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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미국의 대 중국 전방위 압박,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된다

중앙일보 2019.04.24 00:03 종합 29면 지면보기
무역협상 타결 이후의 미·중 관계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미·중 간의 무역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터진 중국 학자들의 미국 방문 비자 취소 사건은 미·중 갈등이 단순히 무역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같은 일을 겪은 중국인 학자가 있다. 그는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로부터 “잠시 면담을 하자”는 요구를 받았다. 공항 검색대 뒤편의 방으로 가자는 것을 그는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결국 일행이 저만치 ‘보이는 거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대화 내용을 핸드폰으로 녹음하겠다는 조건을 미국측이 수용하고 나서야 그는 면담에 응했다. 그는 무사히 베이징으로 귀국했지만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지면서 공론화됐다.
 

“최악 순간 지났다” 중국의 자신감
겸손에서 반격으로 돌아선 화웨이
미국 시장 막히자 유럽서 출구 찾기
미·중 갈등 헤쳐갈 외교 지혜 짜내야

최근 미국 사회에는 중국에 대한 경계 분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심사 강화, 미국 내에서 중국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자학원’ 폐쇄 움직임, 중국 기업인들의 미국 첨단기업 투자나 인수·합병 및 산·학 협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화웨이 부회장 체포 등 일련의 조치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 중국을 경계하는 미국의 모습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18년 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러시아는 언급하지 않고 중국만 꼬집어 ‘가장 큰 위협(the greatest challenge)’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경계를 넘어 적대시하는 경향이 미국 정부의 공식적 전략 문서와 법안에 명시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17년 12월에 발간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 2018년 1월의 국방전략보고서 (NDS), 2018년 2월에 나온 핵 태세검토보고서(NPR), 2018년 8월에 의회를 통과한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2019년 1월 발표된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 (MDR)는 일관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국군수권법 ‘섹션 1261’에는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이 미국의 주된 우선 사항임을 ‘선포’(declare)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주어는 행정부가 아닌 ‘의회’다. 트럼프 이후에도 이러한 정책이 계속된다는 의미다.
 
3월 중순 필자는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초청으로 하와이에서 강의를 했다. 그 뒤 베이징으로 가 중국 정부 관계자와 싱크탱크, 언론인, 비즈니스계 인사들을 만났다. 일주일 동안 양쪽에서 최근 미·중 관계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중국 현지 분위기는 다소 흥미로웠다.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까지 떨어진 상황인데, 중국 분위기는 미국이나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나쁘지는 않았다.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밀리면서도 ‘훨씬 차분해진 중국’을 본 것이다.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 최악의 순간은 지났다고 본다.” 한 중국 언론사 중역의 관찰이다. “결코 상황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앞으로도 반중(反中)정책‘을 고수할 것임이 틀림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악화되지만 적어도 미국이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한 예측성이 높아졌다.” 무역전쟁 원년인 2018년 중국 주식시장이 무려 20% 이상 하락한 것은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컸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배경·전략

미·중 무역갈등의 배경·전략

중국 기업은 미국 외의 다른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봐주거나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에서 잘해야 한다는 ‘방향감’과 ‘목표 의식’이 더 확실해진 면이 있다. 이제는 미·중 관계 악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생존’ 방도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없이 살아남는 방법 찾기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인사의 말에서는 일종의 결기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중국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던 문화혁명에서도 살아남았다. 우리는 미국과의 갈등을 더 강해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상징이 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애초의 ‘겸손 모드’에서 초강수의 ‘반격 모드’로 돌아섰다. 사용자의 데이터가 몰래 전송되는 ‘백도어’장치를 심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는 위헌이라며 미국에서 소송을 냈다. 이렇게 악수(惡手)를 두면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가 더 불리하다는 것을 알 텐데 말이다.
 
목적은 딴 곳에 있다. 바다 건너 유럽 시장을 보는 것이다. 유럽은 미국과 달리 화웨이에 대해 여전히 유동적인 입장이다. 이에 화웨이는 미국 정부를 고소함으로써 ‘판 흔들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또한 수년 전 미 국가안보국(NSA)이 독일 메르켈 총리 휴대폰을 도청한 사실을 넌지시 상기시켰다. 미·중 다 마찬가지라는 식의 양비론을 펴는 것이다. 유럽이 화웨이에게 시장 진출 기회를 주기를 원하는 중국은 기꺼이 화웨이 장비에 대한 검증을 받겠다고 제안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밀리면서도 은근한 자신감, 심지어 투지를 보이는 중국의 저력은 중국 측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그 핵심은 미국의 중국 견제로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밀리겠지만 결국 장기전에서는 ‘시간이 중국편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중국은 미국 시장을 잃는다 해도 장기간 세계 2위 경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2위 경제인 중국은 세계 3위 일본 경제의 거의 3배(IMF 통계) 규모다. 당분간 중국을 대신해 세계 2위 경제를 할 국가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에 두려운 일이다. 미국이 ‘강하고 지속가능한’ 2위 중국의 추격을 계속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화웨이에 의해 입증되었듯이 중국의 기술은 이미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노력은 쉽게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좇아 미국 주도의 ‘반중 진영’에서 이탈해 중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G7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공식 지지했다. 유럽에서 중국 견제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3월 말 유럽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프랑스에 에어버스 290대를 사겠다 ‘러브콜’을 보내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포섭 국가를 더 확보하려고 시도했다. 뒤이어 리커창 중국 총리가 4월초 유럽을 방문해 우호적 투자 환경을 약속하며 유럽 끌어안기에 나섰다. 중국 국가주석과 총리가 불과 며칠 간격을 두고 같은 지역을 연거푸 방문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자국의 산업전략을 포기하지는 않을 태세다. 일대일로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기 위한 시진핑의 가장 중요한 ‘레거시’(legacy) 프로젝트이고 중국공산당의 당장(黨章·당헌)에 삽입되었다. 헌법 위에 있는 당장은 공산당의 지도 지침이다. 돌이키기에는 진도가 너무 많이 나갔다. 시진핑 정권의 정당성에도 상처가 난다.
 
한국이 미·중 관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강대국 관계에서 종속 변수로 작용하는 지정학적 경험이 있어서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잠정적인 타협이 이루어진다 해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질곡이 예상되는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외교적 지혜를 모을 때다.
 
◆이성현
미국 그리넬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석사,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미·중 패권경쟁의 향방을 분석한 저서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를 펴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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