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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글로벌 인사이트] 잡스 사로잡은 ‘아이폰 킹’ 대만의 트럼프 꿈꾸다

중앙일보 2019.04.25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궈타이밍 훙하이정밀공업 회장이 지난 2월 대만 타이베이에 본사에서 열린 직원 축제에서 연설하고 있다. 궈 회장은 지난 17일 내년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궈타이밍 훙하이정밀공업 회장이 지난 2월 대만 타이베이에 본사에서 열린 직원 축제에서 연설하고 있다. 궈 회장은 지난 17일 내년 실시되는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세계 패권을 놓고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성공한 기업인이 있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을 창업한 궈타이밍(68) 회장이다. 

애플 최대 협력사 대만 폭스콘
중국서 최대 100만명 이상 고용
자산 5조 갑부, 트럼프 닮은 꼴
트럼프·시진핑 신뢰 얻은 대만인

 
글로벌 시장에서는 폭스콘이란 자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아마존 전자책 킨들, 소니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 등 세계 유수의 전자기기를 위탁 생산한다.
 
궈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트럼프와는 개인적 친분도 있다. 시 주석과는 독대하는 사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회사 경영부터 대만 정치까지 두루 논의한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전화번호를 단축 버튼으로 저장해 놓은 유일한 대만인”이라고 평가했다.
 
궈 회장이 지난 17일 내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대만 국민당 당사를 방문해 “국민당 경선에 도전해 후보로 선출되면 2020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당은 친중 성향의 대만 제1야당이다. 40여년간 미·중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줄타기해 온 궈 회장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동아시아 정세에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거침없는 화법의 ‘스트롱맨’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기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궈타이밍 회장. [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기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궈타이밍 회장. [AP=연합뉴스]

 
올해 68세인 궈 회장은 1974년 훙하이정밀공업을 세웠다. 특유의 공격적인 사업 전개로 폭스콘을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로 키워냈다. 
 
애플·소니·델·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생산한다. 그중 최대 고객은 애플이다. 지난해 매출액 5조2938억 대만달러(약 197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애플이 차지했다.
 
이 회사 최대 주주인 궈 회장의 자산은 약 45억 달러(약 5조1700억원)로 추산된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대만에서 세 번째 부자이며, 세계 439위다. 
 
2017년 6월엔 자산이 최고 73억 달러(약 8조 3900억원)였고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대만 최고 부자였으나, 아이폰 수요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자산평가액이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궈 회장은 여전히 대만의 대표 부호이자 셀러브리티 기업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억만장자 부동산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꼴로 인식되고 있다. 
 
거침없는 화법의 ‘스트롱맨’ 기질도 비슷하다. 2011년 주주총회에서 야유를 퍼붓는 소액주주에게 “주식을 몇 주나 갖고 있냐”고 물었다. “5주”라는 답을 들은 궈 회장이 “입 다물어라. 5000주 있으면 나와 이야기하자”고 말한 일화가 유명하다. 
 
중국 전기차업체 BYD와 지식재산권 소송에 휘말렸을 때는 BYD 주주인 워런 버핏을 “가치 투자자로 포장한 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회사에선 “BB”로 불리는데, ‘빅 보스(Big Boss)’의 머리글자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궈 회장은 타고난 협상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창하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독려하자 2017년 위스콘신주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수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혀 환대받았다. 
 
트럼프는 “제조업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주장을 펼 때 폭스콘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가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까지 열었으나 궈 회장이 올해 초 이곳을 연구 기반 시설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량 고용이 불확실해졌다. 
 
‘협상의 달인’ 궈 회장이 너무 유리한 지원 조건을 얻어낸 나머지 토니 에버스 신임 위스콘신 주지사가 폭스콘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와 다른 점은 자수성가했다는 점이다. 타이베이의 해사 기술 대학을 나와 해운회사 사무원으로 일하던 중 수출 붐을 목격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어머니로부터 7500달러(약 860만원)를 빌려 플라스틱 사출 기계 몇 대를 들여놓고 첫 상품으로 흑백 TV 채널을 돌리는 손잡이를 내놓았다.
 
 
개척자 정신 무장한 설득의 귀재
 
중국 선전시 폭스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선전시 폭스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궈 회장은 개척자 정신으로 지금의 사업을 일궜다. 80년대 초 미국 시장을 뚫겠다고 마음먹고 11개월 동안 홀로 32개 주를 돌며 영업을 뛰었다. 무작정 기업이나 공장을 찾아가 근처에 숙소를 잡아 놓고 끈질기게 미팅을 시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IBM 근처 모텔방에 기거하며 커넥터 납품을 성사시키는 식이었다.
 
타고난 설득가 자질도 있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궈 회장은 누구든지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컴퓨터를 만들어 본 적도 없으면서 손 그림을 그려가며 미국 PC 제조업체 컴팩 임원들을 설득해 케이스 납품을 따냈다”고 전했다.
 
운명 같은 기회는 애플과 만나면서 찾아왔다. 1997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애플에 복귀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제조 아웃소싱을 추진했다. 잡스는 컴팩에서 막 이직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일을 맡겼다. 
 
2000년대 초반 반투명 재질의 아이맥 PC를 위탁 생산하면서 두 회사 관계가 깊어졌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뒤에는 마치 한 회사처럼 운영됐다. 애플 임직원이 폭스콘 공장 부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폭스콘은 저비용으로 제품을 양산할 방법을 찾아냈다”며 “애플이 디자인과 마케팅에 전념하고 폭스콘이 제조를 맡는 ‘디자인 인 캘리포니아, 메이드 인 차이나’가 완성됐다”고 전했다. 
 
잡스는 당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함께 개발돼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는데, 궈 회장의 디테일에 대한 집념이 잡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어
 
폭스콘 경영실적

폭스콘 경영실적

 
폭스콘은 값싼 중국 노동력을 활용한 초기 기업 중 하나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자 1988년 발 빠르게 광둥성 선전에 공장을 세웠다. 
 
저임금 노동자를 대량으로 고용해 단순 전자제품을 조립·생산해 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민간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수출업체다. 성수기 고용 인원이 최대 100만 명에 이른다. 그만큼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위기도 있었다. 연간 1억대가량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과 스트레스로 인해 직원 1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2010년 일어났다. 궈 회장도, 잡스도 상황을 가볍게 여기다가 고객사와 언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처우 개선에 나섰다.
 
위탁 생산의 낮은 마진율에 한계를 느낀 궈 회장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 완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6년 일본 액정표시장치(LCD) 업체 샤프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17년 애플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참여한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인수는 실패했다.
 
궈 회장의 출마를 놓고 대만 정·재계 의견은 갈린다. 중국 정부가 폭스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총통에 당선되면 대만을 중국에 “팔아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익명의 전직 외교관은 FT 인터뷰에서 “궈 회장이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가할 수 있는 위협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진당의 왕팅위 의원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대만 총통을 꿈꾸는 궈 회장의 부(富)가 시진핑 손에 있다”며 “2300만 대만 국민은 이 부분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만 싱크탱크인 중앙연구원정치학연구소의 우위산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궈 회장은 중국과 미국 양측 최고 지도자 모두와 관계가 좋기 때문에 국민당 입장에선 최고의 후보”라고 말했다. 양안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에서 궈 회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궈타이밍은…
● 1950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생
● 1966년 타이베이 해사기술대학 재학
● 1971년 첫 직장 해운회사 입사
● 1974년 폭스콘 창업
● 2019년 4월 대만 총통 선거 출마 선언
● 현재 자산 규모 45억 달러,
대만 3위 부자, 세계 439위
폭스콘은…
● 1974년 훙하이정밀공업 설립
● 1985년 미국 지사 설립, 폭스콘 브랜드 론칭
● 1988년 중국 선전시에 첫 공장 열어
● 1991년 대만 증시 상장
● 2002년 유럽 지사 설립
● 2007년 애플 아이폰 생산 시작
● 2016년 일본 샤프 인수
● 2017년 미국 위스콘신 공장 투자 발표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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