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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열발전소 측,‘유발지진’ 연구한 교수 비난에 포항 ‘부글 부글’

중앙일보 2019.04.23 11:52
지난 22일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의 지진대피소. 아직도 40여명의 이재민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의 지진대피소. 아직도 40여명의 이재민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 지열발전소 주관기관이 지난해 “포항 지진은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낸 교수진을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고 비난하자 포항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연구진 “연구 중 압력 많아”…윤리위 제소당해
넥스지오 “자료 무단 도용해 연구윤리 위반”밝혀
포항시민 “지진 유발해 놓고선…” 넥스지오 비판
경북도 3700억 규모의 추경 확보 나서

지열발전소 시공 주관기관인 ‘넥스지오’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김광희 부산대 교수 등 연구진이 우리의 연구자료를 동의 없이 입수 도용해 논문을 쓴 것은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밝혔다. 포항지열발전소는  시범가동 중이었으나 지진 발생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은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한 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실었다. 올 3월 정부조사단의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로 인한 촉발 지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1년 전이었다.
 
넥스지오 측은 보도자료에서 “우리가 산업부에 제출한 지열발전 자료를 교수들이 국회의원을 통해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 핵심자료로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넥스지오는 논문이 나오고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교수들의 소속대학인 부산대· 고려대 등에 이들을 연구윤리위반으로 제소했다. 당시 교수들은 대학 측으로부터 ‘주의 환기’ 같은 조치를 받았다.
 
이진한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난 18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대학교에서 열린 지열발전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진 이후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포항시민들의 성원 덕분이다"고 말했다. [뉴스1]

이진한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난 18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대학교에서 열린 지열발전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진 이후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포항시민들의 성원 덕분이다"고 말했다. [뉴스1]

이러한 사실은 지난 18일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지열발전 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알려졌다. 이 교수 등이 “연구 중 압력이 많았다”고 토로하면서다. 교수들은 “넥스지오가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해 불명예스러웠다”며 “대학 측에서 ‘학술윤리 위반은 없지만, 국회의원을 통해 물 주입과 관련한 자료를 얻었기에 직접 자료를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토로가 나오고 하루 만에 넥스지오 측이 교수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내자 포항 시민들은 “주객이 전도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측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수십만명에게 지진 트라우마라는 고통을 준 당사자가 연구윤리라는 말을 들먹일 수 있다는 사실에 포항시민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넥스지오는 이러한 보도자료 작성할 시간에 전 국민과 피해를 본 포항시민에게 어떻게 사죄를 하고 어떤 피해대책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넥스지오 측은 아직 공식 사과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포항지진 원인. [연합뉴스]

포항지진 원인. [연합뉴스]

한편 경북도는 포항에 임대주택 마련, 복리시설 건립 같은 33건 4조4100억원(국비 2조5200억원) 규모의 지진 대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오는 25일 국회에 제출될 정부 추가경정 예산안에 국비 3765억원의 반영을 요청했다. 또 정부 추경과 별도로 포항시 건의로 지진 극복 사업 26건에 72억3000만원을 펼치기로 하고 추경안을 편성해 도의회의 승인을 요청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포항지진 대책 관련 사업을 국비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라며 “아직 정부 추경안에 얼마나 포함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국회 심사과정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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