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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아이 찾으러 헤매…자식 걱정은 평생이라더니

중앙일보 2019.04.23 11:00
[더,오래] 장윤정의 엄마와 딸 사이(13)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이 꿈을 자주 꾼다. 육아에 지쳐 잠이라도 푹 자면 좋을 텐데 가끔은 꿈에서도 육아를 하는 듯하다. 이상하게도 아이와 행복하게 놀러 가거나 까르르 웃으며 즐겁게 지내는 꿈보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꿈, 아기가 다치는 꿈, 유치원이 끝나고 돌아와야 할 아이가 유치원 차량에 없어서 종일 혼자 찾으러 다니는 꿈 등을 자주 꾼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지만, 올해로 5살이 된 아이는 손이 덜 가서 나는 요즘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데?”라는 말을 점점 하지 않게 되었다. ‘나가서 일하는 게 힘들지….’라는 생각도 더러 한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하지만 내가 정말 “나처럼 힘들 순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불안감’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야 온종일 내 품에 품고 지내니 건강상의 문제만 아니라면 크게 불안할 일이 없었다. 종일 밥 주고 기저귀 갈고 몸이 더 바빴다. 그런 와중에도 꼭 한 번씩 낮잠을 자는 아이 코에 숨은 쉬나 손가락을 대보고 가슴은 뛰나 손을 올려 보는 일은 꼭 했다. 낳자마자 행복과 불안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제는 제법 커서 엄마 없는 유치원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고, 오다가다 말을 거는 어른하고 낯가림 없이 대화한다. 하지만 사탕이며 과자며 넙죽넙죽 받는 아이를 보면 불안하다. 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 기사나 TV 프로그램을 보면 이럴 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고 무섭기도 하다. 그런 날엔 꼭 아이가 없어지거나 어디에 두고 오는 그런 꿈을 꾼다.
 
곧 초등학교에 가고 중학교도 가서 혼자 다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질 텐데,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걱정이다. 친정엄마는 나에게 가끔 “둘째는 안 낳을 거니? 아이가 하나면 외로울 텐데. 아이가 안쓰러워 그러지….”라고 하면서도 “아니야 하나만 그냥 잘 키워. 아이가 많으면 그만큼 걱정도 많아. 엄마는 지금도 자식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해. 자식 걱정은 평생이야”라고 말한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모 연예인이 노모와 자식이 2대에 걸쳐 운영하는 식당에 갔는데 80대의 노모가 60대의 딸에게 어린아이 가르치듯 “그릇이 더럽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며 어린아이 가르치듯 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부모에겐 왜 다 큰 자식이 그렇게 아이 같을까. 결혼 전에 그런 엄마의 나를 대하는 걱정들이 간섭이고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이를 낳아보니 그 불안한 마음을 알겠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다’는 말, 누군지 몰라도 말 참 잘 지었다 싶다. 시대도 많이 바뀌었으니 나도 외국 엄마들처럼 아이에게 독립심도 키워주고 너무 내 품 안에 가두려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그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또 생각이 많아진다.
 
[그림 장윤정]

[그림 장윤정]

 
자식 농사를 잘 짓고 싶다. 똑똑하고 유학파에다 시집도 잘 간 자식 농사 말고, 생각도 바르고 자신감 넘치며 자기를 사랑할 줄도 또 지킬 줄도 아는 멋진 어른이 되면 좋겠다. 그러려면 적당히 아이를 물가에도 내놓기도 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오늘도 고민 많은 밤을 보낸다. 아마 꿈속에서도 이어지겠지.
 
[그림 장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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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주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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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장윤정 주부 필진

[장윤정의 엄마와 딸 사이] 마냥 아이같은 막내딸로 30년을 편하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된 미술전공자. 철부지 딸이 엄마가 되는 과정을 그림과 글로 그려본다. 엄마에겐 딸, 딸에겐 엄마인 그 사이 어디쯤에서 기록해보는 삼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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