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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폴드 미국 출시 연기, 삼성 퍼스트무버 위기

중앙일보 2019.04.24 00:04 종합 2면 지면보기
갤럭시 폴드의 날개가 꺾였다. 특히 갤럭시 폴드가 자랑하던 바로 그 화면이 접히는 이음새(힌지)에서 결함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화웨이를 누르고 차지하려던 스마트폰 업계의 선도자(first mover) 등극도 잠시 미뤄둬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출시일(26일)을 사흘 앞두고 발매를 연기하는 결정을 23일 새벽 뉴스룸을 통해 밝히기까지 삼성전자 내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만 번 테스트서 문제점 놓쳐=갤럭시 폴드는 스마트폰 출현 이후 유지돼 온 막대 형태의 외형을 완전히 바꾸는 ‘폼 팩터(form factor) 체인저’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개발자회의에서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고, 올해 2월 제품을 공식 발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의 화면을 안으로 접는 방식(인폴딩)을 채택했다. 중국 화웨이의 폴더블폰인 메이트X는 화면을 밖으로 접는 방식(아웃폴딩)이다. 인폴딩은 아웃폴딩보다 어려운 기술로 분류된다. 또 갤럭시 폴드는 OLED를 보호하기 위해 강화유리를 덧붙인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을 붙였다.
 
17일 블룸버그 소속 마크 거만 기자가 트위터에 게시한 리뷰용 갤럭시 폴드. 제품 한쪽 스크린이 꺼져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17일 블룸버그 소속 마크 거만 기자가 트위터에 게시한 리뷰용 갤럭시 폴드. 제품 한쪽 스크린이 꺼져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갤럭시 폴드의 결함은 바로 이 접는 부분과 CPI필름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결함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화면 중간의 접히는 부분에 전원이 순간순간 차단돼 깜빡거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일부 제품은 OLED 위에 붙인 CPI필름이 손으로 쉽게 벗겨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더버지 소속 디터 본 기자는 ’비디오 촬영을 위해 제품 뒷면에 점토를 붙였는데 힌지와 화면 사이(빨간 원)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버지]

더버지 소속 디터 본 기자는 ’비디오 촬영을 위해 제품 뒷면에 점토를 붙였는데 힌지와 화면 사이(빨간 원)에 들어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버지]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 앞뒤 커버를 접었다 펴는 기능을 하는 이음새(힌지) 부분에서 이물질이 나타나 화면이 툭 튀어나오는 문제다. 힌지 틈새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물질이 힌지의 구성품 오류인지, 외부에서 들어간 것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화면을 접었다 펼치기를 반복하는 테스트를 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화면을 20만 번 이상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20만 번 내구성 테스트는 접었다 펴는 동작만 실험했기 때문에 이번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뢰 하락, 이미지 타격=17일(현지시간) 미국 더버지·CNBC·블룸버그가 스크린 결함 문제를 제기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리뷰를 거부한 건 19일이다. 외신의 문제 제기에서 출시 연기 결정까지 6일이나 걸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리뷰용 제품 4대를 미국 법인에서 수거한 다음 경기도 수원 본사에 전달받은 날이 21일. 삼성전자는 “최대한 빠르게 각종 장비를 통해 스크린 결함 문제 등을 확인해 보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23일 새벽 자사 뉴스룸에 게시한 ‘갤럭시 폴드 글로벌 출시 연기’ 공지 글.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가 23일 새벽 자사 뉴스룸에 게시한 ‘갤럭시 폴드 글로벌 출시 연기’ 공지 글.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출시 연기는 22일 늦은 밤 실무진으로부터 중간보고를 받은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결정했다고 한다. 2016년 하반기 갤럭시노트7 배터리 화재와 같은 사태를 피하겠다는 조치다. 삼성전자는 당시 “일부 협력업체 제품의 문제”라며 문제를 조기 진화하려다 결국 폰 자체의 문제를 인정하고 전량 리콜을 거쳐 조기 단종시켰다. 이 사태로 2조70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결정을 놓고 더버지는 “부서지기 쉬운 제품을 출시하면 삼성전자의 명성뿐 아니라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 자체에 손상을 줬을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며칠간 리뷰로도 금방 발견될 문제를 테스트 과정에서 거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신뢰 하락과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C는 “갤럭시 폴드 발매 연기가 삼성전자의 평판을 단기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쫓기는 처지, 7월 전 재출시 가능할까=삼성전자는 당장 출시 일정을 다시 잡지 못하고 있다. 사전 예약한 미국 고객들에게 “2주 안에 출시일을 다시 공지하겠다”고 e메일로 알린 만큼 미국 출시 시점을 밝히는 기한은 다음달 6일(현지시간)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원인 분석 단계여서 재출시일을 언급할 상황이 못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결함을 잡는 데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힌지 부분은 이물질이 뭔지 파악하면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플렉서블(접는) 디스플레이의 내구성 문제가 심각하다면 필름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폴드의 출시가 미뤄질수록 경쟁자의 발걸음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지난주 중국 선전 ‘화웨이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메이트X를 7월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화웨이 역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중국 BOE의 수율이 낮아 출시 일정을 9월로 연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폴더블폰을 최초로 공개했던 중국업체 로욜은 중국 온라인몰 티몰에서 8999위안(약 153만원)에 폴더블폰을 예약판매 중이지만 정식 시판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결함을 바로잡아 7월 안에 출시할 수 있을지 여부에 스마트폰 업계의 선도자(first mover) 자리를 지킬지, 화웨이에 넘겨줄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김영민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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