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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리더십, 한 달 뒤 원내대표 선거가 분수령

중앙일보 2019.04.24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분당설 확산되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오른쪽 둘째)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당은 이날 의총에서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오른쪽 둘째)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당은 이날 의총에서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내분이 어제 1차 폭발했다. 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서다. 4·3 보궐선거 참패 후 3주일째 내홍이 확산되더니 이제 겉모습은 파국 양상이다. 한쪽에선 자유한국당 복당을 염두에 두고 시기를 보는 의원들이 있지만, 다른 쪽에선 민주평화당과 함께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물밑 흐름도 있다. 물꼬만 트이면 바른미래당발 야권 정계개편이 당장에라도 터져 나올 태세다. 창당 이후 죽음의 계곡만 건너고 또 건너는 중인데 결국 피할 수 없는, 진짜 죽음의 계곡에 빠져들었다. 당에선 ‘대주주인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바른미래당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23일 오전 국회에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사퇴를 놓고 찬반의 엇갈리는 목소리가 맞부딪쳤다. 당의 전·현직 지역위원장 50여명은 손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 의원 총회에선 손 대표에 대한 맹공이 물 밀듯 터져 나왔다. 지도부가 밀어붙이는 선거제 개편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빌미였다. 같은 주제로 고함과 맞고함, 몸싸움이 벌어진 닷새 전 의원총회 2탄이다. 오랜만에 연출된 옹호파와 퇴진파 간 옛날식 계파정치 현장이다.
 
겉으론 4·3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과 선거법 개정 등을 놓고 다투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내년 총선을 누구의 깃발 아래, 누구와 함께,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느냐의 근본적 고민이 있다. 물론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창당 후 풀지 못한 오래된 숙제다. 다만 과거와 다른 건 이제 총선이 1년 남았다는 절박감이다. 하태경 의원 등 주로 바른정당 출신들이 ‘올드 리더십 교체’를 외친다. 아직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손 대표를 감싸는데, 안철수계 원외 위원장들이 책임론에 가세해 내홍은 한껏 부풀었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지난 30년간 정권을 잡은 건 한국당과 민주당 계열뿐인 게 우리의 정당사다. 제3당은 주류 정당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다음 총선에서 중대선거구나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된다면 그나마 3당이 덤벼볼 발판이 된다. 하지만 한국당이 결사반대하고 지역구가 사라지는 의원들이 가세할 게 뻔해 선거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대 반문재인’ 선거판, 거대 양당의 동서 양분화는 이번 4·3 보선으로 더 뚜렷해졌다. 지금의 바른미래당 간판으론 총선이 어렵다고 모두가 느낀다.
 
사실 당이 이런 지경에 빠져든 건 자초한 일이다. 중도개혁정당을 자처했지만 중도의 모습도 개혁의 모습도 보여 주질 못했다. 햇볕정책과 선거제 개혁 등을 놓고 국민의당·바른정당계는 사사건건 부딪쳤고 의원들 생각은 제각각이다. 심리적으론 분당을 벗어나 통합을 이룬 적도 없다. 이런 상태서 손 대표가 당의 한 축인 유승민 쪽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니 ‘지도부가 아마도 딴 마음 먹은 모양’이란 의심이 커졌다. ‘싫으면 나가라’란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안철수. [뉴시스]

안철수. [뉴시스]

통합의 메시지와 거리가 멀다고 보는 건 일부 안철수 쪽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손 대표 체제를 옹호하는 박주선·김동철·주승용 의원 등이 민주평화당과의 호남신당 창당에 긍정적이고, 손 대표도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모른다는 소문이 당내엔 많다. 손 대표 사퇴론의 발화점이다. 평화당은 안철수의 바른미래당 창당에 반대한 의원 모임이다.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 간엔 거리감이 적지 않다. 손 대표를 향한 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러브콜은 이 와중에 나왔다.
 
손 대표에게 ‘험한 꼴 그만 보고 나와 호남 신당 꾸리자’고 제안한 박 의원에게 물었다.
 
왜 호남 신당인가.
“호남엔 대기업보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제 폭탄으로 타격이 크고 불만도 많다. 하지만 평화당은 아직 대안이 못되고 바른미래당은 배신자 취급을 받는다.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해주고 영호남 지역의원들이 지역별로 갈라서면 평화당과 교섭단체를 꾸려 호남에서 대안 세력을 만들 수 있다.”(※비례대표인 박주현·장정숙 의원이 바른미래당 당적으로 평화당서 활동 중이다)
 
교섭단체를 정의당과 꾸리면 되지 않나.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탈원전 등의 정의당 핵심 정책에 유권자인 호남 민심이 부정적이다.”
 
호남서 헤쳐 모인다면 중심 세력인 민주당과 함께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민주당 계산은 PK서 이기고 TK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해야 한다는 거다. 호남은 그대로 둬도 무조건 이긴다고 본다. 그러니 평화당을 그저 공깃돌 취급한다. 오판이다. 내년 총선은 지금 호남 의원들과 호남 신당 중심으로 모일 거다.”
 
호남 신당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나.
“손 대표가 반대하면 현실적으론 힘들다. 하지만 어차피 바른미래당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는 건 어렵다. 그러니 손 대표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 귀국 전에 빨리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과는 개별적으로 만나 합류를 권하고 있다. 어쨌든 정계개편 불씨는 여전히 손 대표다.”(※안 전 대표는 1년 비자로 지난해 9월 1일 출국했다.)
 
호남 신당론에 대한 손 대표 반응이 미지근하다 보니 안철수 쪽에선 고개를 갸우뚱한다. 즉각적이고 강력한 부인 없이, 당이 크게 흔들린 뒤에야 ‘당을 살려야지 무슨 신당이냐’고 한 박자 늦게 선을 그었다. ‘당을 살리는’ 통합 행보 대신 선거법 의총을 들이대 자극하니 유승민 쪽도 고개를 젓는다. 손 대표는 유 전 대표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고, 콜백마저 없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전화가 본질은 아니다. 4·3 재보선 직후인 지난 6일 두 사람은 경남 통영의 정병국 의원 장모상에 문상을 갔다. 귀경길엔 사천공항 의전실에서 같은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30분 넘게 서로 다른 벽만 바라봤다고 한다.
 
아마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쪽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개혁적 중도 정당’이란, 모호하고 추상적인 카테고리로 묶여있다. 그러나 각론은 다른 문제다. 내년 총선에서 ‘반문재인 선명 야당’, ‘정권 심판론’, ‘중도개혁연대’ 중 어떤 깃발을 올릴 거냐에 따라 이합집산이 달라진다. 손 대표는 말이 없다. 어쩌면 내보일 수 없는 게 진짜 고민일지 모른다. 당에선 오월동주(吳越同舟)일지라도, 당을 만든 안철수·유승민 두 주역이 직접 나서는 것 외에 돌파구가 없다는 주장이 많다. ‘안·유 비대위’를 위한 ‘안철수 소환설’이다.
 
독일에 머무는 안 전 대표와 지난 주말 통화한 이태규 의원에게 물었다.
 
안 전 대표는 언제 귀국하나.
“당분간 귀국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왜 그런가.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고 공부를 좀 더 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자신을 원하고 찾는 게 우선이란 입장이고, 손 대표가 사퇴할 뜻이 없는데 지금 나서는 건 복귀 명분이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는 손 대표다. 그렇다고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잦아들 기미는 전혀 없다. 오히려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인 과정에서 당이 철저하게 두 토막 나 분당은 기정사실화된 양상이다. 이언주 의원의 ‘1호 탈당’이 탈당 러시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바른미래당은 6월 초 새 원내대표를 뽑는다. 안철수·유승민 비대위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 손 대표 체제는 어렵다. 설사 손 대표가 막아내도 어떤 그림으로 총선을 치를지에 대한 숙제는 남는다. 한국당은 보수연합을 띄운다. 평화당은 호남 의원끼리 뭉치자고 유혹한다. 미래가 안갯속인 바른미래당은 지금 서로 밀어내기 싸움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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