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아버지는 메모리 아들은 비메모리···대잇는 삼성 반도체

중앙일보 2019.04.25 00:06 종합 1면 지면보기
이건희(左), 이재용(右)

이건희(左), 이재용(右)

이재용(얼굴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33조원의 공격적인 투자를 집중해 2030년까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24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비메모리 반도체를 3대 중점 육성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와 정부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면서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강국을 넘어 비메모리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반도체 코리아’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4일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시설에 60조원을 투자하고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국내 설비·소재 업체 등 반도체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 따른 간접고용 유발 효과도 42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에는 이 부회장의 ‘진정한 글로벌 1위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란 포부가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이 1967년 전자산업에 진출했고, 이건희 (얼굴 왼쪽)회장이 76년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삼성전자는 이후 세계 최초로 64MD램을 개발하며 성과를 냈고, 93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동이 커 부침이 심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당장 지난 연말부터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났다. 또 메모리는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의 30%에 불과하고, 정작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미미한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연초부터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은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며 기흥 사업장 등을 돌며 “자동차·센서·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해 왔다.
 
비메모리 R&D에 73조, 첨단시설에 60조 투자 …“중기·벤처와 협력 강화”
 
이 부회장의 이번 ‘반도체 비전 2030’에는 이렇듯 파이가 상대적으로 작은 메모리 시장의 1위를 넘어 더 큰 비메모리 시장에서 수위에 올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는 셈이다. 정부 역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메모리 편중은 고민거리다. 반도체는 지난해 1200억 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의 20.9%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자 우리 수출 역시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태원 SK 회장에게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방안을 주문한 이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련기사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국내 업체 점유율이 3%밖에 안 되는 비메모리 시장에 도전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업계나 정부의 생각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비전 2030에 이어 산업자원부 주도로 정부의 비메모리 지원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윤종원 청와대 수석은 최근 “반도체 생태계 강화, 대학교 반도체학과 설립, 반도체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 방안 등을 담은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와 정부가 주목하는 비메모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장은 5G(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더 화려하게 꽃필 것”이라고 말했다.  
 
비메모리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와 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가 활거 중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1위를 하려면 미국의 인텔이나 퀄컴, 일본의 소니, 대만의 TSMC 같은 쟁쟁한 글로벌 기업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 이종호 서울대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반도체 설계 쪽에서 PC용 CPU 칩은 인텔이, 통신용 AP 칩은 퀄컴이, 이미지센서 칩은 소니가 절대 강자”라면서도 “삼성전자가 메모리 1등 DNA를 살려 대만의 TSMC가 강한 파운드리 시장부터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파운드리 분야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미세공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이달부터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기반의 7나노 제품을 출하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7.4%였던 점유율을 올 1분기에는 19.1%까지 끌어올려 TSMC를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이동통신이나 자율주행차량용 등 수천 종에 달하는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위해 앞으로 중소업체나 벤처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