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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한 통전부장 김영철서 장금철로 교체”

중앙일보 2019.04.25 00:03 종합 1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다. 김 위원장은 24일 오후 6시 전용열차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도착,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북극개발 장관 등 러시아 측 인사들의 영접을 받고 의장대를 사열했다. 현지 언론은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루스키 섬 극동연방대 내 호텔에서 머물며 정상회담을 하고, 참관 등 일정을 마친 뒤 27일 아침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노이 노딜 문책성” 분석
김영철, 당부위원장은 유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에서 부부장인 장금철로 교체됐다고 국회 정보위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정보위 관계자는 “오늘(24일) 국정원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통전부장이 교체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 27~28일) 결렬에 따른 책임을 물은 조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의 대남 및 대미 협상 업무가 확연히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대남 업무와 대미 협상을 함께 진행해 온 통전부에 대남 업무만 남기고 대미 협상은 외무성으로 넘긴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미국과 하노이 협상에 ‘올인’하다시피한 김 위원장은 회담이 결렬된 뒤 열차로 귀환하는 길에 “이런 열차 여행을 또 해야 하겠나”라고 불쾌해했다고 한다.
 
김영철, 김정은 환송자리에 안 나타나 … 김성혜·김혁철도 문책됐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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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이미지가 훼손됐으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인사의 배경이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문책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에서는 ‘수령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는 유일사상 10대 원칙이 주민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며 “사전에 대대적으로 회담 개최 사실을 선전했는데 회담이 결렬되면서 ‘수령의 무오류성’에 타격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러시아를 방문한 이용호 외무상 등 북측 인사들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앞에 도열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 외무상, 이영길 군 총참모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왼쪽 넷째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러시아를 방문한 이용호 외무상 등 북측 인사들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앞에 도열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 외무상, 이영길 군 총참모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왼쪽 넷째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뉴시스]

김영철은 하노이 회담 이후 내부적으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의 자아비판을 했지만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철직(해임) 등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달 들어 열렸던 당 전원회의(10일)와 최고인민회의(12일, 정기국회 격)에서도 김영철은 당 부위원장과 국무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과 국가기관 간부들의 기념 촬영에도 김영철이 참석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24일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북한(함흥역 추정)을 출발하는 자리에 김영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의 해외 여행길에 빠지지 않고 수행한 만큼 신변이상설도 제기됐다. 하노이 회담을 총괄했던 김영철은 모습을 감췄고, 당시 밀려났던 것으로 평가받았던 최선희 부상은 제1부상으로 승진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행 열차에 오르며 엇갈린 운명을 보여준 셈이다. 통전부장 교체로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김성혜 통전부 실장과 김혁철 국무위 특별대표도 문책성 인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식통은 “정보 당국은 지난 10일 열린 당 전원회의 때 장금철이라는 인물이 부장에 임명됐다고 발표된 이후 집중추적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확인 결과 김영철은 당 부위원장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통전부장에선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책임은 물었지만 실각은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은 10일 전원회의 이후 장금철을 당중앙위원회 위원 겸 중앙위원회 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엔 구체적인 부서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장금철 신임 통전부장에 대해선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다. 50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통전부에 속해 있으면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와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의 간부 타이틀을 달고 남북 민간교류에도 관여했다.
 
블라디보스토크=전수진, 서울=백민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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