이 할수 있는 것은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절도 혐의로 김씨를 입건했으나 편의점 업주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선처를 해달라"고 한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한달 여 후인 지난 17일 김씨는 취직 후 첫 월급을 타 이 경사에게 돈을 갚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감사의 마음에 음료수까지 준비했다. 외근을 나간 이 경사는 직접 만나지 못하고 전화 통화로 "마음만 받겠다"며 김씨를 돌려 보냈다. 빌린 돈과 음료수를 건네지 못한 김씨는 경찰서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빌린 돈과 음료수를 건내지 못한 김씨는 경찰서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일산서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빌린 돈과 음료수를 건내지 못한 김씨는 경찰서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일산서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이 경사는 “빌려주는 거라고 말했지만 처음부터 받으려 했던 건 아니었기에 돈을 돌려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기뻤고 (김씨가) 제대로 생활하는 거 같아서 뿌듯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이 경사는 경찰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경찰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 경사는 “어릴 때 누구나 경찰관이 되고 싶어 하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제대로 경찰의 꿈을 갖게 됐다”며 “지구대에서 오래 근무하며 현장에 계시다 퇴직하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서울서부경찰서·의정부경찰서 등에서 여성청소년과·형사과 근무를 해왔다.
 
이 경사는 “이전에도 생활고를 겪는 여성 피의자를 검거한 적이 있는데 집을 나온 지 십여년이 돼서 부모가 오랜 시간 찾고 있었다. 잘 설득하고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게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한 부분은 처벌해야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관으로 일하며 좋은 점에 대해 이 경사는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의자들이 새로 마음을 다잡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며 “조사를 하는 중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강력 2팀 정재식 팀장은 “이 경사의 성품이 이번 일을 통해서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사의 부인은 지난 22일 밤 딸을 출산했다. 태명은 돼지띠라 ‘꿀꿀’이란 의성어에 복을 많이 받으라는 마음에 ‘복’자를 더한 '꿀복'이다. 그는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여유 있는 각박하지 않은 세상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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