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분수대] 펜타곤의 요다

중앙일보 2019.04.25 00:04 종합 31면 지면보기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이 글은 그러니까 일종의 부고(訃告)다. 지난달 26일 98세로 숨진, 미 국방부 펜타곤의 한 사무실(‘3A932’)을 차지했던 인물에 대한 얘기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이다.
 
“많은 거대하고 야심만만한 제국의 심장부엔 통치자가 통상 귀를 기울이는, 통치자가 아닌 이가 있다. 부처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의 충실한 추종자들이 정부 곳곳을 차지한다.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고 언론인도 피하고 회의 때도 조용히 있지만 그런데도 나라를 이끈다(steer). 이런 불가해한 인물의 미국 판이 앤드루 마셜이다.”
 
바로 2015년까지 42년간 국방부 내의 단출한 싱크탱크(ONA)를 이끈 전략가다. 그는 10년 또는 20년을 내다보곤 했다. 그러곤 8명의 대통령과 13명의 국방장관에게 조언했다. 주변에선 ‘요다(스타워즈의 전설적 스승)’로 불렸다.
 
그가 한 일의 상당수는 여전히 기밀로 분류된 채다. 하지만 일부는 알려졌는데, 중앙정보부(CIA)와 달리 소련의 군사비 비중이 상당해서 미·소 군비 경쟁이 결국 소련에 부담이 될 것이란 주장이 그 예다. 1987년 미·소가 핵 군축을 얘기할 때 그는 이미 중국의 부상에 대해 보고했다. 그가 옳았다.
 
그의 11번째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게이츠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의 압박에 치어 사는 펜타곤엔 큰돈을 쓰지 않으면서도 혁신적 사고를 하며 장관에게 직보하는 그런 게 필요하다”(『The Last Warrior』)고 했다.
 
문득 궁금해져서 우리 군 전략통 출신에게 우리에게도 이런 인물이 있는지 물었다 “하도 엉망이라 뭐라고 답하기엔….” 그는 진실로 계면쩍어 했다. 사실 그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었다. 미래는 개의치 않는(개의하더라도 5년인) 단견의 통치 리더십이 근원적 문제니까.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